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초록에 미쳐보자, 그린 컬러 아이템 5

여름엔 역시 그린이지
여름엔 역시 그린이지

2023. 07. 02

안녕. 계절에 맞게 화사한 분위기 좀 내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화사한 분위기를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화사한 색깔을 활용하는 것. 어둡고 칙칙한 아이템은 벗어던지고 여름을 닮은 산뜻한 초록을 온몸에 두르면 나처럼 세파에 찌든 털보 아저씨도 조금은 밝아 보이지 않을까?

다섯 개의 패션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가방, 모자, 티셔츠, 양말, 신발까지 여름 스타일링에 활용하기 좋을 매력적인 그린 컬러 아이템이다.


[1]
에코백

Kompakt Record Bar

© Kompakt Record Bar
© Kompakt Record Bar

나는 에코백을 자주 멘다. 잔뜩 힘주고 멋 낼 가방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에코백이 가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덕에 즐겨 찾게 된다. 정장만 아니면 웬만한 스타일에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다만 너무 얇은 면을 쓴 가방을 메다 보면 짜증 날 때가 있다. 맥 없이 축 늘어지는 모습이 꼴 보기 싫거니와, 그래도 그렇지 가방 안에 든 내용물을 1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조금 더 탄탄하고 모양도 잡히는 캔버스 백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가볍게 툭 걸쳐도 포인트가 되어줄 밝은 컬러와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가 들어간 디자인이라면 더 좋겠지.

© Kompakt Record Bar

봄부터 여름까지 주구장창 들고 다니고 싶은 콤팩트 레코드 바의 토트백. 콤팩트 레코드 바는 국내 로컬 DJ 씬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DJ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최진무 대표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서울 신사동과 성수동에 자리한 레코드 바 매장부터 티셔츠와 모자를 비롯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까지, 음악과 패션에 관심 많은 힙스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연둣빛 섞인 오묘한 그린 컬러 바탕에 어디에 새겨놔도 매력적인 로고 그래픽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가벼운 외출부터 해외여행까지 어디든 휘뚜루마뚜루 들고 나가기 좋을,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괜히 LP나 CD 하나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 KRB Logo Tote Bag – Green 6만 9,000원

[2]
모자

WESTERN HYDRODYNAMIC RESEARCH

reWHR 1 © WESTERN HYDRODYNAMIC RESEARCH

모자는 나의 영원한 짝사랑이다. 자주 쓰고 싶고 많이 사고 싶지만 좀처럼 어울리지 않으니 친해질 기회가 오지 않는다. 평소에 쓰는 모자는 딱 하나뿐. 뉴욕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쿼터스낵스(Quartersnacks)에서 만든 ‘The 40-Year-Old Skater’라는 캡이다. 지난해 편집숍 스컬프스토어에서 운명처럼 만났다. 넉넉한 폭과 너비, 심플하지만 위트 있는 문구 덕에 무사히 헌옷수거함과 당근마켓 모두 피할 수 있었다. 난 모자에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괴팍한 두상도 관대하게 품어줄 깊고 넓은 사이즈와 안쓰러운 낯빛을 밝혀줄 산뜻한 컬러면 충분하다.

reWHR 2-side © 스컬프스토어

스컬프스토어에서 또 하나 발견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서핑 문화를 기반으로 출발한 브랜드 ‘Western Hydrodynamic Research’의 모자. 청록빛을 띠는 컬러 바탕에 실제 연구소인가 싶은 재미난 브랜드명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스트랩이나 스냅의 자리를 흰색 로프가 대신한다. 상세 이미지로 미뤄 봤을 때 폭과 너비 둘 다 여유로워 보이는데… 일단 장바구니에는 담았다. 서교동이나 한남동 매장에 들러서 시착해보면 알 수 있겠지. 구매는 여기에서.

© 스컬프스토어

  • PROMO HAT GREEN 13만 원

[3]
티셔츠

아웃스탠딩

© 아웃스탠딩

블랙・그레이・네이비. 세 가지 색상 외에는 좀처럼 티셔츠를 고르지 못하던 꽉 막힌 시절이 내게도 있다. 그땐 툭하면 ‘무난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라는 핑계를 갖다 댔다. 그냥 칙칙하고 답답해 보이기만 한다는 것도 모르고. 이제는 산뜻한 컬러의 옷에 더 눈길이 간다. 요즘처럼 기온이 올라가고 햇빛이 강해지는 날씨에는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잘 골라도 싱그러운 계절감을 살릴 수 있으니까.

out © 아웃스탠딩

아웃스탠딩의 하프 슬리브 스웨트는 여름의 짙은 녹음을 닮았다. 너무 쨍한 초록은 부담스럽다 싶은 이들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딥 그린 컬러가 매력적이다. 이름에 ‘스웨트’가 들어가는 데서 알 수 있듯 흔히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스웨트셔츠의 반팔 버전으로, 그만큼 장단점이 확실하다. 탄탄하고 두툼한 소재 덕에 빈약한 체형이 자연스럽게 보완되는 여름옷이 절실한 사람이라면 이 티셔츠의 존재가 반가울 거다. 내구성을 높인 넥 라인 역시 쉽게 늘어나는 헐렁한 넥 라인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무시 못 할 장점이고. 얇고 여리여리한 실루엣에 통기성이 좋아 한여름까지도 거뜬한 티셔츠를 찾고 있다면 패스할 것. 구매는 여기에서.

  • V.S.C HALF SLEEVE SWEAT (HUNTINGTON) GREEN 5만 9,000원

[4]
양말

EPT

© EPT
© EPT

한때는 발목 양말만 신었다. 운동화 위로 살짝 올라온 양말이 멋이라고 믿었다. 한때는 페이크 삭스를 신었다. 신발 위로 양말이 보이는 순간 그날의 스타일은 망쳤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블랙과 네이비 양말만 신었다. 튀는 느낌 없이 깔끔한 게 장땡인 줄 알았지. 이제는 맨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양말만 신는다. 색상은 상관없다. 화이트・블랙・네이비・레드・블루・그린 뭐가 됐든 스타일링에 따라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적절히 판단하려 한다(물론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reEPT 3 © EPT

다만 봄-여름에는 되도록 밝은색으로 신는다. 싱그럽고 화사한 날씨에 칙칙함을 끼얹는 건 유죄라는 마음으로. 만약 기장이 긴 바지를 입어 양말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 앉을 때마다 바짓단을 치켜 올려 부러 보여줄 때도 더러 있다. 풋웨어 브랜드 EPT의 로고 삭스를 신는 날에도 그럴 것이다. 카페에 앉아 있을 땐 무조건 한쪽 다리를 꼰 채로 이 선명한 그린 컬러와 촘촘한 세로줄 패턴을 자신 있게 드러내야지. 심플한 로고까지 보여주고 싶은 날에는 아예 바지 밑단을 롤업 해도 좋겠다. 사람들이 얼마나 신경 쓴다고 그렇게까지 하냐 싶겠지만, 내 기분이 달라지니까 별수 없다. 예쁜 양말 신어본 사람은 안다. 구매는 여기에서.

  • LOGO SOCKS(Green) 1만 원

[5]
스니커즈

뉴발란스

© 뉴발란스
© 뉴발란스
© 뉴발란스

말은 쉬워도 구현하기는 참 어려운 ‘꾸안꾸’ 룩. 어떤 아이템을 걸쳐야 꾸안꾸의 ‘ㄲ’이라도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질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뉴발란스다. 나에게 뉴발란스의 스니커즈는 단정함과 투박함, 드레시와 스포티, 젠틀맨과 시티보이 사이 어딘가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말하자면 스타일링 마스터키 같은 존재처럼 느껴지니까.

이번에는 경쾌한 섬머 캐주얼 룩을 상상하며 M2002RHB 모델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2010년에 처음 출시했던 MADE 라인 MR2002 모델의 라이프스타일 버전이란다. 짙은 그린 컬러의 스웨이드 소재가 오프화이트 컬러 아웃솔과 어우러지며 빈티지 무드를 물씬 풍긴다. 밝은 색상을 써도 지나치게 튀거나 화려한 방향으로 만들지 않는 점도 뉴발란스의 매력이지. 만약 구매하게 된다면 위에서 소개한 WHR의 청녹색 모자와 함께 깔맞춤하고 싶다. 넉넉한 실루엣의 오픈 칼라 셔츠와 베이지 치노 팬츠를 입고서. 이 정도면 꾸안꾸에 성공할 수 있을까? 구매는 여기에서.

  • M2002RHB 14만 9,000원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