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 지금은 폐쇄한 계정이지만 나의 첫 번째 인스타그램 업로드는 2011년 1월 29일. 감성적인 필터를 입혀 단 한 장의 사진을 공유하는 아티스틱한 세계는 경이로웠다. 그 당시 인스타그램은 아이폰 사용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았다. 어떤 공개형 소셜 미디어보다 폐쇄적이었다. 해시태그도 없었고, 동영상도 업로드할 수 없었으며, 다이렉트 메시지 따위도 없었다.
하지만 본래 힙스터들은 조금 불편하고, 으슥한(?) 장소에 모이는 법. 인스타그램은 가장 힙한 소셜 미디어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피드 정리에 집착하는 에디터M]
그리고 인스타그래머들은 몇 가지 강박을 얻었다. 첫째, 모든 세상을 정사각형으로 트리밍해서 바라본다. 오죽하면 아이폰에도 정방형 사진 촬영 모드가 생겼겠는가. 둘째, 필터를 입히지 않은 사진은 벌거벗은 몸과 같다. 낯부끄러워 내놓을 수가 없다. 셋째가 가장 심각하다. 오늘 아무리 인생샷을 여러 장 얻었어도, 단 한 장만 골라야 한다. 딱, 한 장만. 인스타그램 피드를 비슷한 셀카로 도배해서 ‘언팔’ 대상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고집 센 인스타그램이 고삐를 풀었다. 이제 예쁜 음식과 내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이상한 자세로 셀카를 찍거나 사진을 이어 붙일 필요 없다. 한 번에 2장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으니까. 어떤 기능인지 궁금할 여러분을 위해 직접 확인해 보았다.
오른쪽의 다중 업로드 아이콘을 클릭한 뒤, 카메라롤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최대 10개까지 선택하면 된다. 선택하는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지는데 이 순서대로 넘겨볼 수 있게 업로드 되니 잘 이용하자. 사진 선택 후에도 순서는 변경할 수 있다.
모든 사진에 똑같은 필터를 일괄 적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해당 사진을 가볍게 두 번 탭하면 개별 편집할 수도 있다. 필터나 사진 편집 기능은 기존과 똑같지만, 비율은 정방형 외엔 설정할 수 없다.
다중 업로드한 게시물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슬라이드하며 넘겨볼 수 있다. 영상은 자동 재생된다. 게시물 밑에 옆으로 밀면 다른 사진을 볼 수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댓글이나 좋아요는 사진마다 개별적으로 할 수 없고, 게시물 전체에 적용된다.
PC 모드에서도 확인해보니 사진을 옆으로 넘기는 기능이 적용됐다. 어쩐지 한참 유행했던 ‘카드뉴스’에 딱 맞는 포맷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올리면 보기 좋을까 고민하는데, 에디터M이 말을 건넨다. “이거 코스 요리 먹고 순서대로 찍어 올리면 되겠다. 그치? 배고프지 않아?” 역시 그녀는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창조 경제의 아이콘이다.
오늘만 해도 두 번이나 다중 업로드를 시도하며, 인스타 가입 6년 만에 얻은 자유를 만끽했다. 디에디트 공식 계정에도 9장의 사진으로 스토리를 꾸며봤으니 영상으로 구경해보시길.
사실은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수많은 컷 중 단 하나를 골라야 하는 쿨한 정서가 인스타그램의 매력이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리라. 딱 한 장을 골라야 한다는 마음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순간이 꽤 즐거웠고 말이다. 그러나 변해야 할 순간은 오는 법. 한 장씩 한 장씩 넘겨보는 재미가 있는 이 정사각형 세상을 멋들어지고 허세 가득하게 꾸며보자. 현실은 꼬질꼬질해도 이곳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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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