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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B추천] 스포츠··· 좋아하세요?

쾌적한 문화생활을 위한 에디터B의 추천과 비추천 리스트
쾌적한 문화생활을 위한 에디터B의 추천과 비추천 리스트

2023. 04. 17

안녕, 에디터B다. B추천과 비추천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월간B추천’ 시리즈가 돌아왔다. 놀랍게도 2023년 첫 번째 ‘월간B추천’이다. 경칩이 훌쩍 지났고 입하가 가까워지는 시기가 다 되어서야 쓰는 이유는 독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조회수가 낮았음을 데이터가 증명한다. 결국 시리즈를 종료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어느날, 봉제산을 걷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갑자기 시리즈를 종료해버리면 지금까지 잘 읽어준 독자에겐 배신이 아닐까?’ ‘한 명도 안 본 기사도 아니고 그중엔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래서 다시 쓰게 되었다.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긴 하지만,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니까.

티켓 가격이 많이 비싸진 탓에 영화 한 편 보는 데에도 망설여진다. 하지만 잘 살펴 보면 보물이 숨어 있다. 이번 달도 그렇다.


2023.3.31
<길복순>

<불한당>이 개봉하기 전, 시사회로 처음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 들어보는 감독의 첫 작품인데 스타일리시하긴 하네.” 변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감독은 그 이후 정치인 김대중을 주인공으로 한(극 중 캐릭터 이름은 다르지만) 영화 <킹메이커>를 선보였다. 현대사의 정치인을 영화 소재로 삼는 건 위험한 일인데 과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길복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성현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평범해서 실망했다. 킬러들의 세계를 그린 건 매력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게 아니고 <존 윅>과 비슷하다. 물론 설정이 비슷하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드문 시도이기에 재미있게 볼 수는 있다. 진짜 문제는 너무 많은 얘기를 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하는 딸과 그 딸과 갈등을 겪는 엄마라는 또 한 가지 축이 있고, 킬러들의 세계도 그린 축이 있고, 길복순(전도연)의 차민규(설경구)의 애매모호한 관계도 그려야 한다. 감독은 <길복순>을 액션 영화에 기반을 둔 가족 영화라고 했다는데, 차라리 액션 하나만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진 분량을 세계관을 그리거나 다른 킬러들과 길복순의 관계를 그리는 데 썼다면 이렇게 아쉽진 않았을 텐데.

  • 감독 변성현
  •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 플랫폼 넷플릭스

2023.4.5
<리바운드>

나는 전형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전형적이어서 좋다는 말이다. <리바운드>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감독, 한때 잘나갔지만 모종의 이유로 농구를 포기한 선수, 천재라 불리우는 선수, 농구를 좋아하지만 재능은 없는 선수 몇몇이 모여 기적 같은 승리를 이어 나간다. 그럼에도 <리바운드>의 차별성이 있다. 바로 실화라는 점. 이 영화는 2012년,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기적을 토대로 만들었다. 캐릭터의 세부적인 설정이 완벽히 같진 않지만, 최약체 팀이 교체 선수도 없이 결승까지 올랐던 건 그대로의 사실이다. 장항준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수리남>을 공동 집필한 권성휘 작가,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요즘 극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 바로 <리바운드>다.

  • 감독 장항준
  •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2023.4.5
<에어>

또 농구다.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리바운드>, <에어>까지. 봄날의 농구대잔치다. 자세히 보면 <에어>는 두 영화와 장르가 다르다. 스포츠 영화는 아니고 비즈니스 영화랄까. 줄거리는 이렇다. 만년 업계 꼴찌 나이키는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잘 나가는 신인 마이클 조던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던의 입장은 완강하다. “나이키는 싫어요. 절대하고 싶지 않아요. 아디다스와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가 조던과 계약을 성공시키고 에어 조던 시리즈를 만들게 된 성공담을 담고 있다. 조던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조던의 가치를 알아준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바로 소니 바카로 그리고 조던의 엄마 들로리스 조던(비올라 데이비스). 비올라 데이비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꿀밤을 먹여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데 <에어>에서는 어쩜 이리 존경스러운 캐릭터를 잘 연기할까.

  • 감독 벤 애플렉
  • 출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말론 웨이언스

2023.4.12
<존 윅4>

<존 윅4>가 드디어 개봉했다. 오랫동안 존 윅이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러닝타임이 169분일 줄은 몰랐다. 2시간 49분 동안 현란한 액션을 봐야 하다니 벌써 눈이 피로해진다. 줄거리는 이렇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은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낸다. 덕분에 완전한 자유를 찾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새로운 빌런 그라몽 후작은 존 윅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세상에서 쓸데없는 걱정이 마동석 걱정과 존 윅 걱정이 아닌가.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제대로 된 액션 영화가 고팠다면 <존 윅4>를 보면 된다. 참고로 엔딩까지 보면 쿠키를 꼭 보고 싶어질 텐데, 안 봐도 무방하다.

  •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 출연 키아누 리브스, 견자단, 빌 스카스가드, 로렌스 피시번 등

2023.4.12
<물안에서>

배우를 하겠다고 노력하던 젊은 남자가 있다. 남자는 갑자기 자신의 창의성을 확인하겠다며 사비를 털어 영화 연출에 도전한다. 남자는 같은 학교에 다녔던 두 사람을 데리고 큰 섬에 도착한다. 뭘 찍을지 모르겠는 남자는 두 사람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웬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의 봉사활동에 감동 받아 짧은 대화를 나누고, 마침내 무슨 영화를 찍을지 결정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줄거리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준에 따르면 60분 이상을 장편, 60분 미만을 단편으로 분류한다. <물안에서>의 러닝타임은 61분이다. 시간은 없고 장편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물안에서>를 감상하면 된다.

  • 감독 홍상수
  • 주연 신석호, 하성국, 김승윤, 김민희, 김소령 등

2023.4.14
<퀸메이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로 승승장구하던 은성그룹의 전략기획실장 황도희(김희애)는 비극적인 사고를 겪는다. 그 후 노동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를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모시던 고용주 일가와 대적한다. 의심이 필요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총출동한다. 문소리, 김희애 그리고 서이숙, 김새벽, 진경, 김태훈 등. 한국에서 성공한 정치 드라마를 찾기가 힘든데(정치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어서라고들 말한다), <퀸메이커> 역시 그 길을 밟게 될 것 같다. 배우의 연기는 좋지만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다.

  • 감독 오진석
  • 극본 문지영
  • 출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등
  • 회차 11부작
  • NETFLIX

2023.4.14
<킬링 로맨스>

<남자사용설명서>, <상의원>을 연출한 이원석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가 된 톱스타 여래(이하늬).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난다. 조나단과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 여래. 한편, 서울대가 당연한 집에서 고독한 입시를 또 준비하는 4수생 범우(공명)은 옆집에 여래가 이사 온 걸 알게 된다.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형 역할에 지친 여래는 완벽한 스크린 컴백을 위해 범우와 함께 조나단을 죽이는 계획을 모의한다.

  • 감독 이원석
  • 출연 이하늬, 이선균, 공명, 심달기 등

2023.04.19
<렌필드>

살점이 찢기고 내장이 튀어나거나 붉은 피가 솟구치는 장면을 못 본다면 <렌필드>는 지나가도 좋다. 하지만 그 반대가 취향이라면 <렌필드>만한 것은 없을 거다. 영화는 소설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시종 렌필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드라큘라(니콜라스 케이지)는 렌필드(니콜라스 홀트)가 가져다준 사람을 먹으며 현대까지 살아남았다. 렌필드는 시종 노릇을 하는 대신 불멸의 삶과 폭발적인 힘을 얻었다. 어느 날 렌필드는 레베카(아콰피나)를 만나 드라큘라의 과도한 업무 명령에서 벗어날 꿈을 꾼다.

  • 감독 크리스 맥케이
  • 출연 니콜라스 홀트, 니콜라스 케이지, 아콰피나

2023.04.20
<65>

제목이 <65>인 이유는 6,500만 년 전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우주 비행 중 외계인(주인공은 인간처럼 생긴 외계인이다)이 행성과 충돌하고 일어나니 공룡이 살고 있는 지구다. 유일한 생존자 조종사 밀스(아담 드라이버)와 코아(아리나 그린블랫)는 무사히 지구를 탈출할 수 있을까. 공룡을 좋아하면 볼 수도 있겠지만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도 평이 그리 좋진 않다.

  •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 출연 아담 드라이버, 아리나 그린블랫, 클로에 콜맨

2023.4.26
<드림>

스포츠 영화가 유난히 많은 상반기다.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무려 1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선수 생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는 뜻하지 않게 홈리스 풋볼 월드컵의 국가대표 감독이 된다. 열정 없는 현실파 PD 소민(아이유)은 다큐 감독으로 팀에 합류하고, 팀은 하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홈리스 월드컵에 도전하게 된다. 영화는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이병헌 감독의 유머 코드를 유지하면서 감동 코드를 꽤 넣었다. 이 감동 코드가 관객에 따라 호가 될 수도 불호가 될 수도 있다.

  • 감독 이병헌
  • 출연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혀민, 홍완표 등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