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숨은 디즈니플러스 명작 8편

안녕.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연말을 맞아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느닷없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게 됐다. 부은 목을...
안녕.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연말을 맞아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느닷없이 코로나19 확진…

2022. 12. 23

안녕.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연말을 맞아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느닷없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게 됐다. 부은 목을 가라앉혀줄 아이스크림 한 통과 함께 새로 나온 OTT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것이 요즘의 유일한 낙이다. 오늘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재미있게 본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천하러 왔다. 그간 ‘유명세를 비껴간’ 작품들을 고르곤 했는데,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대부분의 콘텐츠가 여기에 해당해 8편을 고르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단, <스타워즈> 시리즈와 마블 관련 콘텐츠는 제외했다.


[1]
<돕식: 약물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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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만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현재 각종 재판이 진행 중인,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드라마다. 미국 대형 제약회사 ‘퍼듀 파마’는 오피오이드(아편계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의 중독성을 의도적으로 은폐, 축소하고 판매한다. 광업, 농업, 벌목 등을 생업으로 삼는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의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처방량을 늘릴 것을 권한다. 그 결과 퍼듀 파마는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지만, 빠르게 일터에 복귀하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한 개인의 삶은 약물중독으로 인해 망가지고 만다.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비극의 원인과 결과를 번갈아 보여주고 약물 중독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제약회사의 날조와 로비, FDA의 비리,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 허술한 관련 법규 등 사회 곳곳의 부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평범한 이웃을 마약 중독자로 전락시킨다. 해당 사건에 관심이 생겼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음의 진통제>도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 출연 마이클 키튼, 피터 사스가드, 마이클 스툴바그, 윌 폴터 외

[2]
<우리팀을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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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베컴이 유소년 축구팀을 돕는 4부작 리얼리티.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한 번쯤은 ‘데이비드 베컴’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자 맨유 하면 떠오르는 대표 선수였고 각종 광고에 출연한 셀럽이기도 한 그는 경기장 안팎으로 늘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베컴은 자신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출발점에 선 소년들을 돕기 위해 에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될 위기에 처한 ‘꼴찌팀’ 웨스트워드 보이스의 라커룸으로 향한다. 아이들에게 축구는 에너지를 분출할 창구이자 꿈을 이뤄줄 무대이며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학교와 같다. 베컴은 체구가 작아 ‘깍두기’ 신세였던 때, 원치 않는 포지션으로 뛰어야 했을 때,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을 받던 때 등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은 ‘좋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 출연 데이비드 베컴, 아데 아바요미, 에드윈 멘사

[3]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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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해 ‘대기업의 개’를 자처하는 변호사 착희(정려원)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대형 로펌에서 쫓겨난다. 재기를 위해 국선변호인으로 나선 그는 동료 시백(이규형)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점차 진실과 가까워진다.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이 쓴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실제 사건들을 다루되 연쇄살인이라는 극적 요소를 더했다. 법정 드라마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깝고, 어떤 면에서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떠오르기도 한다. 피해자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상흔을 안고서 겨우 생존하지만, 가해자는 죄책감도 없이 호의호식하는 뼈아픈 현실을 지적한다. 1화부터 뿌려두었던 복선들이 결말에 다다르면서 하나둘 풀려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용두용미’ 드라마.

  • 출연 정려원, 이규형, 정진영, 김혜은, 전무송, 김상호

[4]
<해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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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의 주역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2시간 35분가량의 긴 상영시간,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뤄진 송스루, 미국 역사를 알지 못하면 낯선 주인공까지 뭐하나 생소하지 않은 것이 없다. 평단에서는 ‘지극히 미국적인 뮤지컬’이라고 평했을 만큼, 미국인만이 공유할 수 있는 정서와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런데도 <해밀턴>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에서 공연을 올리긴 어려울 것 같고 다 떠나서 극 중 음악, 즉 ‘넘버’가 주는 쾌감이 크기 때문이다. 오프닝부터 모든 등장인물이 다짜고짜 랩을 시작하는데, 촘촘한 노랫말들이 만들어내는 말맛이 엄청나다. 모든 의미를 다 파악할 순 없어도 훌륭한 ‘라임’과 ‘플로우’가 느껴진달까. 물론 우리에겐 한글 자막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힙합과 R&B로 구성된 음악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 이게 바로 ‘현대의 뮤지컬’이구나 싶다. 미국 건국 당시 배경이나 관련 인물들을 찾아보고 나서 감상하면 훨씬 재밌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 출연 다비드 디그스, 르네 엘리스 골즈베리, 조나단 그로프 외

[5]
<드롭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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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사상 최악의 사기극이라고 불리는 ‘테라노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엘리자베스 홈즈(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어릴 때부터 백만장자를 꿈꿨다.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고 확신한 엘리자베스는 스탠퍼드를 중퇴하고 창업에 뛰어든다. 초기 자본금은 떨어져 가고 재촉하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엘리자베스는 결국 연구 결과를 조작해 모두를 속이기로 결심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성공에 집착하며 점차 인간성을 상실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의 텅 빈 눈동자보다 섬찟한 것은 이 모든 게 불과 수년 전에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드라마의 끝은 환자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연구 개발은 위축됐고 여성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현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나빈 앤드류스

[6]
<심슨 가족: 웰컴 투 더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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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 시리즈의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이다. 리사 심슨은 평생 경쟁과 불안 속에서 ‘나’로 살 바에 모두가 떠받들어 주는 ‘공주’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디즈니 성에 들어선 순간 리사는 지하감옥으로 떨어져 디즈니의 역대 악역들과 만난다. <인어공주>,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라이온 킹>, <정글북>, <피터팬>, <백설공주>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 속 악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즈니를 말 그대로 ‘돌려 깐다’. 성인이 되면 쫓겨나는 공주들, 하나같이 멍청하게 구는 왕자들, 우상처럼 숭배받는 미키마우스까지. 악역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마치 디즈니가 제작사인 21세기 폭스를 인수했다고 해도 심슨의 도마 위에 오르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4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 영화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삽화들도 놓치지 말 것.

  • 출연 낸시 카트라이트, 톰 히들스턴, 트레스 맥닐, 던 루이스 외

[7]
<도전! 안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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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안내견들이 어디서 어떻게 길러지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일요일 아침 SBS <TV 동물농장>을 챙겨보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도전! 안내견>은 안내견 후보들이 안내견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안내견 센터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양육 봉사자들에게 보내지고 각 가정에서 사회성과 생활 규칙을 익힌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센터로 돌아가 훈련을 거치는데 이후 모든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만 안내견이 될 수 있다. 안내견의 판단과 행동이 동반자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 탈락한 후보들은 진로를 변경해야 하는데, 사유들이 참 귀엽다. 모든 사람들을 반겨서, 신발 물어뜯기를 좋아해서,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등 다양한 탈락 사유가 있다. 그만큼 안내견은 많은 본능과 욕구를 억제해야만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 친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 출연 샤론 크렛, 테리 블로서, 자넷 게어헤어트, 커트 쿠엔 외

[8]
<디즈니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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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은 좀 어때?”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자동적으로 시큰둥하게 “일이지 뭐.”라고 답하곤 했다. 그러다 보게 된 <디즈니의 평범한 하루>는 “힘든데 그래도 재밌어!”라고 말했던 과거의 나를 상기시켰다. <디즈니의 평범한 하루>는 제목 그대로 디즈니의 어느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디즈니랜드 증기기관차 엔지니어, 픽사 캐릭터 조각가, ABC <굿모닝 아메리카> 앵커, 스타워즈 테마파크 공간 디자이너 등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디즈니의 설립자인 월트 디즈니와 그의 유산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은 사실 기업 선전에 가까워서 흘려들어도 괜찮다. 그보다 중요한 건 어린 시절의 꿈을 놓지 않고서 매일 최선을 다해 ‘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고 있으면 디즈니에 다니기 때문에 그들이 행복한 게 아니라, 그들이 있기에 디즈니가 디즈니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출연 스털링 K. 브라운, 밥 아이거, 로빈 로버츠, 마크 곤잘레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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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임현경

이야기와 글쓰기, 사람들을 만나 삶의 일부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