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어떤 앱은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은 그런 앱을 소개할 거다. 솔직히 이걸 찾고 배가 아팠다. 이걸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데. 꺼이꺼이.
미안하다. 제목은 페이크였다. 이거 좀 잘 될 것 같다. 아니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앱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고자 잽싸게 소개해보련다. ‘비추’면 맥주가 보이는 앱, ‘렛시비어(LetSeeBeer)’다.
이건 딱 나를 위한 앱이다. 할인마트의 끝없이 늘어진 맥주 코너 앞에서 나는 신나면서도 동시에 울고 싶어지지. 배우고 또 배워도 새로운 맥주는 끊임없이 쏟아진다. 몇 개는 녹색창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지쳐서 아무거나 골라든다. 잘 읽히지도 않는 외국어를 하나하나 타이핑하기란 넘나 피곤한 것.
렛시비어는 타이핑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앱을 실행하고, 자리에 맞춰 맥주병이나 캔을 들이대면 끝. 렛시비어가 라벨을 인식하면, 맥주 주변에 정보가 뜬다. 여기서부터는 증강현실(AR)이다.
직접 사용해 보자. 마침 아직 집에 있던 맥주로 테스트를 해보기로 한다. 렛시비어를 실행하고, 아직 이름도 잘 모르는 미지의 맥주에게 다가간다. 맥주병 모양에 라벨을 맞추면 인식 완료.
맥주 라벨 위쪽으로 맥주의 국적, 종류, 알코올 도수가 동그란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맥주 주변엔 기존 사용자들이 올린 간단한 평이 해시태그 형식으로 보인다.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맥주 병모양을 따라 동그랗게 돌아가는 글자들이 꽤 근사하다. 보기 좋은, 잘 만든 앱이다.
이 맥주의 느낌적인 느낌을 알고 싶을 땐 해시태그를 참고하면 좋다. 누군가는 이것이 전문가가 각잡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서, 그냥 단순히 말장난일 뿐이고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트 진열대 앞에서 누군가의 심도 있는 맥주 리뷰를 읽고 있을 시간과 여유는 나에게 없다. 쇼핑은 빛보다 빠르게! 쇼핑은 느낌 오는 대로 빠르게 해야한다. 그럴 땐 이렇게 직관적인 단어가 더 편리하다. 앱을 켜고 맥주 라벨을 인식하고, 맛있겠다 싶으면, 카트로 직행. 어떤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물론 자세한 설명도 볼 수 있다. 5점 만점으로 표시하는 별점도 보이고, 사용자별 평점도 볼 수 있다. 내가 평점을 추가할 수도 있다.
[처음엔 라벨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 하고, 비슷한 것들 중 고르게 했다. ]
사용하다 보니 몇 가지 불편한 점도 있다. 라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앱이 갑자기 꺼진다거나, 라벨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아직은 맥주 라벨을 인식해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게 이 앱의 거의 모든 기능이지만, 꾸준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이 마셨던 맥주를 아카이브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필요할 것 같다. 부디 무럭무럭 잘 크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해서 우리나라의 레이트비어(RateBeer)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아주 사적인 바람이다.
렛시비어(LetSeeBeer)
Point – 마트를 헤매는 맥덕들을 위한 안내서
Price – 무료
Download – Play Store Click! / App Store Click!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