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요즘 나는 국내 영화만 본다. 그것도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소소한 영화만 찾아서 본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엄청난 스타도 없고, CG도 없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지난주에는 <보희와 녹양>, <세 자매>, <잔칫날>, <최선의 삶> 같은 것을 봤다. 이런 영화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타노스와 싸우는 슈퍼 히어로는 없지만, 오히려 더 내 이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얘기 같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5월에서 6월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면 괜히 블록버스터가 땡긴다. 공룡이 도시를 부수고, 초인적인 스피드의 마녀가 악당을 때려잡는 영화를 봐야 여름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달까. 오늘은 6월에 개봉을 앞둔 9편의 영화와 OTT에서 공개되는 두 편의 시리즈를 소개한다.
2022.6.1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개봉한 지 4년 만에 속편으로 찾아왔다. 4년은 꽤 긴 시간이다. 나는 4년 전에 월드컵을 어느 나라에서 했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나는 영화 줄거리를 잘 까먹는 편이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짧은 줄거리를 보고 나서야 ‘아…전에 이런 내용이었지…’하게 되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아 이런 섬이 있었지)이 파괴된 후 마침내 공룡들은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다. 공룡의 등장으로 인간들은 사상 최대의 위험에 처한다. 내가 3D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3D로 봐야 할 것 같다.
-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2022.6.1
<애프터 양>
21세기에 <블랙미러>가 있다면 20세기에는 쥘 베른이 있었다. SF소설의 대문호 쥘 베른의 소설을 읽으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처럼 그 당시엔 없던, 텔레비전, 에어컨, 엘리베이터, 인터넷 등을 소설에 등장시켰으니까. 그 시대에 쥘 베른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이 <블랙미러>를 처음 본 나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나는 드라마 속에서 묘사된 ‘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보고 두렵기도 설레기도 했다. 영화 <애프터 양> 예고편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쥘 베른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 <애프터 양>에 나오는 설정도 머지 않아 눈앞에 벌어질 것만 같다. <애프터 양>에는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중요하게 나온다. 가족과 다름없는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고 가족들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가 연출을 맡았다.
- 감독 코고나다
- 출연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민
2022.6.1
<카시오페아>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서현진)은 딸 지나(주예림)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바쁜 수진을 돕기 위해 아빠 인우(안성기)가 지나를 돌보며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수진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게 되고, 지나를 영영 잊게 되는 건 아닐까 극도로 불안해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주> 각본을 쓰고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을 연출한 감독 신연식이 메가폰을 잡았다.
- 감독 신연식
- 출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2022.6.8
<브로커>
<브로커>는 여러모로 관전 포인트가 많은 작품이다. 첫 번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이라는 것. 하지만 감독을 제외한 배우, 영화 스태프는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는 국내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는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눈으로 본 한국의 도시와 자연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기대된다. 세 번째는 아이유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 독립 영화에 아주 짧게 출연하거나(<아무도 없는 곳>), 단편 영화 시리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페르소나>) 장편 영화는 처음이다. 네 번째는 강동원, 송강호, 배두나, 이주영 등 쟁쟁한 배우들의 합. 제작 발표회에서 여러 예고편을 봤는데 특히 강동원의 톤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6월 8일만 기다린다.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2022.6.8
<윤시내가 사라졌다>
어느 날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가 실종된다. 20년간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한 연시내(오민애)는 윤시내와 함께할 뻔한 꿈의 무대와 일자리를 잃어 절망한다. 한편 관심이 고픈 유튜버 짱하(이주영)는 라이브 도중 우연히 찍힌 엄마 ‘연시내’의 영상 조회수가 잘 나오자 대박 콘텐츠를 꿈꾸며 엄마와 함께 윤시내 찾기 콘텐츠를 시작한다. 서로 다른 목적의 모녀는 무사히 진짜 윤시내를 만날 수 있을까.
- 감독 김진화
- 출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김재화
2022.6.8
<미즈 마블>
어벤져스와 캡틴 마블을 동경하는 16세 소녀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히어로를 꿈꾸는 카말라 칸은 자신에게도 슈퍼 파워가 생겨서 평범한 일상이 달라지길 소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숨겨진 폭발적인 힘을 알게 되고 마침내 미즈 마블로 거듭나게 된다. <미즈 마블>은 <스파이더맨> 이후 마블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10대 히어로 첫 솔로 작품이다. 참고로 미즈 마블은 <캡틴 마블>의 속편 <더 마블스>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샤민 오바이드-차노이, 미라 메논
- 출연 이만 벨라니, 아라미스 나이트, 사가르 샤이크
2022.6.15
<마녀 Part2. The Other One>
우여곡절 끝에 <마녀2>가 개봉한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도 속편이 나오는 데 4년이나 걸린 이유는 제작사 사정 때문이다. <밀정>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에 투자/제작하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브이아이피>, <싱글라이더>, <인랑> 등 주요 기대작이 연달아 흥행 참패하며 투자에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2편부터 스케일을 키워보려고 했던 감독 박훈정은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흥행 실패와 코로나19로 결국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마녀>는 워너브라더스가 아닌 NEW의 투자로 가까스로 제작 확정되었다. 드디어 만나게 된 <마녀2>의 개봉은 반갑지만 김다미가 주인공이 아닌 건 팬 입장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 하지만 예고편에서조차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NEW 마녀 ‘신시아’가 스크린에서 어떤 아우라를 보여줄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김다미가 그랬듯이 말이다.
- 감독 박훈정
-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2022.6.15
<버즈 라이트이어>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버즈의 솔로 애니메이션이 개봉한다. 하지만 기존 <토이스토리>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버즈 라이트이어로, <토이스토리> 속에 나오는 장난감 버즈가 이 캐릭터를 본떠 장난감으로 제작되었다는 설정이다. 애니메이션을 다 보면 장난감 버즈가 왜 “To Infinity, and Beyond”를 외쳤는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버즈는 우연히 시간 이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정예 요원들을 만난다. 버즈는 요원들과 함께 우주를 집어삼킬 저그 황제와 로봇 군단에 맞서려 한다.
- 감독 앵거스 맥클레인
- 출연 크리스 에반스, 케케 파머, 데일 소울즈
2022.6.22
<탑건: 매버릭>
천재 파일럿의 대명사와 같은 ‘탑건’이 돌아온다. 1986년에 개봉한 <탑건> 이후 35년 반에 나오는 속편이다. 전편에서 화려한 비행술을 뽐내던 젊은 매버릭(톰 크루즈)은 이제 교관으로 등장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매버릭의 지휘 아래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과 함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비행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탑건>을 기억한다면 예고편만 봐도 살짝 뭉클한 장면이 있을 거다. 나는 ‘아이스맨’이 언급될 때 그런 감정을 느꼈다. 35년 만에 후속편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그 감동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 감독 조셉 코신스키
- 출연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2022.6.24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통일을 앞둔 미래의 한반도. ‘교수’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유지태)이 남과 북의 도둑을 모아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을 훔치려고 계획한다. 그 목표는 다름 아닌 남과 북이 갓 찍어낸 새로운 화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드라마다. 일단 유지태, 박해수, 전종서, 김윤진 등 출연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엔 충분하다.
- 감독 김홍선
- 출연 유지태,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김지훈, 장윤주, 이현우, 장현성, 임지연, 박명훈, 김성오, 김윤진
2022.6.29
<헤어질 결심>
산 정상에서 한 남자가 추락해 사망하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조사한다. 남편의 사망에도 감정 동요가 없는 서래를 의심하는 해준은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하면서도 알 수 없는 관심을 느낀다. 서래 역시 형사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걸 알면서도 해준을 피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형사물도 아닌, 로맨스물도 아닌, 회색에 가까운 모호한 분위기가 영화 속에 흐르는 듯하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의 6년 만에 복귀작이다. <아가씨> 이후 사진전, 단편 영화, 드라마 작업을 했지만 본업 복귀는 오랜만이라 더욱 반갑다. 아직 예고편밖에 못 봤지만 벌써 재밌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감독 박찬욱
- 출연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고경표,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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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