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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만 봤어요, 장마 대비 패션 아이템 5

신발부터 향수까지 몸도 마음도 덜 꿉꿉하게 만들어줄 아이템
신발부터 향수까지 몸도 마음도 덜 꿉꿉하게 만들어줄 아이템

2023. 07. 10

안녕. 맑은 하늘을 사랑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당분간 내 기분은 울적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인 만큼 좀처럼 파란 하늘 볼 일이 없을 테니까. 역대급으로 긴 장마가 올지도 모른다는 반갑지 않은 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장바구니에 열심히 물건을 담는 것뿐이다. 비가 와도 외출할 일은 계속 생기고, 이왕 나가는 거 평소와 다르지 않게 열심히 꾸미고 싶다.

올여름 장마를 무사히 지나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신발부터 향수까지, 몸도 마음도 덜 꿉꿉하게 만들어 줄 종류별 장마 대비 패션 아이템이다.


[1]
신발

Plastic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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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sticana

한여름에도 샌들을 신지 않는다. 내 눈에는 하나도 안 예뻐 보인다. 크록스나 여타 슬리퍼도 없다. 집 앞이라면 모를까 외출할 때는 불편해서 못 신겠다. 문제는 장마철이다. 발이 더운 건 모르겠지만 신발 안으로 빗물이 들이닥치는 순간 걸음걸음이 고통이 되니까. 결국 장화밖에 답이 없나? 지독하리만큼 범용성을 따지는 나에게 일반적인 레인부츠는 가성비 떨어지는 아이템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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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sticana

Plasticana의 클로그 슈즈라면 나 같은 가성비무새도 입 닫게 만들 것 같다. 그 자체로 예쁘고, 데님부터 치노와 스웻 팬츠까지 두루두루 어울릴 게 뻔하며, 가드닝에 적합한 제품인 만큼 방수 기능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100% 재활용 가능한 Hemp Plastic(대마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친환경 제품. 대마의 설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모카 계열의 색감과 오묘한 패턴은 데일리 슈즈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사실 장마는 핑계일 뿐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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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sticana

  • Gardana Clog – Chanvre 8만 3,000원

[2]
바지
마티스 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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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스 더 큐레이터

내 옷장에 반바지는 하나뿐이다. 3년 전 유니클로에서 산 2만 원짜리 운동복. 달리기할 때 입으려 샀고 달리기를 안 하는 지금은 집에서 혹은 동네 슈퍼 나갈 때만 입는다. 외출복으로는 긴바지만 고집한다. 다리를 드러내는 게 싫기 때문이다. 두께가 얇다. 색깔은 하얗다. 근데 털은 수북하다. 더워도 습해도 꼴 보기 싫은 다리를 내놓고 다니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20대 초반 이후로 매년 그랬는데, 점점 비 오는 날이 많아질수록 자꾸만 반바지에 눈길이 간다. 저 바지는 적어도 밑단이 다 젖어버릴 일이 없겠군. 미치도록 습한 날에도 하체만큼은 시원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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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스 더 큐레이터

만약 다년간의 고집을 깨고 반바지를 시도해야 한다면, 그 주인공은 버뮤다팬츠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기장과 바람 한 번 기똥차게 통할 것 같은 넓은 통이 특징인 바지다. 예전 같았으면 아저씨도 아니고 저게 뭐냐 싶었겠지만 빼도 박도 못하는 아저씨가 된 지금으로서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만드는 마티스 더 큐레이터의 데님 팬츠를 담아 본다. 어두운 인디고 컬러가 어느 톤의 상의와도 이질감 없이 어울릴 것 같다. 위에서 소개한 Plasticana 클로그 슈즈와 길게 올라오는 흰 양말에 매치하면 아저씨티를 조금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두꺼워 보이지만 10온스, 7수 원단을 사용해 한여름까지 착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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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스 더 큐레이터

  • BERMUDA DENIM PANTS INDIGO 12만 9,000원

[3]
향수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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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icine Universelle Buly 1803

비 맞아서 몸이 젖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물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게 아닌 이상 나 혼자 찝찝하고 말 뿐이니까. 하지만 냄새는 다르다. 꿉꿉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불쾌한 냄새는 내 옆 사람의 기분까지 건드린다. 장마철마다 주변에 사람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 꿉꿉한 향을 없애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나, 사실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므로 대안을 찾는다. 열을 열로써 물리치듯 향으로 향을 덮는, 일명 이향치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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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icine Universelle Buly 1803

깨끗이 옷을 세탁하고 뽀송하게 건조까지 마쳤으면 이제 향수를 뿌릴 차례다. 어떤 향을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터. 지나치게 달달한 과일 향이나 무거운 레더 향 같은 경우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니 시원한 여름비의 싱그러움을 살려줄 그린 계열 향으로 선택해 보면 어떨까. 워터 베이스 향수를 만드는 프랑스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시그니처 ‘리켄 데코스’를 장바구니에 담아보자. 야생 이끼와 갈바늄, 제라늄 에센스가 어우러져 안개를 한껏 머금은 젖은 숲의 공기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지속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지만 후각이 민감해지는 장마철에는 코를 찌르는 강력한 향보다 은은하게 퍼지는 부드러운 향이 적합할 테다. ‘숲’과 ‘계곡’, ‘스코틀랜드’ 따위의 표현들을 읽다 보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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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icine Universelle Buly 1803

  • 오 트리플 리켄 데코스 23만 원

[4]
가방
에메모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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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모가든

백팩을 메고 다니는 일은 얼마간의 서러움을 동반한다. 열은 열대로 오르고 비는 비대로 쏟아지는 한여름엔 더더욱. 아무리 큰 장우산을 써도 집에 돌아와 보면 가방 겉면이 무조건 젖어 있고,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등허리에는 땀이 흥건하다. 작고 가벼운 다른 가방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건, 매일 같이 노트북과 기타 전투용(?) 장비를 이고 지고 다녀야만 하는 디지털 노마드(라 쓰고 보부상이라 읽는 사람)의 한계다. 방수가 되고, 가벼우면서, 거기에 편하고 예쁘기까지 한 백팩을 찾아 헤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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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모가든

한동안 마음에 드는 백팩이 없었는데 에메모가든을 발견했다. 가방을 중심으로 일상과 여행을 아우르는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어딘가 참새가 연상되는 간결하면서도 귀여운 실루엣에 몸체 중앙에 달린 카라비너와 스트랩이 평소 내가 즐겨 입는 캐주얼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 같다. 생활 방수가 가능하고, 85 사이즈 기준으로 무게가 260g 밖에 안 나가는데, 13인치 맥북 수납이 가능한 내부 포켓에 5개의 추가 포켓까지 있으니 일단 찜해놓을 수밖에. 틸 그린・틸 네이비・틸 오렌지 세 컬러 다 매력적이지만 현재는 틸 오렌지만 구매할 수 있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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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모가든

  • mmo backpack nylon peach / teal orange 8만 7,000원

[5]
우산
Fresh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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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shService

우산을 안 들고 나가는 날에는 꼭 비가 내린다. 급하면 하는 수 없이 편의점이나 지하철역 주변에서 5천 원을 주고 산다. 그렇게 집 한쪽에는 똑같이 생긴 우산이 수북이 쌓였다. 이 우산 무덤이야말로 K-엄브렐라 국룰인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신경 써서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우산 무덤을 이루는 우산 중 딱 하나만큼은 예쁘고 튼튼한 걸로 확보해 두면 좋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서 차려입었는데 고작 우산 때문에 스타일링에 균열이 가면 별거 아니라서 더 짜증 날 테니까. 장마철에는 매일 같이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도 무시 못 한다. 게다가 누군가가 내 우산을 자기 우산인 줄 알고 집어 갈 불상사를 피하려면 고만고만한 편의점 우산과는 차별화를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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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shService

칙칙한 검은색 제외하고, 휴대가 용이한 깔끔한 디자인의 접이식 우산을 찾다가 일본 브랜드 프레시 서비스의 제품을 찜했다. 세련된 카키색 배경에 심플한 텍스트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손잡이에 달린 버튼으로 원터치 자동 개폐가 가능하다는 점에 꽂혔다. 손에 무리하게 힘을 줘가며 접고 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 만큼 꽤 유용한 기능으로 보인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살짝 휘어진 형태의 그립으로 제작한 손잡이 끝부분도 편리성을 높인 디테일.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뛰어나 보이는 만큼 앞으로 10년은 장마철마다 끄떡 없이 사용할 수 있기를.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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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shService

  • FOLDING UMBRELLA (KHAKI) 7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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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