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 간헐적 금연가 에디터M이다.
오늘 기사는 에디터H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에디터H는 어느날부턴가 화장실 한켠에 쌓여가는 빈 담뱃갑을 발견했다. 처음엔 생각했단다. 아빠는 왜 쓰레기를 안버리실까… 그런데 담뱃갑이 증식이라도 하는 걸까? 가지런히 세워둔 담뱃갑이 3개를 넘어서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 우리 아빠가 이걸 모으고 계셨구나.’
에디터H의 아버지는 정말 빈 담뱃갑을 모으고 계셨다. 왜냐고? 아버지는 나라가 붙인 혐오그림이 싫으셨거든. 새로운 담배를 사서 혐오그림이 없는 순결한 담뱃갑에 옮겨 담으셨던 알뜰함이란!
내가 잠깐 금연한다고 유난을 떠느라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다시 만난 담뱃갑은 낙인처럼 무시무시한 그림을 마빡에 붙이고 있더라. 그래서 골라보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드는 담배케이스를.
내가 담배 케이스를 고르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 무조건 가벼울 것. 노트북에 카메라에 전자책에 화장품에 내 가방은 이미 풀방이다. 둘, 담배를 소분하지 말 것. 흡연자들은 안다. 돗대의 소중함을. 담배가 떨어지면 한밤중에도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게 우리다. 담배는 소중하고 언제나 내 가장 가까이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눠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 케이스는 담배가 떨어질 때마다 채워 넣어야한다. 귀찮다. 담뱃갑 통째로 넣어 다닐 수 있어야 효율적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멋진 담배케이스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드디어 찾았다. 완벽한 담배 케이스를.
담스는 談(말씀, 담)에 ‘s’를 더해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뜻이다. ‘담배케이스’의 준말인 줄 알았는데, 충격. 이렇게 서정적인 뜻이었다니. 이 케이스를 만든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게 분명하다. 호기심이 생겨 무턱대고 메일을 보내 이것저것 물었다.
2012년에 생겼으니 벌써 꽤 됐다. 이정도 연차면 나라에서 담배에 혐오그림을 붙이니, 이 틈을 타서 크게 한 몫 챙기려는 곳은 아닌 게 분명하다. 시작은 단순하다. 담배케이스를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고.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벌써 보유하고 있는 담배케이스 특허만 30개가 넘는단다.
소재는 두꺼운 도화지 두께 정도의 플라스틱이다. 때가 타지 않는 소재라 혹시 오염이 되더라도 슥슥 닦아내면 그만이다. 이 케이스는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거라 그런지 자로 잰 것처럼 반듯하다기보단 핸드메이드의 멋이 살아있다. 뚜껑을 닫을 때, 뚝 하고 케이스가 닫힌다. 손맛이 살아있는 녀석이다.
케이스 안에 담배를 통째로 넣고 담배의 뚜껑을 열었다가 담스와 함께 닫아주면, 딸깍 소리와 함께 위쪽의 홈 부분에 담배 뚜껑이 고정된다. 이제 혐오그림은 안녕. 담스와 담배케이스가 한몸처럼 딱 붙는다.
블랙과 레드는 넘나 시크하다. 요즘 힙하다는 슈프림이 떠오르기도 하고. 헤헤. 취향을 타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이라 누구나 호불호 없이 쓸 수 있겠다.
촌스러운듯 정겨운 디자인. 안에 담배가 아니라 성냥이 있을 것 같은 약속 다방 케이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가 피웠을 것 같은 화랑 담배케이스. 보면 볼수록 넘나 정겨운 것.
난 간헐적 금연자라 담배케이스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얘는 예뻐서 괜히 갖고 다니고 싶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곤란한 놈이다. 모르겠다. 일단 가지고 다녀 봐야지.
담스는 현재 오브젝트 홍대점과 부산점에서 만지고 살펴볼 수 있다. 사용하던 담스를 매장에 직접 가져오면 AS도 가능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담스 웹사이트를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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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