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다들 잘 먹고 지내셨는지. 일주일 사이에 살이 쫙 빠졌다가 다시 쪄서 돌아온 에디터M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것들을 리셋하고 싶어진다. 특히 내 몸. 필요 없는 것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내 몸을 공장초기화 해버리고 싶다. 2017년을 디에디트 다이어트 원년으로 선언하고 에디터H와 신중하게 디톡스 프로그램을 골랐다. 단지 다이어트 식품을 샀을 뿐인데, 벌써부터 날씬해지는 기분.
하지만, 결제할 때 까지만 해도 몰랐다.
디톡스가 금연보다 어렵다는 것을…
[다이어트란 뭘까…#$#*&(#*$]
쟁쟁한 디톡스 후보들이 있었지만(미처 선택되지 못한 후보들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내 선택은 디티 클렌즈. 에디터H는 제일 비싼 걸 골랐다고 거품을 뽀글뽀글 물었다. 가격은 19만 8,000원. 자 에이치, 진정하고 일단 들어봐요. 내가 이걸 고른 이유가 있다니까.
사실 덴마크 다이어트부터 한약, 양약, 주스클렌즈까지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그런데 왜 살은 그대로일까… 갸웃) 옛날엔 살이 빠진다고 하면 양잿물도 마실 기세였지만 이젠 나도 늙었다. 생으로 굶어서 빼는 건 엄두도 안 나고(공복이 5시간 이상 지속되면 승질부터 난다), 몸을 망가뜨리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 않더라구.
디티 클렌즈를 고른 이유는 다른 것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3일은 너무 짧고, 그렇다고 일주일은 또 너무 길다. 디티클렌즈는 적당한 기간(5일이 이렇게 길 줄은 이땐 몰랐지) 동안 클렌즈와 보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클렌즈 과정중에도 ‘에너지 리퀴드’를 통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있어서 몸에 무리를 덜 주면서 클렌즈를 진행할 수 있다. 사실 모든 것을 덜어낸 것 같은 미니멀한 패키지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라고는 차마 에디터H에게 말하지 못했다.
DAY 0. 택배왔다!
띵똥. 경쾌한 벨소리와 함께 디티 클렌즈가 도착했다. 새하얀 박스를 열면 5일 동안 먹을것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기쁘다. 내일부터 날씬해지겠지.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이렇다. 총 5일의 프로그램 중, 첫 날과 마지막 날은 하루 세 번 밸러스 파우더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다. 브로콜리, 녹차, 시금치, 현미, 보리 참깨 단호박등을 넣어 만든 파우더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익숙한 그 맛. 선식 맛이다. 먹으면 꽤 포만감이 있어서 이것만 먹어도 하루 동안은 견딜 수 있다.
그다음 3일 동안은 하루 일곱 번 뜨거운 물 320ml에 디티를 타서 음용한다. 마테와 결명자, 겨우살이 그리고 천연 과일에서 추출하고 내장 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가르니시나 캄포지아가 들었단다. 솔직히 맛은 그냥 우리 엄마가 끓여주는 결명자차 맛이 난다. 이걸로 과연 내 몸의 독소가 빠질까? 내 거 진짜 독한데.
하루 일곱번 디티를 마신 뒤, 하루 활동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 에너지 리퀴드도 함께 마셔 준다. 맛은 꼭 비타 500을 응축해 놓은 것 같은 맛이다. 노랗고 진득한 액체를 갤포스처럼 입안에 쭉 짜서 먹는데, 마시고 나면 입이 너무 달아서 디티를 다시 마시고 싶어진다. 혹시 이거 노린 거니?
일단 앞으로 5일동안 아무것도 못 먹을 테니 맛있는 걸 먹어두자. 예를 들면 치킨이라던가…
DAY 1.
두근두근 디톡스 첫날. 하루 세 번 선식만 먹는 프로그램으로, 본격적인 클렌즈를 시작하기 전 몸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살살 달래는 기간이다. 디티 클렌즈에서 깔끔한 보틀도 줬으니까 여기에 담아서 마셔야지. 인증샷도 남기고. 그런데, 당연히 물이 새지 않을줄 알고 가방에 보틀을 넣었다가 X될뻔 했다. 샌다. 좀 좋은 걸로 주지…
DAY 2.
본격적인 클렌즈 시작. 어제 하루를 굶었더니 몸이 확실히 가볍다. 실제로 1kg가 빠졌다. 이 정도는 껌이지. 어제 다이어트에 시동을 걸었으니 오늘부턴 달려보자.
따듯한 물 320ml에 디티를 타서 마시고, 에너지 리퀴드도 마신다. 둘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이걸 하루에 7번이나 마셔야 한다는 게 좀 고역이다. 2시간이 이렇게 짧았어요? 돌아서면 또 디티를 마실 시간. 디톡스가 일반 다이어트 보다 힘든 건 칼로리가 낮은 음식도 먹을 수 없기 때문. 과일은 커녕 커피도 못 마신다. 카페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에디터 H는 내가 재미 없어졌다고 툴툴거린다. 나도 이런 내가 참 시시하다.
DAY 3.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비타500을 농축한 것 같은 에너지 리퀴드는 이름 값을 못한다. 삶의 낙이 없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재니 2.5kg가 빠졌다. 배도 홀쭉하다. 이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었다가, 배가 고프니 이내 또 포악해진다. 기분이 널을 뛴다. 내가 먹지 못 먹으니까 남들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어서 에디터H에게 자꾸 뭘 먹으라고 강요한다.
집에오면 배고픔과 우울함이 더 커진다. 그래서 미친 사람처럼 유튜브 먹방을 봤다. 벤쯔가 참 잘 먹더라구. 삼일 째가 되니 피부가 푸석거리고, 얼굴 이곳저곳이 울긋불긋 뒤집어졌다. 몸속의 독소와 노폐물이 배출되고 죽은 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명현반응’이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곯은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든다. 흑흑.
DAY 4.
오늘 아침엔 눈이 내렸다. 그리고 난 3.4kg가 빠졌다. 하하 나 날씬해진 거야?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이제 또 디티를 마셔야 한다. 솔직히 쳐다도 보기 싫어지지만, 단 한 톨이라도 남기면 죽여버리겠단 에디터H의 말때문에 먹기로 한다. 주책맞게 여기저기 말도 많이 해놔서 이제 와서 포기하기도 쪽팔린다. 이쯤 되고 보니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살을 빼나 싶다. 제주도에 놀러간 에디터H가 자기는 흑돼지를 먹으러 왔다고 염장을 지른다. 돼지. 꿀꿀. 살쪄라. 나는 날씬해질 거야. 아 배고파. 라면 물을 올렸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가스불을 껐다. 휴, 위험했다. 이게 다 에이치 때문이다.
DAY 5.
지난밤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는 술자리에서 결국 입이 터지고 말았다. 콸콸. 여러분 막걸리에 굴전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어떻게 안 먹어요? 탱글탱글한 굴이 노오란 계란 옷에 기름을 가득 머금고 나를 바라보더라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디톡스 한다고 새침하게 앉아있는 거 재수 없지 않아요? 솔직히 한 입을 먹은 뒤, 그 이후의 상황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침에 침대에 머리를 박으면서 일어났다. 홀쭉하게 들어갔던 배가 조금 나와있다. 1kg가 쪘다. 순식간에. 빼는 건 어려운데 찌는 건 왜 이렇게 찰나인가. 내가 이러려고 4일을 굶었던가 자괴감 들고 괴롭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을 따른다. 괜찮아. 지난밤은 내 머리도, 몸도 다 잊는 거야. 입이 터지니 솔직히 선식 같은 걸로 만족이 될 리가.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세 개의 선식을 비워냈다.
Epilogue. 일주일이 지나고…
[이날 소 한 마리는 먹은 듯…]
이번 클렌즈 프로그램은 실패다. 총 3kg가 빠졌다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 2kg가 다시 찐 상태다. 5일을 ‘거의’ 굶어냈으니 식탐이 늘었다. 솔직히 지금은 디톡스를 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몸무게가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고, 배도 아직은 봐줄 만하다.
세상에 쉽고 빠른 길 같은 건 없다. 짧고 굵게 가려고 했다가 몸에 독소는 빠졌는지 몰라도 대신 왕성한 식욕을 얻었다. 만약 디톡스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몸을 정화하는 코스 정도로 추천한다.
날씬해져서 돌아온 에디터M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하…지 않을까요?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