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지 수집가 객원필자 손현정이다. 내 옷장을 보면 절반이 하의일 정도로 바지가 많다.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발견하면 깔별로 사기도 하고, 힙한 바지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에는 상의는 깔끔하게, 하의는 과감하게 입곤 한다. 오늘은 바지를 향한 나의 사랑을 듬뿍 담은 글을 썼다. 여름에 입기 좋은 바지 여덟 개를 소개한다.
[1]
마조네
N.Wide Cargo Pants_Blue
마조네(ma journée)는 ‘나의 공간’이라는 의미다. 2019년 박정훈, 윤채민 디자이너가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대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여성들이 사는 공간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만들자는 취지로 런칭했다.
내가 생각하는 마조네의 강점은 색감이다. 따뜻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컬러로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색감을 뽑아낸다. 그중 내가 추천하는 제품은 맑고 은은한 라이트 블루 컬러의 ‘N.Wide Cargo Pants’. 요즘 트렌드에 따라 로우라이즈 팬츠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데, 로우라이즈라고 다 같은 로우라이즈가 아니다. 로우라이즈 팬츠는 골반에서부터 엉덩이까지 너무 붕 뜨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릴 때 가장 예쁘다. 마조네 카고팬츠의 핏이 딱 그렇다. 세로로 길게 박음질 되어 와이드 핏이지만 너무 부해 보이지 않고, 바지 밑단 스트랩으로 원하는 핏을 연출할 수 있다. 허리춤에 부착된 강렬한 핑크 컬러의 택은 귀여운 포인트가 된다. 구매는 [여기].
- N.Wide Cargo Pants_Blue 17만 4,000원
[2]
앤더슨 벨
Pin Stripe Tailored Cargo Pants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브랜드, 앤더슨 벨. ‘앤더슨(Andersson)’은 스웨덴의 흔한 성 중 하나이며, ‘벨’은 한국 전통 사원을 상징한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문화를 한국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2014년부터 꾸준히 주가를 올려왔다. 개인적으로 런칭 초기에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가격이 오르더니 퀄리티도 좋아졌다. 아더 에러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으로 인지도 높은 브랜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방면에서 완성도 높은 카고 팬츠를 찾는다면 ‘Pin Stripe Tailored Cargo Pants’가 좋겠다. 로우라이즈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세미 로우웨이스트로 속옷이 보일 걱정 없는 적당한 밑위 기장과 적당한 와이드 핏. 카고팬츠는 다리 옆 선에 두께감 있는 주머니가 달려있으면 부해 보여서 핏을 망치는데, 이 바지는 적당한 두께의 주머니가 비스듬히 달려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차려입은 듯하면서 힙해 보이고 싶은 사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특이한 카고팬츠를 찾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구매는 [여기].
- Pin Stripe Tailored Cargo Pants 42만 5,000원
[3]
르바
Digital Print Relax Denim
L.E.V.A.R, 르바. 2020년 강은정 디렉터가 런칭한 르바는 그녀가 좋아하는 알파벳 다섯 글자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알파벳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과정에는 디자인부터 원단까지 ‘좋은 것을 고르는 힘’의 중요성을 믿는 디렉터의 마음이 담겨있다. 원단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 덕분인지 품질과 디테일, 완성도가 남다르다. 슬로건인 ‘WHENEVER’에 맞게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언제나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를 찾는다면 베이직한 핏의 ‘Digital Print Relax Denim’은 어떨까. 오랫동안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잡힌 듯한 주름과 독특한 빈티지 워싱 디테일은 디지털 프린팅 기법을 사용했다. 물과 화학 약품이 필요한 화학적 워싱 기법과는 달리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데님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뒷주머니. 주머니가 두 겹 덧대어진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밑단으로 바닥 청소하는 기장을 좋아하는 나 같은 취향이라면 허리 사이즈를 한 치수 사서 골반에 걸쳐 입는 것을 추천한다. 한남동 인근에 쇼룸이 있으니 직접 입어 핏을 보자. 르바의 디테일을 본다면 자연스럽게 카드를 긁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구매는 [여기].
- Digital Print Relax Denim 19만 8,000원
[4]
더뮤지엄비지터
Heart Destroyed Denim Pants
더뮤지엄비지터는 마치 예술 작품을 파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들의 옷을 보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내면서도 그 스타일에 갇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느낌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자연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브랜드, 그게 더뮤지엄비지터다.
더뮤지엄비지터의 대표 박문수가 뉴욕에 머물던 시절,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관에 가는 게 일상이었다. 해외 여행할 때 꼭 그 나라의 박물관을 찾아다녔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그가 바로 ‘더 뮤지엄 비지터’였던 것이다. 2023 S/S는 여름의 산뜻함과 에너지를 담은 그래픽과 다채로운 컬러를 활용한 옷들로 가득하다.
디자인이 독특해서 선뜻 구매하기 부담스러웠다면 ‘Heart Destroyed Denim Pants’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하트 모양으로 찢어진 포인트가 사랑스럽다. 디스트로이드 진은 입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찢어지곤 하는데,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커다란 하트 모양으로 박음질되어 있다. 입을수록 매력적인 하트 디스트로이드 진 구매는 [여기].
- Heart Destroyed Denim Pants 22만 5,000원
[5]
세릭
Destroyed White Jeans
편안한 스트리트 웨어를 만드는 브랜드 세릭은 2021년 여름 탄생했다. 자연, 사물, 감정 등 경계 없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런칭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뉴진스, 여자아이들 등 요즘 핫한 셀럽들이 찾아 입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릭은 진정한 바지 맛집이다. 그중에서도 ‘Destroyed White Jeans’를 추천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과감한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바지를 끌고 다니며 바닥 청소하는 길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새 바지의 밑단이 헤지는 건 걱정되긴 한다. 그러나 이 바지는 그런 걱정 필요없다. 애초에 밑단이 예쁘게 찢어져있으니까. 룩북처럼 어떤 상의와 매치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무드로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화이트 컬러가 부담스럽다면 데님 디스트로이드 진도 있으니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매는 [여기].
- Destroyed White Jeans 14만 9,000원
[6]
위메농(oui mais non)
Martin pinstripe slacks
위메농은 ‘비슷한 것 같지만 아닐 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메농이 보여주는 것이 다른 패션 브랜드와 비슷할 수는 있지만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위메농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디자인은 대체로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베이직한 아이템이야말로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색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돌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셀럽이 즐겨 입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혼식장처럼 격식 있는 자리에서 입을만한 고급스러운 바지를 찾는다면 ‘Martin pinstripe slacks’를 추천한다. 화이트 컬러에 다리가 길어 보이는 세로 스트라이프, 앞턱 디테일로 더욱 고급스럽다. 속바지가 한 겹 겹쳐져 속옷이 비칠 걱정 없어 좋다. 기장이 긴 편이라 굽이 있는 구두와 함께한다면 다리가 두 배로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앞 턱 디테일로 골반과 허벅지 부분은 펑퍼짐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골반이 넓거나 항아리 핏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구매가 꺼려질 것이다. 구매는 [여기].
- Martin pinstripe slacks 14만 원
[7]
로우클래식(low classic)
LC BANDING PANTS
로우클래식은 2009년에 런칭한 브랜드로, 지금까지 소개한 브랜드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다. 로우클래식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가치관 때문일 것이다. 로우클래식 이명선 디자이너는 말한다. 과거에는 옷을 만들 때 ‘언제 입으면 좋을지’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의 개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시간이 흘러도 어색함 없는 디자인에 옷의 변형이 적어서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다.
바스락거리고 시원한 모달 혼방의 나일론 팬츠는 특히 여름에 인기가 많다. 그중 편안하면서도 색감이 예쁜 밴딩팬츠를 찾는다면 ‘Lc Banding Pants’는 어떨까. 로우클래식의 밴딩팬츠는 색감과 고급스러운 질감이 남다르다. 라벤더를 한 방울 섞은 듯한 연핑크 빛의 오묘한 색감과 몸 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핏이 완벽하다. 구매는 [여기].
- Lc Banding Pants – Pink 15만 8,000원
[8]
김미더영(gimmetheyoung)
G_Ribbon Slit Pants
김미더영은 이름 그대로 ‘젊음’을 추구한다. 젊음을 추구한다고 해서 매 시즌 트렌드만 좇아 다음 해에는 입지 못할 옷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자유롭고 스트릿한 무드가 강하면서도 스타일링에 따라 페미닌하게도 코디할 수 있다는 점이 그들이 추구하는 젊음이니까. 김미더영은 일상적인 실루엣에 독특한 디테일을 결합한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예를 들어 김미더영의 시그니쳐 디테일 ‘셔링’이 그렇다. 반팔 티셔츠, 후드티, 바지 등 다양한 제품군에 셔링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셔링이 들어간 옷은 러블리한 느낌을 강하게 더해주는데, 김미더영의 셔링은 볼륨감을 살려 힙하게 표현한다.
나는 ‘G_RIBBON SLIT PANTS’를 강력히 추천한다. 보기엔 평범한 루즈핏 스웻팬츠처럼 보이지만 디테일을 보면 무엇이 남다른지 알 수 있다. 사이드 슬릿에 리본 디테일이 예술적이다. 서 있을 때 보다 앉았을 때 슬릿이 시원하게 트이는 섹시함, 보일 듯 말듯한 리본이 귀여움이 공존한다. 총장이 98cm로 길지 않아 로우라이즈처럼 살짝 내려 입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편안하면서도 패셔너블해보이고 싶다면 구매는 [여기].
- G_Ribbon Slit Pants 13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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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정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는 박찬호급 투머치토커. 장래희망은 투머치라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