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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페스티벌 참가 전 체크리스트

여럿이 캠핑을 즐기기 위한 에티켓과 꿀팁
여럿이 캠핑을 즐기기 위한 에티켓과 꿀팁

2023. 11. 06

안녕.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찐득한 여름이 캠핑 비수기였다면, 선선한 이 계절은 캠퍼들이 환호를 부르는 성수기라 할 수 있어. 벌레 없고, 땀 흘릴 일 없고, 고독한 모닥불의 낭만도 누릴 수 있으니까. 얼마 전엔 제철 음식과 단풍을 누리며 야외 활동을 진하게 즐겼어. 역병의 유행이 지나고 놀기 좋은 계절이 오면서 아웃도어 행사가 유난히 많더라고.

몇 주간 주말마다 연달아 야외활동을 했어. 앱 ‘닷슬래시대시’의 캠핑 페스티벌 DSD CAMP, 자전거 캠핑 모임, 봉화의 산을 따라 안동까지 걷는 일박 이일 트래킹 행사까지. 일정을 짜는 일이 매우 힘들었어. 같은 날에도 여러 개의 캠핑 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리고 있었거든.

이번 기사에는 캠핑 페스티벌에 준비하면 좋을 것들을 얘기해 볼게. 두어 명이 모여 오붓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다 함께 모여 가을을 누리는 일도 참 즐겁다고.


[1]
텐트를 칠 때

여러 명이 모여 행사하면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할 일은 남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 정해진 사이트가 있다면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많은 캠퍼가 모이는 만큼 미리 자기 자리를 확인해 놓으면 좋아. 자리를 찾는다고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앞마당을 밟는 건 실례니까.

혼자만 있다면 팩을 박지 않아도, 대충 걸쳐만 놔도 괜찮아. 텐트만 안 날아가면 돼지 뭐.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곳에서는 더 큰 배려가 필요해. 예를 들면, 팩을 꼼꼼히 바닥에 가깝게 박는 일처럼. 그렇게 해야 지나가던 사람이 팩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수 있어.

리플렉티브 소재 스트링, 팩 커버, 가렌더, 풍선, 랜턴 등을 활용하면 더욱 좋아. 어두운 때에도 텐트 스트링에 걸려 누군가 다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사실 텐트 팩과 스트링에 제일 많이 걸려 넘어지는 건 자기 자신이야. 평소보다 신경 써서 텐트를 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해.


[2]
음식을 먹을 때

평소보다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 나 역시 평소 라면이나 볶음밥, 카레처럼 한 그릇 음식을 선호하지만, 이런 때 만큼은 나누어 먹기 좋은 걸로 챙겨. 둘러앉아 식사를 함께할 일이 많고, 그럴 때면 정이 넘치는 한국인 특성상 자기 밥만 먹기 아쉽잖아.

꼬치구이나 어묵처럼 낱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편하더라. 토스트나 햄버거를 만들더라도 조금씩 같이 먹을 수 있게 미니 사이즈로 만드는 방법도 있고. 아예 찌개나 스튜를 한솥 가득 끓여놓고 한 국자씩 나눠줄 수도 있겠다. DSC CAMP에서는 옆 사이트의 이웃이 토마토 스튜에 한우를 넣고 끓여줬는데 추운 날씨에 호호 불어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지. 평소에 번거로워 피해 왔던 요리를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해. 기름을 가득 부어 튀겨 먹는 튀김 요리나 많은 양을 넣고 오래 끓여야 하는 찜 요리 같은 걸로.

아직은 낮 온도가 20도까지 올라가니까 준비해 온 음식이 상하지 않게 주의해야 해. 그늘 아래 아이스팩과 함께 보관하거나 아이스박스에 넣어두는 등 식재료의 변질을 조심할 것! 어둑한 야외에서 신나게 떠들며 밥을 먹다 보면 뭘 먹어도 술술 들어가니까 미리미리 챙기자 신선도.


[3]
불을 피울 때

가을 야외활동과 둘러 앉은 캠퍼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모닥불이 함께 떠올라.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이 계절에 친구들을 모으는 건 온기가 아니겠어? 일단 캠핑장이든 행사장이든 불을 피운다면 바닥의 잔디가 상하지 않게 화로를 사용해야 하는 건 다 알지?

한번 화로에 불을 만들고 나서는 계속 예의주시 해야 해. 수다 삼매경에 빠져 불이 옆으로 번지는 걸 놓칠 수도 있고, 옆 사이트에 잠깐 볼일을 보러 들른다는 게 길어질 때도 있으니까. 짐을 여유 있게 챙길 수 있다면 휴대용 소화기까지 가져가고.


[4]
입을 옷을 고를 때

해외 매체에서 캠핑 페스티벌 이야기를 보는데 주의할 점에 ‘Look good, Feel good’이라고 쓰여 있더라. 혼자 야외 활동을 즐긴다면 편안한 옷이 장땡이지. 하지만 나를 보는 눈이 많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가능성도 높은 캠핑 페스티벌에서는 예쁜 옷이 장땡이야. 나중에 남의 SNS 피드에 올라온 칙칙한 내 사진을 보며 후회하지 말고 이왕이면 보기 좋은 옷으로 챙겨 입어 보자고.

평소 무채색에 장식이 없는 무난하고 단정한 옷만 입는다고 해도 이런 날엔 한번 알록달록 요란한 코디를 해보고 그러는 거야. 기분 전환도 되고 ‘나 이런 옷 좋아하네.’ 새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신발은 활동에 맞게 고르되 신고 벗기 편한 걸로 선택하자.

아무래도 사진을 자주 찍고 많이 찍히니까 사이트 정리는 그때그때 하는 게 좋아. 일회용 제품 사용은 줄이고 쓰레기는 그때그때 한쪽에 치워놓는 식으로. 커다란 쓰레기봉투와 너저분한 종이 포장지, 생수통이 널려 있으면 기분 좋게 찍힌 사진임에도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으니까.


[5]
대중 속 고독을 원할 때

꼭 음악 공연이 동반된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이면 흥에 겨워 평소보다 소리가 커지기 마련이지. 밖에 텐트를 쳐두고 있으면 무방비로 그 소음에 노출될 수 밖에 없고. 물론 캠핑장과 행사마다 매너타임이 있어. 매너타임이란 일정 시간 이후 외부 활동과 소음을 줄이고 캠핑객을 배려하는 시간이야. 이르면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 정도에 설정이 되어 있고, 화로의 불과 야외 조명을 끄고 각자 텐트로 들어가 조용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지.

매너타임이 없는 캠핑장도 있고 굳이 흥을 막지 않는 행사도 있어. 매너 타임 전에 텐트로 돌아가 차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을 수도 있는 거고. 3주 연속으로 단체 아웃도어 활동을 했던 나는 마지막 주에 몸살을 앓았어. 20km를 배낭을 진 채 진땀을 흘리며 걸어 겨우 야영장에 도착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복통과 근육통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라. 귀한 음식과 맛 좋은 술, 웃기는 얘기들을 뒤로하고 쓸쓸히 텐트로 돌아와야 했어.

이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보조배터리와 충전기, 이어폰과 이어플러그. 내가 흥이 식었을 뿐 남의 흥까지 식힐 생각은 아니잖아.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이 필요한 시점이야. 이는 이른 잠을 불러올 수도 있고, 깊은 잠을 도와줄 수도 있고, 자연 속에서 영화 한 편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할 테니까.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더라도 누구와 함께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 혼자서 산을 타면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지만 모험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게 돼. 늦은 시간까지 긴 산행을 한다거나 가본 적 없는 낯선 루트는 선택하지 않는 식이지. 그러나 친구들이 함께라면 달라. 앞서 씩씩하게 걷는 동료를 믿고 처음 걷는 길을 기쁘게 걸을 수 있어. 혹여나 해가 져도 흔쾌히 랜턴을 빌려주는 친구 덕에 야간 등산을 하게 되고. (헤드랜턴을 가방 맨 아래 넣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산 중턱에서 친구 걸 빌려 썼어) 몸이 좀 안 좋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길을 걸은 다음, 텐트에서 마음 놓고 앓을 수 있다고.

진짜로 좋은 것들도 있어. 필요하지만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고 있던 캠핑 장비 정보를 얻고, 특이한 재료와 다른 조리법으로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요리를 맛볼 수도 있어. 행사 주최 측에서 마련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야영장까지 찾아온 푸드트럭에서 맛집 음식을 사 먹고, 예약이 어려운 장소에서 캠핑을 즐기고, 사이트 바로 옆에서 가수가 노래를 불러주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아래 내가 다녀온 행사의 정보를 남길게. 내년 봄과 가을에도 계속 열릴 행사들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DSD CAMP (@dotslashdash)
영상 콘텐츠로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닷슬래시대시. 이름의 앞 글자를 따 만든 DSD 캠프는 푸드, 컬처, 아웃도어를 한데 모아 즐기는 캠핑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19개의 브랜드가 모여 충남 어은돌 해변 오토 캠핑장에서 열렸다.

먼뜰리 바이크 캠핑 (@monthly_bikecamping)
매달 자전거로 전국 각지를 찾아 캠핑을 떠난다. 자전거와 자전거에 실을 캠핑 장비만 있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 11월에는 눈 내린 선자령으로 여정을 앞두고 있다. 온갖 탐나는 자전거와 캠핑 장비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진까지 잘 찍는 라이더들 덕에 근사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아트워크트레일 (@artwalktrail)
안동, 봉화, 청송 세 번의 시리즈로 만들어져 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경북 북부의 산길을 걸어 조용한 시골의 야영장에 도착한다. 30~40km의 거리를 걷는 백패킹 행사로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지역 특산물로 구성한 웰컴 기프트와 캠핑 의자 빨리 펴기, 나의 캠핑 기어 사연 소개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