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I가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는 문학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다중적인 감정을 함축적인 언어로 담은 장르가 아니던가! 이쯤 되니 요즘 AI들의 능력이 궁금해졌다. 언뜻 보니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주는 중이다. AI가 세상을 지배할 그날은 올까?
시인이 된 인공지능,
시 쓰는 시아
시작하는 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 ‘시아’는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시를 쓴다. 최근 <시를 쓰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시집도 내놨다. 이 시집에는 총 53편의 시가 담겨있는데 시아가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사전적, 문맥적인 이해에 따라 써 내려간 시 중 골라낸 것들이다. 물론 수많은 말 같지도 않은 말도 있었겠지만 시집에 실린 시들은 꽤 철학적이다. 시아의 시집을 대표하는 시 <시를 쓰는 이유> 중 한 곳을 발췌하며 시아의 소개를 마친다.
시를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그냥 쓰는 것입니다.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
– <시를 쓰는 이유> 중에서
어떤 화풍으로 그릴까?
그림 그리는 달리
[‘말 타는 우주인’을 각각 포토리얼리즘, 펜슬 드로잉, 앤디 워홀 스타일로 구현한 것]
달리(DALE-E)는 미국의 AI 연구소 오픈AI에서 개발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구현해주는 시스템이다. 애니메이션 월-E와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서 따온 ‘DALL-E’라는 이름을 쓴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불과 10초 만에 그림이 완성된다. ‘말 타는 우주인’ 같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위와 같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화풍도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고 이미지 내에서 구성이나 위치를 바꾸는 것도 아주 쉽게 가능해진다. 달리 외에도 그림 그리는 AI 프로그램은 많아졌다. 놀라운 기술력이라 잘 활용하면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질 텐데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DALE-E가 그린 그림은 [여기]에서 더 구경해볼 수 있다.
클래식부터 트로트까지,
노래 만드는 이봄
‘Evolutionary Music’의 줄임말로 이름 지어진 이봄(EvoM)은 국내 최초 작곡하는 AI다. 3분짜리 곡을 만드는 데 10초밖에 걸리지 않아 벌써 수십만 곡 넘게 작곡을 했다. 가요부터 클래식, EDM, 심지어 트로트까지 장르를 마다하지 않고 작곡할 수 있다고. 이봄은 화성학, 작곡 기법, 음악 장르의 특징, 트렌드 등을 학습해 음표들을 나열한다. 재밌는 점은 작곡하는 과정에서 기존 발매곡들과 비슷한 멜로디를 비교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봄이 만들어낸 음악들은 유튜브 ‘Mus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성에 꽃이 핀 패턴은?
디자인하는 틸다
LG에서 만든 AI휴먼 ‘틸다’는 여러 가지 능력이 있는데 최근 화제가 된 건 디자인 패턴을 만드는 아트 큐레이터로서의 활동이었다. 디자이너 박윤희와 소통하며 패턴을 창작한 다음 이를 입체화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완성해 뉴욕 패션위크까지 진출했다. 박윤희가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고 질문했고 이에 틸다가 3천 장 이상의 이미지와 패턴을 창작해냈다고. 디자이너는 최고의 어시스턴트를 만난 셈이다. 틸다는 런웨이 피날레 화면에도 직접 등장해 인사를 전했다. AI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런웨이 영상이 보고 싶다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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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아영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말하는 것보다 글쓰는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