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매하기 버튼보다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오늘도 각종 장바구니를 들춰보다 재밌는 포인트 하나를 발견했다....
안녕. 구매하기 버튼보다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2023. 04. 19
안녕. 구매하기 버튼보다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오늘도 각종 장바구니를 들춰보다 재밌는 포인트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모자든, 티셔츠든, 컵이든 글자가 적힌 물건에 관심이 많다는 것. 지루한 명언이나 허세만 가득한 추상적인 문장 말고, 가볍게 건드리는 위트 있는 문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유쾌한 텍스트를 통해 뻔하고 평범할 수 있는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은 제품들. 소소한 위트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5개의 아이템을 소개한다.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의 목에는 고수 타투가 있다. 먹는 고수 말이다. 고수를 얼마나 사랑하면 타투까지 했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 반대. 너무 싫다는 이유로 몸에 새겼고, 덕분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고수 빼달라는 말을 어렵게 건넬 필요가 없어졌다. 타투를 가리키며 “No No”라고만 하면 다 알아듣는단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AOY’에서 제작한 이 슈가 프리 볼캡에 눈이 가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싫은 건 아니지만, 피해야 하는 건 맞으니까.
혈당 조절이 필요한 내게 이 모자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케이크 전문점에 가서도, 커피를 주문할 때도 내 머리를 가리키며 “댓츠 노우노우”를 외치리라. 충동을 못 이기고 설탕 가득한 디저트를 주문하려고 할 때마다 종업원은 내 눈을 빤히 쳐다보겠지. 중범죄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어 주문을 적극 말릴지도 모른다. 반강제 무가당 라이프를 살게 해줄 거라는 점만으로도 이 모자를 장바구니에 담을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내 두상과 피부색을 고려하면… 어떤 모자는 오답인 걸 뻔히 알고도 사는 법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그럴 때가 있다. 오늘의 기쁨과 행복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을 때. ‘나 기분 엄청 좋으니까, 얼른 그 이유를 물어봐 줘’라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싶을 때. 1년 중에 며칠이나 그런 날이 있겠냐마는, 얼마 없는 귀한 날인 만큼 그냥 흘려보내기 싫다. 유난스럽게 오두방정 떨고 싶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딱 하나다. ’Molrich’의 즐겁다 후디.
이걸 입고 돌아다니면 승률 10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겠지. “너 오늘 진짜 즐겁나 보다?”,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요?” 난 아무 말도 안 꺼냈지만 먼저 여쭤보셨으니 성심성의껏 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은 무궁무진하다. 생일이라서, 승진해서, 고대하던 프로젝트를 따내서, 나이키 럭키 드로우에 당첨돼서, 오늘 저녁 식사로 최애 맛집을 예약해 둬서, 내일부터 휴가라서… 세상에 즐거울 이유는 많고 그걸 티 내는 건 죄가 없다. 이렇게 귀여운 옷으로 자랑하는 거라면 더더욱. 구매는 여기에서.
커피 다 마셨으면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다. 숨 돌리며 스몰 토크도 나누고, 시급한 카페인 충전도 마쳤으니, 다시 일터로. 커피가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인지를 뉴질랜드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커피 슈프림’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위트 한 방울 넣어주니 이런 귀여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래도 그렇지, 겨우 한 잔 마셨을 뿐인데 벌써 일하러 가라니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고? 커피 슈프림은 계획이 다 있다. 엉덩이가 무거운 이들을 위한 버전도 함께 출시했다. 깨끗한 컵 바닥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외쳐보자. “SAME AGAIN?” 구매는 여기에서. (아쉽게도 국내 판매처는 없다.)
깊어가는 밤, K-술집 계산대 앞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면. 그때의 클리셰 대사는 이런 식이다. “에헤이, 이 사람 왜 그래! 내가 낸다니까.”, “저번에도 자네가 샀잖어! 제 카드로 긁어주쇼.” 옥신각신 정답고 훈훈한 우정의 말들이 오가는 사이, 얼른 계산하고 테이블 치우러 가야 하는 종업원 마음만 짜게 식어 간다. 그에게 유 페이 키링만 있다면 상황은 깔끔하게 해결될 텐데. “자, 이거 돌려서 걸린 분이 계산하시면 되겠네요.”
망원동 카페 ‘비전스트롤’에서 굿즈로 제작한 유 페이 키링. 묵직한 황동 소재로 만들어 바지나 가방에 달고 다니기만 해도 멋스럽지만, 거기에 두 가지의 소소한 기능을 추가해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탈바꿈한 게 인상적이다. 한 사람이 흔쾌히 계산하거나 심플하게 더치페이하기는 아쉬울 때, 테이블 위에 키링을 두고 힘껏 돌려주자. 찰나의 쫄깃한 순간이 선사하는 재미와 함께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오늘의 당첨자를 선정할 수 있다. 병따개로도 사용 가능하다. 엄지와 검지 사이 공간에 맥주병 주둥이를 물리고, 딸깍. 여기저기서 센스쟁이 소리 듣기 좋은 위트 아이템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나의 인생 첫 햄버거는 아마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였을 것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코흘리개 시절, 저항할 틈도 없이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온 단짠단짠 총공세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K-버거의 황홀한 냄새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역시 나처럼 버거월드에 막 진입해 정신 못 차리는 또래 코흘리개들 사이에서 생각했다. 맨날 오고 싶다. 배터지게 먹고 싶다.
“토요일에 롯데리아에서 생일 파티 하니까 놀러 와.” 생일 초대장 콘셉트의 티셔츠가 반가웠던 이유다. 롯데리아 공식 티셔츠는 아니다. 유튜브 코미디 채널 ‘빠더너스’의 굿즈다. K-Kids의 추억을 유쾌하게 풀어본 시리즈 중 하나라는데, 롯데리아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커녕 참석도 못 해본 나로서는 이 귀한 초대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문을 열면 익숙한 냄새가 풍겨오겠지? 불고기 버거와 새우버거가 자리마다 하나씩 놓여 있고, 갓 튀긴 감자튀김을 경계 없이 산처럼 쌓아 놓은 행복한 풍경. 겨우 이 반팔 티셔츠 한 장이 먼 유년의 기억까지 소환한다. 구매는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