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집순이지만 가끔은 홀로 방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고독사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광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광장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특히 개인화된 도시에서는 시민들의 휴식과 상호 교류를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올여름 서울에는 여러 광장이 열린다. 이번 주말엔 탁 트인 광장에서 더불어 살아감을 느끼며 쉼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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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 넓어진 광장에서의 산책”
광화문광장
대한민국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서울 광화문광장이 오는 8월 6일 재개방한다. 기존보다 두 배 넓어진 면적에 5,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녹음 아래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종로공원 앞에는 1392년 조선 건국부터 2022년 현재까지의 역사를 새긴 ‘역사물길’이 조성됐다. 공사 중 조선시대 유적이 대량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중 삼군부 터, 병조 터, 형조 터 등의 유구는 현지 보존됐으며, 사헌부 문 터는 현장 전시장에서 우물, 배수로 등 일부를 관람할 수 있다. 광장 근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벽면과 KT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에는 각각 ‘라온하제(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여름밤의 서늘맞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과 우리나라의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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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열린 한강공원에서의 산책”
2022 한강페스티벌
한강에서는 7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여름 축제가 펼쳐진다.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코스를 함께 걷는 ‘한강나이트워크42K’, 팝페라, 퓨전국악, 레게 등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된 ‘한강썸머뮤직피크닉’, 여름밤 강바람과 함께 수영장, 다리 밑, 초록길 등 세 곳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한강무비나잇’, 한강 수계 지역의 축제와 문화자원, 특산물을 소개하는 ‘한강빌리지’,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인형극 ‘한강별빛소극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있다. 프로그램마다 각각 날짜와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이곳에서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앞서 여름마다 개최됐던 ‘한강몽땅 여름축제’가 사계절 열리는 ‘한강 페스티벌’로 확대됐다고 하니 앞으로 다가올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축제 역시 기대해보자.
- 기간 7월 29일 – 8월 15일
- 장소 한강 수상 및 한강공원 일대
- 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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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만에 복원된 길에서의 산책”
창경궁-종묘 산책길
지난 7월 22일에는 서울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산책길과 녹지가 시민들을 맞이했다. 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된 것은 1932년 일제가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개설하면서 갈라놓은 뒤 90년 만의 일이다. 당시 사라졌던 궁궐담장과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드나들었던 북신문도 복원됐다. 담장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궁궐담장길이 새로 생겼는데,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돼 보행약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다만 현재 자유관람제인 창경궁과 예약관람제인 종묘의 통합 체계를 마련 중인 상태로, 당분간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을 출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