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맨날 주머니 사정 걱정하면서 오늘은 또 구경할 거 없나 돌아다니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요즘 용산이 핫한 건 다들 아실 거다. 이태원과 한남동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최근 들어 삼각지와 신용산 부근에도 골목마다 힙 플레이스들이 즐비하다. 이왕 놀러 나간 거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말고도 뭔가 구경하거나 살만한 게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처럼 여기저기 아이쇼핑 다니는 거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 용산구 쇼핑 플레이스 세 곳을 소개한다. 각각 서브컬처/라이프스타일, 식물, 빈티지 의류라는 키워드를 가진 개성 넘치는 로컬 숍이다.
[1]
#서브컬처 #라이프스타일
더 차일드후드 홈
서브컬처와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벽을 느끼기도 한다. ‘힙’하고 ‘쿨’한 로컬 편집숍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게 쉽지 않았던 적도 있다.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와 독특한 아이템들, 멋있게 차려입고서 들어오는 손님들을 위아래로 훑는 형님들은 나 같은 샌님 st 손님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비슷한 느낌을 가져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그럼에도 여전히 서브컬처를 알고, 소비하고,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신용산의 ‘더 차일드후드 홈’에 한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더 차일드후드 홈은 디렉터의 관점과 취향을 듬뿍 녹여낸 소규모 편집숍이다. 대형 백화점이나 편집숍에서는 흔하게 만나볼 수 없는, 개성 강한 국내외 브랜드를 소개한다.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도 꼭 한번 들르고 싶은 로컬 숍으로 자리매김하는 걸 목표로, 제품 바잉뿐 아니라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그린 신드롬 Green Syndrome, 믹 마일드 Meek Mild, BGM, 몰라 Mola 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고, 해외 작가와 협업해 선보이는 각종 PB제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팝업 행사를 비롯해 매장 내에서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들도 매력 요소. 특정 인물의 취향이 담긴 물건들을 판매하는 ‘에센셜 마켓’과 7월 진행 예정인 ‘Zine Fair’ 등은 다른 숍이 아닌 더 차일드후드 홈에 놀러 와야만 하는 좋은 명분이 된다.
매장 운영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서브컬처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더 차일드후드 홈은 지나치게 매니악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끼리’ 즐기고 마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걸 경계한다. 누구라도 편하게 방문해 귀엽고 예쁜 것들 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로컬 브랜드와 서브컬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밝고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하고, 접시나 트레이, 러그 같은 무난한 리빙 제품군을 곳곳에 배치해 둔 이유다. 덕분에 나처럼 관심은 있으나 괜히 어려워하는 손님들도 부담 없이 놀러 갈 수 있다.
Director’s Pick
▻ 헬로 선라이즈 Hello Sunrise ‘Original Logo Tee’
‘라이풀 LIFUL’을 이끌었던 디렉터가 새로 런칭한 브랜드 ‘헬로 선라이즈 Hello Sunrise’의 반팔 티셔츠. 빈티지 무드가 느껴지는 나염 프린팅과 툭 떨어지는 어깨 실루엣이 특징이다. 서핑과 여행을 좋아하는 디렉터의 취향이 잘 드러난다. 자수 처리된 등판의 작은 심볼과 택 라벨 등 디테일이 무척 귀엽다.
더 차일드후드 홈 THE CHILDHOOD HOME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0길 5 (세븐일레븐) 2층
- 수-일 13:00-19:00 (월, 화 휴무)
- @thechildhoodhome
[2]
식물
고어 플랜트 서울
주변에 식물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 정성스럽게 가꾸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멋진 인테리어 요소로 삼아 감각적인 공간을 꾸미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만약 이제는 좀 다른 식물을 찾고 있다면, 보고만 있어도 흥미로운 독특한 식물을 원한다면 삼각지의 ‘고어 플랜트 서울’이 좋은 대안이 되어줄 거다. 이미 매니아층이 형성된 소위 ‘나만 알고 싶은 식물 가게’랄까.
평소 접하기 어려운 희귀식물 중에서도 아프리카 식물을 위주로 선보이는 고어 플랜트 서울. 이곳에 오면 ‘코덱스 Caudex’, 다른 말로 ‘괴근식물(塊根植物)’들을 만나볼 수 있다. 코덱스란 다육 식물 중에서도 식물 구조 상 줄기 부분이 뚱뚱하고 비대한 식물을 가리킨다. 줄기가 뚱뚱해진 이유는 최대한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우기 때 양껏 저장한 물로 건기를 버틴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나 탄자니아 등에서 수입해온 오랜 세월의 야생 개체도, 농장에서 씨앗을 심어 키운 실생 개체도 있다. 코덱스 작물 위주로 모아 놓은 식물 가게는 흔치 않은 만큼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일반적인 식물 가게들과는 사뭇 다르다. 스테인리스 소재와 블랙 & 실버 컬러가 중심이 되어 무심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고, 각종 콜라보 MD 상품과 곳곳에 붙은 브랜드 로고 스티커가 흡사 패션 편집숍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식물의 존재감이 가장 강렬하다. 최소 10년은 넘게 살았을 것 같은 육중한 어르신부터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귀여운 꼬물이 녀석까지 개성 강한 모양의 코덱스 친구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운다. 컬러 스티커를 활용한 가격 정찰제 표기 덕에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센스도 돋보인다.
Director’s Pick
▻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마다가스카르에 자생하는 코덱스의 일종. 파종해서 가져온 1살짜리와 마다가스카르에서 넘어온 족히 몇십 년은 된 녀석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다. 자라면서 물을 듬뿍 저장해 줄기가 상당히 뚱뚱해지고 둥근 형태를 띠게 된다. 느리게 성장하지만 잎과 꽃도 피우는 아주 귀엽고 매력적인 식물이다. 늦가을부터 자연스럽게 잎이 떨어져 겨울에는 휴면기를 가진다고 한다.
고어 플랜트 서울 GORE PLANT SEOUL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9
- 목-금 13:00-19:00 토-일 12:00-17:00 (월-수 휴무)
- @goreplantseoul
[3]
#빈티지 의류
우니쿠
빈티지 옷의 매력은 다양하다. 현행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 강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특정 장르/모델의 근본을 이루는 가치 높은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좋은 브랜드 옷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데다가, 차고 넘치는 아이템 사이에서 누가 봐도 ‘내 꺼’를 찾을 때의 쾌감도 이루 말할 수 없지. 한남동에 놀러 가는 김에 빈티지 쇼핑도 하고 싶다면 ‘우니쿠’로 향해보자.
8-90년대 아메리칸 캐주얼, 그중에서도 우니쿠는 밀리터리와 워크웨어 아이템을 주로 취급한다. 리바이스 Levi’s , 랭글러 Wrangler 등의 데님류와 쇼트 Schott 를 필두로 한 가죽 제품, 거기에 각종 빈티지 티셔츠가 이곳의 메인 카테고리라고 보면 된다. 이외에도 버즈릭슨 Buzz Rickson’s, 슈가케인 SUGAR CANE 같은 빈티지 복각 브랜드도 만나볼 수 있으며, 폴로 옥스포드 셔츠나 하드록 카페 티셔츠처럼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기쁨도 크다. 가죽 외 모든 제품은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도록 이미 세탁이 완료된 상태로 판매된다는 게 포인트.
개인적으로 내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빈티지 숍 하면 떠오르는 편견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계단과 어두운 조도, 빽빽하게 가득 찬 옷더미와 은은하게 퍼지는 쿰쿰한 냄새… 우니쿠는 그런 거 없다. 넓고, 밝고, 공간 배치도 여유로워 쾌적하게 쇼핑하기 좋다. 그러면서도 선반과 수납장을 비롯한 빈티지 가구가 진열된 의류 제품들과 어우러지며 세월의 멋이 밴 투박한 감성을 한껏 살려준다.
Director’s Pick
▻ 리바이스 Levi’s ‘90’s 501’
데님 계 클래식 오브 클래식 브랜드 ‘리바이스 Levi’s’. 리바이스 하면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역시 501이다. 디렉터 픽으로 고른 이 90년대 생산 제품 역시 군더더기 없는 스트레이트 핏과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오묘한 진청 컬러가 매력적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전면부 워싱에서 빈티지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니쿠 ÚNICO
-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5길 34
- 월, 수-토 13:00-20:00 일 15:00-20:00 (화 휴무)
- @unico102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