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상상 이상의 예술적인 바이닐 5종

하트 모양의 바이닐을 당장 소장하고 싶어질 것
하트 모양의 바이닐을 당장 소장하고 싶어질 것

2023. 10. 31

안녕, 거의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객원 필자 남필우다. 디에디트를 위해 그간 쌓아놓은 이야기가 참 많다. 이야기보따리 안에는 그간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바이닐에 관한 썰도 있다.

어느덧, 바이닐 레코드와 턴테이블의 인기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느낌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보급형 턴테이블과 형형색색 알록달록 예쁜 컬러의 바이닐들의 등장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보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턴테이블은 필름 카메라와 더불어 감성적인 아날로그 취미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의 눈높이가 올라갔으니, 오늘은 조금 특별한 바이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여기에 언급되는 대부분은 한정판으로 발매되어 리셀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음반들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형태의 음반보다 ‘값어치’를 더할 어떤 요소가 있다는 뜻. 어디 가서 “이런 거 봤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기쁜 마음을 품고 시작한다.


[1]
Long Beach 2023
– Lana Del Rey

짠! 하트 모양이다! 사랑 그 자체다. 반투명 레드 컬러의 몽환적인 비주얼에 홀려 얼떨결에 턴테이블까지 구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음반에는 화이트 컬러의 턴테이블을 추천한다.)

‘라나 델 레이’의 2023년 발매 음반 [Long Beach 2023]으로 한 면에 1곡씩 총 2곡이 담겨 있는 7인치 싱글 앨범이다. 사실 이 음반은 2017년 라이프 스타일 패션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스 (Urban Outfitters)’가 5,000장 한정으로 독점 판매했었던 형태였다. 라나 델 레이는 2023년 새 앨범 홍보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팝업 행사를 열었고, 그 행사의 이름을 붙여 재발매를 한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들어?’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음반을 자세히 보자. 하트 모양 안쪽에 원형 라인이 보인다. 턴테이블 재생 시 바늘은 바이닐의 홈을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작점을 원형 안에만 넣으면 음반이 재생되는 데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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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의 음반 외에도 하트 모양 바이닐이 몇 개 더 있는데, ‘Girls’의 음반 [Lawrence, 2011] 역시 매력적인 레드 하트다. 그리고 영화 [La Boum OST]가 아주 예쁜 컬러의 하트 모양으로 발매됐다.


[2]
Peanuts Greatest Hits
– Vince Guaraldi 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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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표면에 대문짝만하게 선명히 인쇄된 음반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이렇게 표면에 그림이나 사진이 인쇄된 버전을 ‘픽처 디스크’라 부른다. 최근 들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긴 한데, 캐릭터를 과감하게 클로즈업해서 박아놓은 이 음반이야말로 단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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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마다 커버와 컬러의 변화를 주며 발매하는 TV 애니메이션 피너츠의 히트곡 음반.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흥겨운 재즈 선율이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 사랑받는 음반이다. 모두가 예상은 했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스누피 얼굴 버전은 상당한 금액대로 리셀이 되고 있다.


[3]
Guardians of The Galaxy Vol.2 Baby 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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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여워! 수염이 수북한 필자도 베이비 그루트를 보면 튀어나오는 말이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형태가 합쳐졌다고 보면 된다. 원형이 아닌 모양으로 커팅 되어 있고, 전면에는 인쇄가 되어 있다. 다만, 인쇄면을 제외하고는 투명 처리가 되어 있어, 더욱 캐릭터에 집중된다. 다만, 턴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갈 모습에 살짝 현기증이 날 것 같지만, 장시간 돌아가진 않을 거다. 왜냐면 한 면에 한 곡씩 총 2곡이 들어가 있는 형태니까. 미국의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 맞춰 한정판으로 선보였다(레코드 스토어 데이는 아래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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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업 OST]도 보기에 매우 예쁘다. 그러나 이같이 원형에서 많이 벗어난 형태는 회전 시 바람의 저항을 무시할 수 없어서 일정한 회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음감용보다는 소장용으로 더 포커싱된 바이닐이라고 할 수 있다.


[4]
Ghostbusters 30th Anniversary Vin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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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일반적인 컬러 음반으로 생각했다. 요즘 코카콜라 유리병 색이라고 강조하는 바이닐이 있는데 이 또한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 음반.. 무려.. 야광이다. 세상에나. 어릴 적 야광 초침이 있는 아빠 손목시계를 들고 옷장에 들어가 발광하는 빛을 보며 엄청 신기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신기한 걸 바라보며 흥분하는 건 마찬가지네.

마치 영화 속 ‘먹개비’를 연상케 하는 연두색이라 살짝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엄청난 매력이 있다. 근래 형형색색 컬러 바이닐이 등장한다지만, 개인적으로 형광이 제일 독특하지 않나 싶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1984> 30주년 기념 음반으로 ‘레코드 스토어 데이 2014 (Record Store Day)’에서 선보였던 앨범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레코드 스토어 데이’는 독립 레코드 매장의 오프라인 활성화를 목적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큰 레코드 페어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 레코드 페어’인 셈이다. 오프라인 우선 판매가 진행되고, 남은 물량이 온라인으로 올라온다. 그렇기에 행사를 위해 특별 바이닐을 만드는 게 행사의 특징이 되기도 했다.

야광 바이닐의 매력은 실제로 봐야 제맛이다. 다른 야광 음반으로는 빌리 아이리시의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와 RHYE의 [BLOOD REMIXED] 등이 있다.


[5]
Star Wars: The Force Awakens 2 Hologram Vin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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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까지 나온 마당에 더 독특한 게 있을까? 있다. 바로 홀로그램 되시겠다. 돌아가는 턴테이블 위에 홀로그램이 나타난다면 믿을 수 있나? 스타워즈의 발상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사실 홀로그램은 스타워즈의 상징과도 같다. 레고에서도 홀로그램 에디션이 나올 정도니까.

1977년에 처음 개봉했던 스타워즈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음반이다. 3장의 바이닐과 스틸 사진이 담긴 책자가 포함되어 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바이닐에서도 발견할 수 있던 이 보너스 턴테이블은 홀로그램을 위해 존재한다. 바이닐 위에 빛을 45도 각도에서 비추면 ‘데스 스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3D 홀로그램이 되어 나타난다. 마치 예전에 CD에 붙어있는 정품 인증 홀로그램 스티커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기분이다. 멍하니 홀로그램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와.. 이 음반은 가품이 나올 수가 없겠네.’

About Author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의 편집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한다. 자칭 실용적 낭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