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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버거시대의 핫루키, 슈퍼두퍼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수제버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수제버거

2023. 06. 09

안녕, 에디터B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버거는 완전 식품이라고. 고기 패티가 단백질을, 상추, 토마토가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번이 탄수화물을 제공한다. 이토록 균형잡힌 음식이 어찌 완전 식품이 아닐 수 있을까.

나는 한때 치킨에 미친 치킨 킴이었다가 요즘엔 버거 킴으로 활동하고 있다. 버거를 많이 먹다보니 나름 선호하는 버거 스타일이 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진한 육향과 짠맛이 도드라진 패티, 부드러운 번이 조화로운 버거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오늘 소개할 슈퍼두퍼.

슈퍼두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생의 브랜드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이름을 날리던 브랜드가 bhc그룹과 계약을 맺고 글로벌 최초로 한국으로 진출했다. 어느덧 6개월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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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에 강남점을 오픈한 이후 슈퍼두퍼는 하나둘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홍대점을, 그리고 6월에는 따끈따끈하게 코엑스 스타필드점을 오픈했다.

코엑스는 의외로 수제버거 격전지다. 네이버지도에 ‘코엑스 버거’를 검색하면 네임드 버거가 포진해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곳에 3호점을 오픈했다는 건 자신감의 또다른 표현이다. 슈퍼두퍼 코엑스점을 발빠르게 다녀왔는데 매장 방문기를 전하기 전에 슈퍼두퍼 메뉴를 몇 가지 추천해보려고 한다. 뭐가 맛있는지 알면 매장을 둘러보는 게 더 재밌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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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꼬르동 블루 버거다. 치킨버거다. 큰 사이즈의 치킨 패티가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고, 그 위로는 적채, 당근 라페, 프릴아이스가 차분히 올라가 있다. 꼬르동 블루 버거의 핵심은 이탈리아 자연산 모짜렐라인데, 이렇게 봐서는 치즈가 보이지 않는다. 치킨 패티 안에 숨어 있으니까. 치킨의 보호 아래에서 치즈는 쉽게 굳지 않고 잘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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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미니멀한 버거를 좋아하는 편이다. 빵, 패티, 소스 끝 이런 거. 하지만 꼬르동 블루 버거를 먹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많은 재료도 잘만 섞으면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리는구나(잘 섞는다는 게 어려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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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라는 음식을 아주 단순히 말하면 패티와 채소의 비율로 결과물을 내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육향이 잘 드러나게 채소로 살짝 누를지 아니면 고기 맛을 살리기 위해 아예 채소를 빼버릴지. 미세한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버거의 세계! 하지만 꼬르동 블루 버거는 어느쪽도 아니다. 모짜렐라가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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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렐라의 존재감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 모짜렐라 중심으로 판이 짜여졌다. 치즈를 씹으며 관통할 때 앞니 끝으로 전해지는 식감 덕분에 1차로 기분이 좋아지고, 바삭한 치킨 패티와 채소의 궁합 덕분에 2차로 기분이 산뜻해진다. 채소 4인방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적양배추, 당근라페, 프릴아이스, 오이피클 4종의 식감이 각각 다르다보니 씹는 느낌이 경쾌하다. 치킨 패티는 닭가슴살 인데 퍽퍽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연하고 부드러울 뿐이다. 덕분에 모짜렐라 치즈와 잘 어울린다. 소스는 새콤한 편이다. 꼬르동 블루 버거는 그 이름처럼 고급 요리 같은 버거다. 느끼하고 헤비한 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꼬르동 블루 버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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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두퍼답게 번이 정말 맛있었다. 자체 개발한 번인데 맛있는 번은 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나처럼 버거 리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번만 뜯어 먹을 일이 없겠지만, 슈퍼두퍼에 간다면 한번쯤 시도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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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추천하는 메뉴는 에그 온 버거 세트다. 슈퍼두퍼의 장점 중에 하나는 세트 메뉴 구성이 좋다는 것. 버거 단품 가격에 1만 900원만 추가하면 슈퍼프라이즈, 애플 코울슬로, 탄산음료 무한 리필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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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브랜드 이름이 들어가면 시그니처가 아닌가. 미국에서는 갈릭 프라이즈가 시그니처라고 하던데, 한국에서는 슈퍼프라이즈가 대표 사이드 메뉴다.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프라이즈로 볼로네제 소스가 감자튀김 위에 올라갔다. 볼로네제 소스라고 말하지만 파스타의 소스와는 다르다. 타코에 올려 먹으면 딱 좋을 맛. 무겁지 않고 경쾌한 볼로네제 소스다. 웬만한 탄수화물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백종원 만능 소스 같은 느낌. 단품으로는 5,900원. 슈퍼 프라이즈 외에 스위트 포테이토 프라이즈도 인기가 많은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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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코울슬로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의 사이드다. 사이드 딱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애플 코울슬로를 추천한다. 사과, 적채, 샐러리를 상큼하게 버무렸는데, 사과의 시원한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가, 샐러리의 쌉싸름한 단맛이 바로 뒤이어 따라온다. 입안에서 상큼함이 팡팡 터진다. 나도 모르게 침샘이 다시 한번 부스트업된다. 사이드계의 사기템 수준이다. 완벽히 리프레쉬된다. 단품 가격은 4,900원. 버거에 들어간 채소를 먹었을 때도 느꼈지만 사이드에서도 역시 채소가 신선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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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를 다루었으니 이제 버거 얘기를 해보자. 에그 온 버거는 싱글패티, 프릴아이스, 토마토로 구성된 기본 버거에 계란이 올라가는 구성이다. 계란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반숙 계란 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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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다. 뒤집혀진 번 위로 귀여운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진 한 번 찍고 그대로 계란 후라이 위에 덮으면 된다.

슈퍼두퍼답게 소고기 패티의 육향이 진하고 육즙이 가득하다. 패티는 적당히 두꺼우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탄성을 지녔다. 너무 쉽게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밸런스 좋은 패티다. 패티 위로는 베이컨을 올려서 짭짤한 맛을 더했고 바로 그 위로는 갈릭소스를 얹어 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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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룡점정은 역시 계란 노른자. 노른자가 흘러내리며 다른 재료를 스르륵 코팅해주는데 노른자 하나로 버거의 레벨이 두 단계는 더 올라간 느낌. 노란자의 호위 아래 모든 재료가 또 한 번 섞인다. 버거의 레벨업을 위한 가장 쉬운 각성제는 계란 노른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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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슈퍼두퍼의 패티는 육즙이 풍부한 편인데 노른자 덕분에 더 쥬시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소고기는 미국 natural beef 인증 받은 재료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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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를 먹으러 왔다면 쉐이크도 빼놓을 수 없지. 상하목장 우유가 들어간 쉐이크다. 특별한 수식어를 할 필요 없이 달고 맛있다. 나는 밀크 쉐이크와 초코 쉐이크를 섞은 스월 쉐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달지 않아서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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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슈퍼두퍼에는 블루치즈 어니언 버거, 트러플 버거, 핫 치킨 플렉스버거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토마토와 프릴아이스가 들어가지 않아서 고기맛이 강하고 육즙 풍부한 버거를 먹어보고 싶다면 트러플버거를 추천한다. 다른 스타일의 메뉴를 시도하고 싶다면 핫 치킨 플렉스 버거도 괜찮다. bhc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인만큼 치킨 맛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내쉬빌 핫치킨 버거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다. 아 참, 슈퍼두퍼만의 스타일로 청키한 피클도 기본으로 제공되지 꼭 빼놓지말고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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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추천은 여기까지. 이제 슈퍼두퍼 3호점, 코엑스 스타필드점으로 가보자. 혹시 슈퍼두퍼 1호점이 iF 디자인 어워드 인테리어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수상 경력이 있는 브랜드답게 3호점 역시 공간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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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두퍼의 인테리어는 ‘Slow Food value’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바쁜 도시 생활자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랄까. 사실 코엑스는 휴식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길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사람들은 붐비니까. 눈을 휘어잡는 전광판과 상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란 쉽지 않은데 슈퍼두퍼의 오렌지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어? 여긴 뭐하는 곳이지?’ 할 것 같은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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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드 즉, 공간 전면에서 본 모습이 남다르다. 개방감 있는 오픈 파사드로 만들어서 벽으로 공간을 분리한 다른 매장과 비교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공간에 힘을 줄 때는 문을 크고 무겁게 만들거나 공간의 안과 밖의 대비를 강하게 하는데 슈퍼두퍼는 메인 동선에서 이어진 것처럼 느껴져서 부담감이 없었다. 스르륵 들어가게 되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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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두퍼를 상징하는 오렌지 컬러로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끌 수 있는 포인트를 잘 넣기도 했다. 강남점과 홍대점에서도 느꼈지만 오렌지 컬러는 입맛을 자극하기에 좋은 컬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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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매장 곳곳에 버거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를 넣어두었다. 의자를 유심히 보면 버거를 닮았고 벽을 꾸며준 오브제도 버거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식재료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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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바로 옆에는 SUPER DUPER라고 적힌 거울 포토스팟이 있어서 나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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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스타필드점은 붙박이석 70석, 테이블석이 10석이 있는데, 매장 중앙에 있는 주황색 테이블석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콘센트가 있다는 게 아주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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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두퍼에 왔는데 버거 안 먹고 갈 수 없지. 이번에는 베스트셀러 ‘트러플 버거’를 먹었다. 트러플 버거 역시 주문을 하면 귀여운 얼굴을 번에 그려서 플레이팅해준다. 이번에도 역시 애플 코울슬로, 슈퍼프라이즈, 탄산 음료를 추가해 세트 메뉴로 먹었다. 아쉬우니까 밀크쉐이크까지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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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버거를 먹어보면 괜히 베스트 메뉴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거다. 일단 위에서 짧게 설명했듯이 프릴아이스, 토마토 같은 상큼함을 주는 채소가 없기 때문에 육향와 트러플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입에 넣기도 전에 트러플향이 일등으로 후각을 자극하고, 혀에 닿자마자 짠맛이 강렬하다. 여기서 말하는 짠맛은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 게 아니다. 흔히 ‘미국 맛’이라고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그런 짠맛이다. 육즙이 풍부하고 짠 미국 맛 버거에 트러플을 밸런스 좋게 섞은 버거라고 보면 된다. 트러플 버거계의 원탑이 아닐까. 트러플 버거에 밀크쉐이크까지,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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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슈퍼두퍼 홍대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리뷰도 하고 촬영도 할 겸 4인용 테이블을 쓰고 있었는데, 밖에는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슈퍼두퍼 인기를 실감했다.

요즘 버거라는 음식이 워낙 인기가 많은데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의 버거가 다 맛있는 건 아니다. 번, 패티, 채소를 같이 먹으면 웬만하면 맛있을 것 같지만 재료 하나하나와 굽는 스킬 등등이 중요하니까. 슈퍼두퍼는 확실히 춘추버거시대의 핫루키라 할만한 브랜드다. 충분히 기다려서 먹을 만하다. 지금도 꼬르동 블루 버거의 맛이 아련히 떠오르며 군침이 도니까.

*이 글에는 BHC 그룹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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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