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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갤럭시 언팩 직관한 후기

갤럭시 S24가 있으면 영어 공부는 필요 없다
갤럭시 S24가 있으면 영어 공부는 필요 없다

2024. 01. 18

안녕, 에디터B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산호세. 나는 하얏트 호텔 1층 로비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 말이 혹시, 낭만적으로 들릴까?

낭만은커녕 지금 아주 고된 상태다. 시차 적응 실패로 꾸벅꾸벅 졸면서 마감을 치는 중이고, 축복받은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즐길 겨를도 없으니까. 낮에 겨우 10분 정도 산책했다. 건망증이 생긴 듯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비타민D가 부족한 것 같다. 해가 쨍쨍한 캘리포니아에서 비타민D 결핍이라니.

이 먼 산호세까지 삼성전자의 2024년 첫번째 언팩을 직관하기 위해 찾아왔다. 만약 ‘갤럭시 언팩 2024’마저 심심했다면 더 예민해져서 제로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신세를 한탄했겠지만, 다행히 아주 흥미로웠다. 빠르게 훑어보자.

행사는 SAP센터 앳 산호세(SAP Center at san Jose)에서 열렸다. SAP센터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이라 층고가 높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무대 연출을 보니 ‘아, 삼성전자가 괜히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선택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날 발표에서 선보인 영상에서 별이 위아래 옆을 화려하게 이동하며 반짝이는 효과를 자주 보여줬는데, 조명이 꺼진 캄캄한 공간과 별이라. 갤럭시와 삼성이라는 이름과 연관이 있는 ‘별’을 아름답게 보여주기에 적절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발표자들의 복장이 옐로우, 그린, 그레이 등 신제품 컬러와 닮아 있는 것 또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첫 번째 연사는 역시나 노태문 MX 사업부장 사장이 맡았다.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보니 괜히 더 반가웠다. 조명의 효과가 굉장해서 마치 하늘에서 강림한 듯 보이는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혼자 보기에 아까워서 생뚱맞게 이 기사에 붙여본다. ‘지금 이 순간’을 불러도 어울릴 것 같다.

노태문 사장 팬캠 jpg.

노태문 사장이 등장하기 바로 전에 영상이 하나 상영됐다. 일단 한번 보고 와도 좋겠다. 아니, 꼭 보고 오면 좋겠다.

영상 말미에 두 가지 문장이 나온다. “The next big thing is you”, “Life opens up with Galaxy AI” 두 가지 문장을 보고 역시나 이번 언팩의 핵심이 AI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the next big thing is you”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앞서가는 기업에는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감 같은 게 있다. 애플은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번에도 혁신이 없었다’라는 말을 듣고,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매번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 접는 폰을 선보였을 때도 “접는 건 신기한데, 그걸 어디에 써?”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the next big thing is you”라는 말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메시지인 것 같다. “지금껏 우리가 만든 혁신적인 기능은 의도된 것 이상으로 사용자들이 창의적으로 활용해 줬고, 이번에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혁신은 사실 당신이에요.” 뭐, 이런 뜻이 아닐까.

자, 그러면 갤럭시 언팩 2024의 메인 키워드 ‘AI’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어느샌가 AI라는 단어는 친밀함보다는 우리의 일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직업군에 따라 AI에 강한 적대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삼성전자에서는 AI를 조금 더 실용적으로, 말랑말랑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기능을 쓰면 당신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가 아니라 ‘더 편하고 행복해질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번 언팩은 하드웨어보다는 확실히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기능 몇 가지만 소개하려고 하는데, 일단 첫 번째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전화 통역이다. 해외여행 중 외국인과 통화할 때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다(나는 전화로 예약하는 건 꿈도 못 꿔서 앱 예약이 가능한 곳만 다녔다).

바디랭귀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힘들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상대방의 말은 더 이해하기가 힘들다. 실시간 전화 통역을 사용하면 상대의 언어를 내 언어로 즉시 통역해 주고(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내가 하는 말은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된다. 쉽게 말해, 내가 도쿄에 있는 식당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어로 “내일 7시에 3명 예약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면 일본어로 자동 통역되어 전달된다는 뜻이다.

행사가 끝나고 이 기능을 직접 사용해 봤는데,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다. 그게 조금 아쉬웠다.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스페인어로 통역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봤는데, 중간중간 엉뚱한 단어가 섞여 있기도 했다. 하지만 간단한 식당 예약이 목적이라면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을 거다. 해외여행을 좋아한다면 활용도는 확실히 높을 것 같다. 무엇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라는 점도 특장점이다.

아직은 13개국의 언어만을 지원하고, 점차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기능 역시 통역 기능이다. 해외에서 외국어를 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전화보다는 직접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활용하기에 좋은 실시간 통역 기능이다. 이 기능 역시 온디바이스 AI라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행사가 끝난 뒤 사용해 봤는데, 통화 번역보다 더 만족도가 높았다. 통화 번역의 경우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고 정확도가 아쉬웠는데, 이 기능은 정확도와 속도 두 가지 면에서 훨씬 좋았다. 게다가 실제 해외여행을 하면서 언어 장벽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전화보다(전화를 하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직접 대화는 경우기 때문에 더 유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는 낭만적인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대가 올 줄 알았으면 필리핀 어학 연수 6개월은 안 다녀왔을 텐데.

어떤 기능은 ‘신기한 기능인데…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시간 통역 기능은 필요한 상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딱 필요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해외여행을 하면 무조건 많이 이용할 듯하다.

세 번째는 서클 투 서치라는 기능이다. 구글 검색 기능을 드라마틱하게 간편하게 만든 기능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멋진 신발을 신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하자. 서클 투 서치를 쓰지 못한다면 사진을 찍고 갤러리에 들어가서 크롭한 뒤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야 한다.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서클 투 서치를 쓰면 혁신적으로 과정을 축약할 수 있다. 화면에 이미지를 띄운 후 홈버튼을 길게 누른 후 검색을 원하는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이미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이 기능 역시 이벤트가 끝나고 테스트해 봤는데 정확도가 꽤 높았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이 많은 아식스 운동화 중 원하는 모델을 정확히 찾아냈고, 아무렇게나 소파에 던져진 백팩 역시 정확하게 모델을 검색해줬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예쁜 아이템을 발견할 때 사용하기에도 좋다. 홈버튼을 꾹 누르고 동그라미만 그려주면 된다. 직관적이고 간편해서 누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AI를 통한 사진 편집 기능도 강화되었다. 위 사진에 있는 사람을 오려서 농구 골대 가까이 붙여 놓을 수 있다. 감쪽같지 않나?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능은 ‘인스턴트 슬로모’라는 기능이다. 못해도 60프레임 정도는 되어야 슬로우 모션을 적용할 수 있는데, 30프레임으로 찍은 영상도 인스턴트 슬로모를 쓰면 슬로우 모션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이것 역시 AI 기능을 활용했는데,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AI가 창조한 3개의 프레임을 추가하는 거다. 피사체의 움직임을 예상해서 만들어내는데 꽤 정확해서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위 사진은 내가 달려가는 장면에 인스턴트 슬로모를 적용한 것이고, 화면 아무 데나 길게 꾹 누르면 즉시 슬로우 모션을 적용할 수 있다.

이 기능 역시 행사가 끝난 후 별도로 테스트해봤다. 물을 가득 채운 컵에 돌멩이를 떨어뜨리고 물방울이 튀는 장면을 촬영한 후 ‘인스턴트 슬로모’ 기능을 적용했다. 저마다 튀는 물방울의 각도와 방향을 AI가 예측하기 힘들어서인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실험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테스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의 결점을 발견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AI가 프레임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겁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동안 갤럭시 폴드와 플립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오랜만에 갤럭시 S24 시리즈를 보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동안 내게 필요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기능들이 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멋지기만 하고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친근하고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니까.

이 기사를 보고 있는 사람 중에 갤럭시 S24 울트라에 티타늄이 적용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밤새 기사를 쓰고 있는 나의 건강을 위해 제품 소개는 생략한다. 대신 제품의 다양한 기능과 스펙, 디자인에 대해서는 에디터H가 영상으로 다뤘으니 [여기]로 들어가면 된다.

아, 참고로 실물을 봤을 땐 앰버 옐로우, 오닉스 블랙 컬러가 가장 예뻤고, 티타늄이 적용된 갤럭시 S24 울트라는 티타늄 블랙이 첫눈에 반할 만큼 멋있어 보였다.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용 컬러도 있는데, 샌드스톤 오렌지가 가장 예뻐 보였으나 실물을 본 건 아니기 때문에 이건 참고 하지 않아도 좋다. 다음번에는 자세한 제품 리뷰로 찾아오도록 하겠다. 그리고 난 이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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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