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디트에 장나라가?’ 이런 생각을 했을 확률 99.9%. 그렇다. 배우 장나라를 만나고 왔다. 장나라를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부정맥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누구도 아닌 장나라니까. 2002년은 월드컵의 해이기도 했지만, 장나라의 해이기도 했다. 과장 섞인 수사가 아니다. 2001년 <뉴 논스톱>을 통해 단번에 스타가 된 그녀는 2002년 시청률 42.6%의 <명랑소녀 성공기>와 ‘Sweet Dream’으로 가수와 연기자로서 동시에 정상을 찍는다. 이후에도 장나라는 중국 활동과 한국 활동을 병행하며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원한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더 화려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앰배서더도 하고, 팝업스토어 방문도 하고, 광고 모델도 하고. 그녀는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듯, 연기만 할 뿐이다.
취향이라는 건 무수한 선택이 켜켜이 쌓여 빚어진 결과다. 뉴발란스와 나이키, 프라다와 셀린느 중 무엇이 좋은지를 선택하는 것만이 취향은 아니다. 장나라는 데뷔 후 22년 동안 선택을 해왔다. 가수와 연기자 중 무엇을 더 잘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연기자를 택했고, 한 배역을 공들여 연기하기 위해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다. 취향을 다루는 디에디트가 장나라의 이야기를 궁금해한 이유다. 고전 할리우드 배우가 로마에서 휴일을 보내듯 우아한 의상으로 화보 촬영을 마친 그녀는 편안한 다크 그레이 컬러의 후디로 갈아 입고 인터뷰에 임했다. 미디어에서는 장나라를 두고 ‘귀여운, 동안 미모의’ 같은 흔한 수식어를 쓰지만 실제 만난 장나라는 그것과 조금 달랐다. 그녀는 마음이 단단하고, 현명하며,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아낄 줄 아는 배우였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은 것에 매달리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잊어요. 근데 하고 싶은 일이 먼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멀쩡해야 한다는 거예요.
데뷔 이후 22년 동안 인터뷰를 거의 안 했던데, 이유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할 얘기가 없어서 안 한 거예요. 저는 진짜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활동적인 사람이 봤을 땐 되게 지루하게 산다고 생각할 정도로.
‘장나라’ 하면 데뷔 때부터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예인이잖아요. 대한민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거나 지루하다는 표현이 의외입니다.
일찍 관심을 받아서 너무 감사했지만, 데뷔하고 일 년 만에 ‘연예인 계속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했어요. 생각보다 너무 화려한 삶인 거예요. 근데 잘하는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해야겠다 싶긴 했죠. 솔직히 말하면 배우란 직업이 적성엔 맞는데, 성격엔 안 맞아요. 연기를 하는 건 좋은데, 이 일을 하기엔 에너지가 부족하달까요. 근데 생각해 보면 다들 비슷비슷하지 않아요? 직장인 중에도 내성적인 분들이 많은데, 최대한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저도 비슷해요. 그러니까 평범한 거죠.
맞는 말이네요. 지금 데뷔했다면 스트레스를 더 받았을 것 같아요. SNS로 나의 취향과 매력을 더 열심히 보여줘야 되잖아요.
지금 데뷔했으면 연예인 못했을 거예요. 저는 취향도 평범한 편이에요.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건 운이 좋았죠. 물론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노력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가진 것에 비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긴 했죠. 갑작스레 큰 사랑을 받았던 데뷔 초 때에 비하면 차곡차곡 쌓는 지금이 더 안정적이고 좋긴 해요. 살짝 점프했는데 사람들이 힘껏 올려준 덕분에 노력한 것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 느낌이었어요. 내 힘으로 올라간 게 아니니까 착지할 때 더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이 가장 나다운 때인 것 같아요.
커리어와 출연 작품을 보고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을 선택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다가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배우 활동에 집중했고, 드라마에서 맡는 배역은 평면적이지 않고 내밀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를 잘 고른다는 인상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방향을 조금씩 틀어왔어요. 당연히 처음부터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었죠.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을 찾은 다음, 천천히 이쪽(좋아하는 쪽)으로 온 거예요. 제가 스물한 살에 데뷔하고 작품 하나를 끝냈을 때부터 저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쟤는 귀여운 것밖에 못 하지 않아?”, “저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야.”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비슷한 캐릭터로만 거의 섭외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제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가 있으니까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인 거죠. 예를 들어, 귀엽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이 있는 배역이 들어오면 그걸 선택해서 내가 다른 연기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오랫동안 그 과정을 거쳤고,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번에 방향을 확 트는 건 위험성이 있었겠죠?
일단 제가 목소리나 얼굴이 즐겁잖아요(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위험성이 있기도 하고, 사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과정에 있어요. 저는 오컬트, 스릴러, 액션 장르 좋아하거든요. 그런 장르의 드라마를 더 많이 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지금도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첫 번째는 재미도 있으면서 뭘 얘기하려고 하는가, 두 번째는 내가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일까를 생각해요.
잘할 수 있을까 보다는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인가요?
네.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그래서 곧 방영을 앞둔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도 궁금해요. 12월 30일이 첫 방송이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얘기 안 해줘서 저도 티저 보고 알았어요(웃음). 근데 저도 드라마가 어떻게 끝날지 참 궁금해요. 지금 촬영을 하고 있는데, 아직 대본이 다 나오지 않아서 파국으로 치달을지, 어떤 엔딩이 기다릴지 모르겠어요.
아직 공개된 게 많이 없어서 저도 줄거리를 모르겠어요. 장르는 스릴러인 것 같고요.
약간 스릴러적인 요소가 많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설명은 못 드리는데, 첫 화에서부터 주인공에게 큰 위기가 오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요. 그게 첫 화의 내용이에요.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던데, 지금도 그래요?
아, 점점 연연해요. 어릴 때는 아무래도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덜 하잖아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르니까. 근데 30대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진하게 느낀 게 ‘이 모든 건 결국 돈’이라는 거였어요. 제가 하는 게 순수예술이 아니라 대중예술이니까 돈이 움직이는 거잖아요. 근데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게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무게을 알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연연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데뷔 이후 드라마는 거의 매년 출연하고 있는데, 한국 영화는 2003년 이후에 없어요.
영화와 연이 닿지 않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엄청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월요일 밤 11시쯤에 방영한 <X-File>이라는 미드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게 저한테는 살아가는 이유였어요.
살아가는 이유요? 그 정도였어요?
제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어요. 멀더와 스컬리(극 중 캐릭터)가 있어서 행복했어요.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해에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두 사람을 기다리는 삶이 기대가 됐어요. 그 기다림도 저에게는 큰 기쁨이었어요.
기다림이 주는 행복은 확실히 영화는 줄 수 없는 행복이네요.
네. 그래서 지금도 시리즈물을 되게 좋아하고, 어렸을 때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쉬이 지나갈 수 있었어요. 브루스 윌리스가 나왔던 드라마 <블루문 특급>도 좋아했고,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온 <레밍턴 스틸>이나 <레니게이드>, <맥가이버>, <전격 Z 작전> 다 좋아했어요. 그 드라마들이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고, 다음 해를 설레게 했어요. 드라마는 저한테 그런 존재였어요.
나라 님에게는 ‘재미’가 정말 중요한 기준인 것 같아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도, 차기작을 선택하는 이유도 재미잖아요.
네. 굉장히 중요해요. 근데 당연한 것 아닌가 싶어요. 사실 모든 선택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재미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근데 예전에는 저도 주객이 전도될 때가 있었어요.
그게 언제였어요?
‘일이 나를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고,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나이 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내가 행복한 게 최고지, 잘 먹고 잘살고 행복하려고 일하는 건데, 이렇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거예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네, 갑자기. 30대 후반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에는 “죽기 전까지, 목숨 붙어 있으면 무조건 일해야지!” 이랬는데, 내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좋아하는 걸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불행하면 그 감정에 빠져들어서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행복해야 연기도 잘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했죠.
마음이 단단한 사람 같아요.
근데 사실 지금도 왔다 갔다 해요. 최근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연기가 잘 안되는 날에는 ‘왜 하나님은 나에게 이런 어정쩡한 재능을 주셔서 답답하게 만들까’ 이러다가, 며칠 뒤에는… 정확히 샤워할 때였어요! 갑자기 웃음이 나는 거예요. 아니, 내가 무슨 살리에리도 아니고…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비교라도 될 정도인데 나는 그 정도도 아니면서 왜 이런 자책을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재능이라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랬어요(웃음).
어정쩡한 재능이라는 표현은 너무 겸손한데요?
자기 객관화는 중요해요. 물론 저도 잘하는 연기가 있어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쭉 얘기해요. 제가 가진 패를 전부 보여주는 거예요. ‘제가 잘하는 건 이런 거니까 감독님도 얘기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최대한 잘해봅시다’ 이런 시간을 가지는 거죠.
질문의 무게를 바꿔볼게요. 배우 장나라가 아닌, 인간 장나라의 취향도 궁금해요. 죽기 전에 한 가지 음식을 먹는다면 뭘 먹고 싶어요?
케이크요.
케이크요? 너무 달지 않아요?
단 거 좋아해요. 기분 좋잖아요.
저는 떡볶이요.
떡볶이는 죽기 전에 소화도 다 안 될 것 같은데요(웃음). 죽기 전에 먹는 게 중요해요?
음식 관심 없어요?
아니, 좋아해요. 근데 죽기 전에는 죽는 게 가장 큰 이슈니까.
인터넷으로 샀던 디저트 중에 진짜 맛있었던 거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아우어베이커리에서 파는 생크림 인절미 있거든요. 되게 맛있어요. 근데 지금도 파는지 모르겠네요. (스마트폰을 켜서 지금 판매 중인지 확인하며) 아…지금은 안 파는 것 같아요. 아쉽다.
가장 애정하는 음식점은 어디에요?
저희 동네에 있는 삼보가든이요. 돼지갈비집인데, 꽤 비싸요 거기가. 제가 평양냉면은 안 먹고 함흥냉면만 먹는데, 거긴 함흥냉면 전문점보다 더 맛있어요.
음악 취향도 궁금해요. 요즘 어떤 음악 들어요?
거의 안 들어요. 지금 촬영하는 드라마가 그냥 둬도 정신이 없어서, 쉴 때는 아무 소리 안 나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다른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는 분위기를 떠올리기 위해 일부러 음악을 정해놓고 그것만 들을 때도 있어요.
그럼 요즘 말고 평소에는 어떤 노래 좋아해요?
아이유 씨 노래 좋아해요.
안 물어봤지만 저도 아이유 좋아해요. 어떤 노래요?
어떤 드라마 촬영할 때 진짜 힘들었는데, 그때 ‘분홍신’을 들었어요. 도입부가 ‘길을 잃었다’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그거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나는 길을 잃었어, 근데 나 혼자 잃은 게 아니야!” 이러면서.
평소에 혼잣말도 해요?
거의 안하는데, 결혼하고 좀 많아졌어요.
결혼하니까 어때요?
너무 좋아요. ‘베프’가 항상 집에 있는 느낌이에요. 스트레스 받으면 얼른 집에 가서 말하고 싶고. 촬영 감독이라서 비슷한 쪽에서 일하니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떤 건지 아니까 위로가 되고. 같이 장난치다보면 다 잊고.
결혼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이에요?
10점 만점에 19점. 같이 사는 게 너무 재밌어요.
역시 재미가 중요하죠.
제일 친한 친구랑 사는 느낌이에요. 근데 제일 친한 친구가 멋있고, 웃기기도 하고.
소문난 만화 덕후로 유명하잖아요.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 있어요?
윤지운 작가의 <파한집>이요. 몇 년 전에 보기 시작해서 심심하면 한번씩 봐요. 그 뒤에 나온 <무명기>라는 작품도 좋아하고 윤지운 작가님을 워낙 좋아하는데, 진짜 잘 만든 오컬트 작품이에요. 작품이 좋아서 주인공이 남자인데도 드라마화가 되면 저 남자 역할을 꼭 하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인터뷰는 슬슬 막바지예요. 제가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는데,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네요. 나라 님은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이제는 하고 싶은 연기에 집중하며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다 겪어 본 사람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어린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고, 사실 두 번째가 훨씬 중요해요.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 이 두 가지만 주의하면 돼요. 근데 객관화하는 게 쉽지 않아요. 뭔가를 너무 하고 싶을 땐 “너 그렇게 잘하는 거 같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해줘도 들리지 않거든요. “너 꽤 하네”라는 말만 들려요. 누가 봐도 열 명 중 다섯 명 이상은 괜찮다고 말해줘야 진짜 괜찮은 거예요. 그걸 확실히 알아야 해요.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걸 잊지 않는 건 왜 중요한가요.
인정받은 능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겪잖아요. 좋은 상황도 있지만 나쁜 상황도 많죠. 어린 친구들은 그럴 때 특히 주눅이 들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은 것에 매달리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잊어요. 근데 하고 싶은 일이 먼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멀쩡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말 같아요.
연기든, 어떤 일이든 행복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잘하는 걸 뽐내고 싶은 것도, 돈을 버는 것도 결국에는 행복하고 싶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신창이가 되어서 찢기고 뜯기는데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걸 까먹고 코 앞에 있는 것만 보게 되는데, 어릴 때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에요.
나라님은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면서 깨달았네요.
이길 때도 있고, 못 이길 때도 있었죠. 근데 이겨도 괜찮고, 못 이겨도 괜찮아요. 그냥 지금 잘 살고 있으면 결국 그게 이기는 것 같아요(웃음). 근데 저 지금 너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
저는 요즘 매일 행복해요. 에디터님은 언제 행복하세요?
저는 요즘 토요일 아침에 동네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 마시면 행복해요.
그러니까요. 행복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지금 인터뷰 끝나고 함흥냉면 먹으러 갈 생각하면 날아갈 것처럼 행복하거든요. 멀리서 행복 찾지 말라고 하는 얘기가 다 맞는 말이더라고요.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살았나 싶어요.
저도 그랬어요. 가수가 되면, 연극 배우가 되면, 연기자가 되면 진짜 행복하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오는 행복을 놓친 거죠.
인터뷰가 거의 다 끝났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생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잘 살다 가는 거요.
가는 거까지 포함이네요.
그럼요. 그리고 배우로서의 욕심은 정말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