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칙칙한 30대 털보남도 밝고 화사한 카페에 가면 조금은 덜 불쌍해 보인다고 믿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한 공간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무채색의 공간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쨍한 원색은 원색대로,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는 파스텔 컬러대로 색이 품은 활기는 머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답답했던 기분도 산뜻하게 바꿔준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더욱 밝고 따뜻한 것들을 보고 싶어진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을 환하게 열어줄 생기 넘치는 장소에 머물고 싶다. 똑같이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고 시간 보내는 거, 이왕이면 기분도 사진도 화사하게 건질 수 있으면 좋으니까. 오늘은 컬러풀한 카페들을 소개한다. 한편으로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한편으로는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공간들이다. 맛과 멋은 기본이고 사진까지 예쁘게 나오는 서울의 스몰 카페 세 곳을 주목해 보자.
[1]
해그스
‘Have A Great Summer’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은 서촌 카페 해그스Hags. 작년 7월에 오픈한 해그스는 자매가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이 상징하는 싱그럽고 산뜻한 기운을 담은 공간이다. 뭐가 싱그럽고 뭐가 산뜻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일단 한 번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손님은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단다. “존재하는 모든 색을 다 끌어 쓴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공간 구석구석 파스텔톤 러버들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색감의 향연이다. 하늘색과 노란색의 주방 테이블과 카운터부터 여러 모양의 가구들과 컵, 코스터 등의 작은 기물들, 바닥과 천장을 잇는 민트색 기둥까지. 심지어 방문 당시 사장님이 쓰고 있는 모자도 아주 귀여운 파란색이었다. 밝은색을 많이 사용한 만큼 어느 하나 튀어 보이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조합을 구성하는 게 일이었겠다 싶다.
음료와 디저트 역시 맛과 비주얼 모두 훌륭하다. ‘피스타치오 크림 라테’는 은은한 단맛과 기분 좋은 고소함이 매력적인 음료. 시중에 나오는 피스타치오맛 아이스크림처럼 인위적인 느낌과는 다른, 미숫가루가 연상될 정도로 견과류의 고소함을 한껏 살린 맛이다. 좀 더 가벼운 음료를 찾는다면 ‘얼그레이 에이드’를 주문하자. 찻잎을 끓여 직접 만든 티 시럽에 레몬과 싱하 탄산수를 넣어 추운 날씨에도 상큼한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아, 옥수수 파이도 놓치지 마시길. 연유 베이스의 진한 크림이 입안에 퍼지는 가운데 아낌없이 넣은 옥수수 알갱이가 토도독 터지고 페이스트리는 바삭하게 부서져 세 종류의 식감이 재밌는 조합을 이룬다. 파이를 제외한 디저트 메뉴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주기적으로 재료가 변경되니 현재는 어떤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지 방문 전에 꼭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해 보자.
해그스
-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1 1층
- 영업시간 수-목 12:00-19:00 금-일 12:00-20:00 (월-화 휴무)
- 인스타그램 @hags_shop
[2]
뚜또 페르 뚜띠
마포구에서 작은 이탈리아를 만나고 싶다면 여기다. 이탈리아의 바 문화가 그렇듯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뚜또 페르 뚜띠Tutto per Tutti.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라는 상호처럼 남녀노소 다양한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커피와 술, 음식을 즐기는 친근한 동네 카페를 지향한다.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매장 내외부 벽면을 덮은 부드러운 노란색이다. 오후 볕이 비칠 때 황홀한 색감을 자랑하던 현지의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주인장은 이 빛바랜 옐로우 컬러야말로 이탈리아의 상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건물들의 색깔처럼 자연스럽고 빈티지하면서도 경쾌한 기운을 잃지 않는 이탈리안 스타일을 전달하기 위해 오렌지를 위시한 밝은 색상들도 곳곳에 채워 넣음으로써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주방을 채우는 기물이나 아기자기한 여러 장식품 역시 오랜 시간 이탈리아를 드나들며 수집한 것들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가진다. 뚜또 페르 뚜띠 역시 이탈리안 베이스의 식사용 샌드위치 ‘파니니’와 디저트 ‘파스티체리아’를 에스프레소, 칵테일과 함께 선보인다. 신선한 재료를 넣는 것뿐 아니라 요리에 활용되는 갖가지 식료품을 모두 이탈리아 현지에서 공수하는 만큼 실제로 이 가게를 찾는 이탈리아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물어보곤 한다. “여기 이탈리아 사람이 하는 가게입니까?”
어떤 파니니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모르타델라 스트라치엘라 에 바질페스토’라는 이름의 긴 메뉴를 선택했다. 바삭하지만 결코 질기지 않은 치아바타는 어쩜 이렇게 고소하고 담백한지. 넓적한 모양의 모르타델라 햄을 한 입 씹었을 때 올라오는 기분 좋은 짭짤함이 크리미한 스트라치엘라 치즈(부라타 치즈 속에 들어 있는 치즈)와 만나 극대화되는 가운데, 여기에 직접 만든 바질페스토까지 더해져 산뜻한 단맛까지 느낄 수 있다. 서비스로 내어주신 ‘주빠 토스카나’는 이탈리안 소시지와 베이컨에 감자와 케일을 넣어 만든 수프. 빵까지 넣어 주는 계절 메뉴인데 진한 국물 한 숟갈에 눈이 번쩍 뜨인다. 추운 날에 가시는 분들은 꼭 주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음식에 곁들인 커피는 카푸치노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고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린다. ‘카푸치노 위에는 시나몬이 국룰 아닌가?’ 싶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절대 그렇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뚜또 페르 뚜띠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149-16
- 영업시간 화-일 10:00-20:30 (월 휴무)
- 인스타그램 @caffe_tutto_per_tutti_
[3]
얀앤욘 줄여서 YaY
‘얀앤욘 줄여서 YaY’라는 범상치 않은 풀네임부터 이미 귀여운 인상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카페. ‘실’을 의미하는 yarn과 ‘하품’을 의미하는 yawn에서 따왔다. 직접 뜨개질해 만든 코스터나 키링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스펠링과 어감이 귀엽다는 이유로 이름을 붙였다고. yay는 ‘앗싸, 야호’처럼 기쁠 때 내는 소리로도 해석되니 이래저래 귀여울 운명의 가게인가보다.
내부 공간의 큐트지수(?)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각종 가구와 소품들을 둘러 보고 있으면 얀앤욘 사장님도 해그스 사장님 못지않은 파스텔 톤 러버일 거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손으로 그린 투박한 그림들과 색연필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 작은 인형들과 자체 제작 코스터까지 매장을 채우는 아기자기한 요소들. 두 면으로 크게 난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오후 볕은 샌드 컬러의 카펫이 깔린 아담한 공간을 한층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디저트 비주얼에 대한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산딸기치즈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라오자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동그란 산딸기 20개가 크림치즈와 딸기 퓌레를 섞은 시트에 알알이 박혀 있는 모습이란. 맨 아래층의 쿠키 크럼블은 산딸기의 상큼한 맛과 딸기 시트의 달콤한 요거트 맛에 고소한 맛으로 밸런스를 잡아준다. 크게 한 입 밀어 넣으며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보자.
산딸기치즈케이크만으로 아쉽다면 내친김에 산딸기 에이드까지. 직접 담근 산딸기 청에 시원한 탄산수를 붓고 산딸기 알갱이까지 넣었다. 유리잔 안으로 보이는 영롱한 붉은 빛을 구경하다 빨대를 훅- 빨아들이면 입안 가득 밀려와 톡톡 터지듯 씹히는 중독성 강한 산딸기 식감이 매력적이다.
얀앤욘 줄여서 YaY
- 주소 서울 마포구 대흥로21길 11 1층
- 영업시간 월-화, 목-일 12:00-19:00 (수 휴무)
- 인스타그램 @cafe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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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