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저는 지금 미국 산호세에 와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은 아무것도 당연한 일이 없었죠. 매년 6월마다 열리는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 WWD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맘때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태양 밑에 모여 축제를 맞이한 사람들처럼 들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말이죠. 2020년과 2021년에는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나긴 펜데믹 끝에서 다시 애플 파크를 찾았습니다.
하늘이 바사삭 부서질 것처럼 쨍한 날씨였고, 이번 WWDC 키노트는 봄 소풍 마냥 야외에서 진행됐습니다. 아마 밀폐된 공간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인과관계야 어쨌든 근사했습니다. 마치 봄 소풍 같았거든요. 덕분에 애플 본사 건물인 애플 파크 안을 제법 구경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통유리로 이루어진 도넛 모양의 건물은 어디서나 푸른 나무와 산책로가 보입니다.
사실 키노트 발표의 대부분이 미리 녹화된 영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영상을 온라인으로 보면 되는 거지, 왜 직접 미국까지 가서 보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WWDC가 뮤직 페스티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을 볼 수도 있고, 얼마든지 공연 비디오를 찾아볼 수 있지만 라이브 공연을 찾아가게 되는 그 매력과 닮아있다는 거죠.
WWDC의 주인공은 미디어가 아니라 개발자들입니다. 애플이 새로운 OS의 주요 기능을 발표하고, 개발자들이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지를 일러줄 때마다 천진난만하게 반응하는 그들을 보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거든요. 자기 일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백 명이 모여있다는 뜻이잖아요?
자, 오늘 키노트에서 발표된 각 OS의 주요 기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iOS 16
-잠금 경험 사용자화
사실 우리가 아이폰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화면은 ‘잠금 화면’이죠. iOS16에서는 애플워치 컴플리케이션에서 영감을 얻은 위젯 기능이 추가됩니다. 캘린더 이벤트 날씨, 배터리 잔량, 알람, 시간대, 활동 링 진행 상황 등 원하는 정보를 위젯을 통해 잠금 화면에 쉽게 추가하고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소중한 누군가의 사진을 잠금 화면으로 설정해 놓은 경우 다중 레이어 효과를 통해 사진의 피사체를 시계보다 앞에 배치해 깊이감을 연출해줍니다. 스타일이나 색상, 날짜와 시간의 모양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여러 가지 잠금 화면을 만들어두고 필요나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쓸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애플워치 페이스처럼요. 화면을 옆으로 스와이프하기만 해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훌륭합니다. 그리고 특정 잠금 화면을 ‘집중 모드’와 연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재밌습니다. 만약 가까운 사람의 연락 외에는 업무 메일이나 전화의 알림을 꺼두는 개인 시간을 설정해두고, 이걸 특정 잠금 화면과 연동해둔다면 잠금 화면만 바꾸는 것으로 집중 모드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평일용 잠금 화면과 휴일용 잠금 화면을 따로 만들어두는 것도 좋겠네요.
한 가지 변화를 덧붙이자면 기껏 아름답게 설정해둔 잠금 화면을 알림 창이 가려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알림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용자화된 잠금 화면은 명확히 볼 수 있고, 알림은 화면 하단에서 위로 올라오도록 새롭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메시지 앱
아이메시지에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몇 가지 요인이 있었죠. 그렇게 바라던 기능이 드디어 추가됐습니다. 메시지를 전송한 직후에 “지금 없어요”를 “지금 ㅇ벗어요”라고 보낸 걸 확인했을 때의 수치심. 이제는 전송 직후에 메시지를 바로 편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송 취소 기능도 가능해졌구요. 뿐만 아니라 답장을 할 여유가 없거나, 답장하고 싶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읽지 않은 상태로 표시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메시지 앱에서도 쉐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깜찍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제 함께 영화나 음악의 싱크를 맞춰서 감상하면서 메시지로 재잘재잘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아이클라우드 공유 사진 보관함
친구나 가족들과 모여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여행지에서 쌓인 수많은 사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숙제로 남죠. 카톡으로 주고받기도 하고, 에어드롭으로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공유하지 않으면 이것도 번거로운 일이 되거든요. 이제 사진첩에 흩어져 있는 가족(혹은 친구나 연인)과의 사진을 더 쉽고 쾌적하게 공유할 수 있는 별도의 아이클라우드 보관함 기능이 생겼습니다. 최대 6명의 사용자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고, 기존 사진첩의 사진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시작 날짜나 사진 속 인물을 기준으로 공유하고 싶은 사진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카메라 앱에 새롭게 도입되는 토글을 사용해 사진을 찍음과 동시에 공유 보관함으로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가족들과 찍는 사진은 이렇게 촬영하면 정말 편하겠죠. 모든 사용자는 이 보관함에서 사진을 추가하고 삭제하고 편집할 수 있구요. 굉장히 편한 기능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잘못된 사진을 공유해버리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드네요.
-라이브 텍스트
저는 라이브 텍스트 기능을 정말 잘 활용합니다. 파일로 없는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텍스트만 복사하는 용도로 쓰기도 하고, 항공권 예약 번호나 와이파이 비밀번호처럼 복잡한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사진에서 복사해오는 용도로 쓰기도 합니다. 정말 편하거든요. 이제는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에서도 라이브 텍스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동영상을 일시 정지한 상태로 영상 속 텍스트를 읽어올 수 있다고 해요. 또, 화폐 단위 변환과 텍스트 번역 같은 작업에도 바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
카플레이가 완전히 바뀐다는 소식입니다. 여태까지의 카플레이는 아이폰의 UI를 간소화해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단순한 기능만 제공했죠. 차세대 카플레이는 자동차 하드웨어와 훨씬 긴밀하게 통합되어 차량 내의 수많은 조작을 담당하게 됩니다. 직접 라디오를 제어하거나 냉난방, 환기를 조절하는 것처럼 자동차 기능의 컨트롤이 가능해진다는 뜻이죠. 뿐만 아니라 차량 데이터를 사용해서 속도, 연료 잔량, 온도 등을 디지털 계기판에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각기 다른 차량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것처럼 화면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경험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위젯 기능을 통해 자동차 대시보드에서 날씨, 음악 등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 지원 차량 모델은 2023년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미 다양한 브랜드에서 참여 중이라고 하네요.
-애플페이
애플페이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지만 흥미로운 기능이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사용자가 애플페이 구매 대금을 6주에 걸쳐 4회 분납하는 옵션을 사용할 때, 이자나 수수료가 전혀 붙지 않는다는 거죠. Apple Pay Later라는 명칭이네요.
WatchOS 9
-시계 페이스
애플워치의 활용도는 페이스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WatchOS 9에 네 가지 새로운 페이스가 추가됐습니다. 달의 위상 변화에 따른 한 달의 시간을 보여주는 루나 페이스. 문자판의 숫자 서체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던한 느낌의 메트로폴리탄 페이스. 작가 조이 풀턴의 깜찍한 일러스트로 포인트를 준 플레이타임 페이스. 그리고 기존의 천체 페이스는 새로운 천체 지도와 현재 구름 데이터가 결합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운동 앱
애플워치의 운동 앱이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좀 더 전문적인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게 됐습니다. 운동 앱을 켜고 운동할 때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새로운 운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박수 영역을 단계별로 표시해주기 때문에 현재 나의 운동 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내 트레이닝 스타일에 맞는 운동 및 회복 인터벌 루틴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페이스, 심박수, 케이던스, 파워에 대한 알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면밀히 확인할 수 있는 셈이죠.
운동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삼종 경기 선수들을 위해 모션 센서를 통해 운동 종류를 인식합니다. 순서에 상관없이 수영, 사이클링, 달리기의 삼종을 자동으로 전환하며 인식할 수 있는 멀티스포츠 운동 유형을 지원합니다. 각 운동을 완료할 마다 대화형 차트를 통해 자세하고 정확한 분석을 볼 수도 있습니다.
-달리기 업데이트
러너라면 애플워치의 새로운 업데이트가 굉장히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제 달리기에 대한 정확한 효율 추적을 위해 보폭 길이, 지면 접촉 시간, 수직 진폭 같은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됐거든요. 본래 수직 진폭은 몸통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진폭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워치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걸 손목 움직임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머신 러닝과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의 융합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사용자가 자주 뛰는 경로가 있다면, 그 경로에 대해서 가장 최근의 기록과 경쟁할 수 있으며 나의 기록보다 앞서거나 뒤처질 때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의 기록이 나의 경쟁자가 되는 거죠.
-복용약
저는 운동보다는 약과 가까운 사람이어서인지 이번 워치 업데이트에서 ‘복용약’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개인에게 필요한 의약품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제 복용을 제때제때 할 수 있도록 챙겨주는 기능입니다. 미리 의약품과 영양제 복용 내역을 등록해두고 알림과 간격을 맞춰두면, 애플워치가 부지런히 알림을 보내줍니다. ‘먹는 습관’ 자체에도 도움을 주지만, 함께 등록한 약물 중에 같이 복용하면 안 되는 항목이 있다면 그에 대한 위험도를 안내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단하죠?
-M2
M1이 나와서 세상을 뒤집어놓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M2가 공개됐습니다. 2세대 5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된 M2는 M1 대비 최대 18% 향상된 CPU 속도, 35% 강력해진 GPU, 40% 향상된 속도의 뉴럴 엔진을 갖췄습니다. M1 대비 25% 많아진 200억 개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50% 확장된 메모리 대역폭과 최대 24GB의 고속 통합 메모리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M2칩에서도 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역시 전력 효율입니다. 애플이 발표한 내용으로는 최신 10코어 PC의 노트북 칩과 비교했을 때 M2의 CPU는 동일한 전력일 때 두 배의 성능을 낸다고 하네요.
새로운 M2 칩과 함께 M2를 장착한 맥북 에어를 발표했습니다. 디자인이 새롭게 설계되면서 점점 얇아지는 디자인이 아니라, 더 플랫한 형태의 디자인이 됐습니다.
두께는 1.13cm 무게는 1.24kg입니다. 직접 잠시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2020년에 나왔던 M1 맥북 에어가 1.29kg이라는 걸 생각하면 50g 정도의 차이라서 사실 훨씬 슬림해졌다거나, 가벼워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화면 크기가 살짝 커지면서 무게를 줄였다는 게 포인트겠지만 너무 비약적인 차이를 바랐다면 제가 욕심인 거겠죠?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해상도가 1080p로 훨씬 선명해졌고, 화면 영역이 더 널찍해졌으며, 맥세이프 충전을 지원하게 됐다는 점이 하드웨어 상에서 보이는 주요 차이점입니다. 무엇보다 M2를 탑재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겠죠? 네 가지 컬러로 출시되는데 스페이스 그레이와 실버에 스타라이트와 미드나이트 컬러가 추가됐습니다
가격은 169만 원부터입니다. 맥북 프로 13인치 라인업 역시 M2 탑재 모델이 출시됩니다. 이 제품은 179만 원부터입니다.
macOS Ventura
-스테이지 매니저
새로운 macOS Ventura에서 가장 감동적인 기능은 단연 ‘스테이지 매니저’입니다. 정말 보는 것 만으로도 제게 매니저가 생긴 것 같죠. 맥에서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앱과 창이 열려있는 복잡하고 너저분한 상황을 한 번에 싹 정리해주는 기능입니다. 모든 앱과 창을 왼쪽 측면에 정렬하고, 현재 작업 중인 창만 화면 중앙에 띄워주기 때문에 현재 열려있는 창을 한눈에 파악하면서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앱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여러 앱을 그룹으로 묶어두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이 아이패드에서도 구동된다는 것이 가장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쩌면 기존 아이패드 사용자들에겐 이번 키노트에서 가장 쾌재를 부를 기능이 아니었을까요? 아이패드 화면에서도 쉽게 앱을 전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창을 포개놓고 작업할 수 있게 된 거죠. 마찬가지로 앱 그룹을 생성해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장 디스플레이와 연결해서 최대 8개의 앱을 구동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으로 아이패드라는 기기의 생산성이 2배 이상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연속성
아이폰과 맥을 함께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다른 두 OS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속성 기능들에 익숙하실 거예요. 이번에 진짜 재밌는 연속성 기능이 공개됐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애플 기기 중에 가장 좋은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는 제품은 아이폰입니다. 특히 최신의 아이폰이죠. 그럼 이 아이폰 카메라를 맥의 웹캠처럼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새로운 연속성 기능을 통해 아이폰과 맥이 무선으로 연결되면 따로 어떤 조작을 하지 않아도 맥에서 페이스타임 통화를 할 때 아이폰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아이폰의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서 직부감 카메라처럼 촬영할 수도 있구요.
또 핸드오프 기능이 페이스타임에도 적용되면서, 한 애플 기기에서 페이스타임을 시작한 후 근처에 있는 다른 애플 기기로 매끄럽게 통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영상통화를 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맥을 열고 클릭만 한 번 하면 이 페이스타임 통화를 그대로 맥에서 이어서 할 수 거죠.
-사파리
이제 사파리의 공유 탭 그룹을 사용하면,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즐겨 찾는 사이트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탭을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유한 시작 페이지에 책갈피 목록을 만들고 사파리에서 바로 메시지로 대화를 하거나 페이스타임 통화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여럿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레퍼런스를 공유할 때 일일이 파일로 정리해오는 것보다 이렇게 사파리로 공유하면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여럿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유용하겠네요.
iPadOS 16
-프리폼
iPadOS 16는 사실 앞서 소개한 아이클라우드 공유 사진 보관함이나 사파리 공유 탭 그룹, 메시지 앱을 통한 쉐어 플레이, 동영상 라이브 텍스트, 페이스타임 핸드오프 등 대부분의 기능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딱 한 가지 새로운 기능만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역시 다른 OS에서도 지원 예정이지만, 아마도 아이패드에서 가장 잘 써먹을 만한 기능이거든요.
애플 프리폼이라는 새로운 협업툴을 공개했습니다. 무한하게 늘어나는 캔버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럿이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나 자료를 나누고 기록하더라도, 레이아웃이나 페이지 크기에 대한 제약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한 개’의 캔버스에서 무한히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거죠. 또, 애플 펜슬이 이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명의 동료와 프리폼 안에서 다른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추가하고 편집하는지 지켜보면서, 나의 아이디어도 마음껏 덧붙일 수 있다는 거죠. 누군가는 그래프를 그리고, 누군가는 마인드맵처럼 단어나 이미지를 써나가고, 누군가는 사진 레퍼런스를 모으고, 애플펜슬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죠. 내용을 문서화해서 정리하기 힘든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프리폼을 활용하면 아주 유용할 것 같습니다. 특히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협업하기에 더 좋을 것 같구요. 프리폼은 올해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WWDC에서 발표된 기능 중 인상적이었던 것들만 정리를 해봤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협업과 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가장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사진을 어떻게 공유할지,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며 함께 대화하고, 동료들과 같은 화면 안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작업을 하는 등 기기를 통해 관계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능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사람을 위한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기능도 선보였는데요. 이런 관계일수록 상대에게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위치 정보를 포함한 개인적인 데이터에 접근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더 이상 자신의 위치 정보나 계정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권한을 초기화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기기 외에 다른 기기에서 일괄 로그아웃을 하고, 개인정보 보호 권한을 재설정할 수 있는 거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이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집요하게 탐구하는 애플의 이런 면이 굉장히 감탄스러웠습니다.
제가 WWDC 2022 현장에서 정리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가을 업데이트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봐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