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문화 예술과 여행, 패션, 향수, 와인… 사랑하는 것이 많아서 돈도 많이 드는 객원필자 손현정이다. 로펌 근무 5년 차, 독립 1년 차 귀여운 사회초년생이며, 디에디트에는 처음으로 글을 쓴다(나를 소개하는 것이 낯간지럽다).
본집에서 지낼 땐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 방방곡곡 쏘다니더니, 독립하여 내 공간이 생기니 쓰레기 버릴 때 말고는 현관문을 열지도 않는다. 독립 후, 제일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 집이 되면서 요즘 집 꾸미기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전셋집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평수가 크지 않고, 시공이나 도배를 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의 허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걸 하기에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됐다. 가장 효과적으로 인테리어에 반전을 주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래, 좁은 원룸을 안락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조명이 필요해!”
여러 조명 추천 글을 찾아보니 아르떼미떼, 루이스 폴센… 가격이…! 무슨 조명이 이렇게 비싸?! 혹시 조명 하나 사려다가 나와 비슷한 좌절감을 느낀 독자들을 위해 사회초년생이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조명을 골라보았다.
[1]
베르몬드(VERMOND)
리프 테이블 램프
바쁜 현대인이 모두 퇴근한 늦은 밤, 온 세상이 어두워지는 시간에도 밝게 빛나는 것은 바로 달이다. 베르몬드 진청기 대표는 외로움과 생각의 무거움이 느껴질 때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빛이라도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달에게 위로를 받은 것을 떠올리며 달빛을 모티브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자체 공장에서 자체 생산을 하는 브랜드이며, 어느 공간에 두어도 튀지 않고 잘 스며들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베르몬드 리프 테이블 램프는 스틸로 제작해 견고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갓의 모양은 부드러운 곡선의 나뭇잎 모양이다. 잎 디자인을 부각시키면서도 최소한의 라인으로 디자인한 덕분에 어느 공간에 두어도 튀지 않을 것 같다.
색깔은 골드와 니켈 두 가지.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골드를,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니켈이 좋겠다. 밝기 조절하는 기능은 없지만 잎을 움직여 각도를 조절할 수는 있다. 빛을 벽으로 쏘면 은은하게 간접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잎을 하단으로 내리면 빛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 독서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갓 안쪽을 흰색 유광으로 마감했다. 반사판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전구의 기본 밝기보다 더 밝게 빛난다. 개인적으로는 간접조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작업 공간이나 책상 위 독서등처럼 밝은 빛을 필요로 하는 공간에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구매는 [여기].
- VERMOND LEAF Table Lamp 17만 6,000원
[2]
FE26
엠바이드 테이블 램프
2대가 함께 만드는 조명 브랜드 FE26은 원소 기호 Fe, 즉 철로 된 제품을 만든다. 프레스로 찍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기계에 사람이 직접 철판을 물리고 힘으로 밀어서 모양을 잡아내는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집한다. 1967년, 16세에 상경한 아버지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속제품을 만들어왔고,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만드는 제품을 디자인한다.
[FE26의 숙련된 기술자들, (우측 하단) FE26 대표 김형범]
공식 홈페이지에는 특별한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바로 조명을 만드는 기술자의 이름과 경력이 적힌 흑백사진이다. 이 제품이 누구의 손에서 제작되는지, 기술자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외국에 공장을 두고 대량 생산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요즘, 핸드메이드는 FE26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아닐까.
엠바이드 테이블 램프의 가격은 34만 원이다. 30년 이상 경력직 기술자들이 제작한다고 해도 34만 원짜리 조명을 사회초년생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조명을 구매하면 반구형 갓과 원형에 가까운 갓, 두 개의 갓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지 않나?
갓을 움직여 빛을 조절할 수 있는데 빛의 반경이 넓지 않아서 공간이 전체적으로 밝아지지는 않는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홀로 방문한 위스키바처럼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침대 옆 잔잔한 무드등 정도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구형 갓을 사용하면 빛을 조금 더 낼 수 있고, 더 약한 빛을 원하는 공간에는 원형 갓을 사용하면 된다. 서울숲에 위치한 오므오트 티카페 내에서 쇼룸도 운영하고 있다. 차 마시고 쇼핑하고, 님도 보고 뽕도 따러 서울숲에 가보는 건 어떨까. 구매는 [여기].
- FE26 Embodied table lamp 34만 원
[3]
아카리(AKARI LIGHT)
Akari 30D
조명을 켜지 않고도 훌륭한 오브제를 찾는다면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조명은 어떨까.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는 일생 동안 일본과 미국, 한 나라에서 정착하지 않고 두 나라를 오가며 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체성은 그의 작품 세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그는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종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나는 100여 가지의 아카리 조명 중에서 달 모양 펜던트 조명을 추천한다.
‘작은 불빛’을 뜻하는 아카리는 빛을 부드럽게 하는 일본 종이와 뼈대가 되는 대나무를 불규칙하게 두어 만든 접이식 조명이다. 직접 조립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완성된 조명을 달아보면 감탄하기 마련이다.
“아카리 조명은 마치 종이를 통해 걸러진 태양의 빛과 같다.
밤이 되어도 그 따뜻함이 우리의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다.”
노구치의 말처럼 따뜻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대나무 결의 모양이나 크기도 다양하다는 것이 조명의 큰 특징이다.
지름 27cm의 소형 조명부터 120cm의 대형 조명까지 공간과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구성품은 펜던트만 있어 전구와 코드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아카리의 스탠드 조명이나 테이블 조명은 110v라 돼지코 변환 어댑터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 AKARI LIGHT Akari 30D 200달러
[4]
네모 (NEMO)
PIVOTANTE A POSER
네모는 1993년 밀라노에서 설립된 브랜드다. 네모는 르코르뷔지에, 샬롯 페리앙, 프랑코 알비니 등 세계적인 예술가가 디자인했던 조명을 다시 한번 만드는 ‘마스터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마스터 컬렉션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샬롯 페리앙이 디자인한 조명을 소개하려고 한다. 샬롯 페리앙은 대표적인 1세대 여성 건축가로 꼽힌다. 20세기 건축과 디자인계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과 예술 활동이 어려웠음에도 그녀는 큰 족적을 남겼다. 페리앙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업용 부품이나 자연적인 소재로 실용적이고 저렴하며 기능적인 가구를 만들었다. 소수를 위한 가구는 만들지 않았다.
“몸짓, 화병, 냄비, 조각품, 보석, 삶의 방식이든 세상 모든 존재에는 예술이 담겨있다.”
그녀의 말처럼 작은 조명 하나에도 예술이 담겨있다.
전구가 드러나도록 한 면을 비워둔 원통형 모양과 360도 회전 가능한 2개의 패널이 문처럼 달려있다. 이 패널로 전구를 드러내거나 막는 방식으로 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컬러는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 총 세 가지다. 깔끔한 포인트 조명을 놓고 싶다면 하얀색을 선택하면 좋고, 때 탈 걱정이 되거나 눈에 띄는 디자인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파란색, 노란색도 좋겠다. 조명 하나 사기 위해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을 태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다면 생각을 이렇게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단돈 42만 원에 내 방에 들일 수 있다.’ 구매는 [여기].
- NEMO – PIVOTANTE A POSER 42만 원
[5]
레어로우(RARERAW)
포 스탠드 라이팅
미드 센추리모던과 인더스트리얼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브랜드는 레어로우다. 레어로우는 브랜드 이름처럼 철이라는 소재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디자인을 살린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가구로 출발했다. 거칠고 녹이 슨 듯한 철의 빈티지한 매력 덕분에 카페나 미술관에서는 철제 가구를 활용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가정집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적 공간에서는 여전히 낯선 소재라는 인식이 있는데, 레어로우는 일상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철제 가구를 만들어냈다.
레어로우가 말하는 조명의 본질은 ‘빛을 비추는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말하면, 필요한 형태와 빛의 양을 필요한 곳에 알맞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조명은 지나치게 자신을 뽐내기보다는 차분하고 단정히 공간 안에 녹아있어야 한다. 특히 원룸처럼 좁은 공간에 있는 스탠드 조명은 최대한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다른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추천하는 게 레어로우 포 스탠드 라이팅이다. 쉐입이 얇으면서도 투박하지 않은 장스탠드다. 갓 없이 가벼운 파이프 형태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한쪽이 개방되어 있어서 파이프를 움직이는 방식으로도 빛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조명을 사용한 덕분에 빛의 색을 바꿀 수도 있다. 성수동에 쇼룸이 있으니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구매는 [여기].
- RARERAW 포 스탠드 라이팅 25만 원
- 레어로우 하우스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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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정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는 박찬호급 투머치토커. 장래희망은 투머치라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