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나의 MBTI 유형은 INTJ다. 세상 모든 INTJ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강박적으로 캘린더를 확인한다. 오늘 저녁에 해야 할 일, 회사에서 해야 할 일, 봐야 할 영화, 만나야 할 친구, 친구를 만나서 먹을 음식 등을 색깔로 구분해서 구글 캘린더에 정리한다. 초록색으로 표시하는 11월-12월 콘텐츠 일정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올해 중에 지금이 재밌는 거 제일 많은데?’ 오늘 소개하진 않았지만 <타짜>, <호빗> 시리즈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모두 즐거운 초겨울 보내시길. 아, 그리고 오늘 추천하는 콘텐츠 중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피의 게임>이고, 딱 하나만 더 추천하면 <아케인>을 포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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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게임>
<지니어스>, <크라임씬> 같은 추리 예능을 좋아한다면 <피의 게임>은 선물 같은 예능이다. 기본적인 룰은 단순하다. 매일 밤 투표를 통해 한 명을 탈락시키고 최후에 남은 1인이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표 시스템이 들어간 이상, 동맹과 배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피의 게임> 출연자 중에는 크게 유명한 사람이 없어서, 기대치가 낮을 수도 있는데, 다들 전투력이 막강하다. 섭외 한 번 기가 막히게 잘했다. 섭외를 하기 전에는 ‘그런’ 캐릭터로 변할지 몰랐을 텐데 제작진은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낸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판을 뒤집고, 그 판을 또 뒤집는 게 반복된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잔혹함과 개그가 함께 공존한다는 점도 높게 산다.
- 편성 매주 월요일 오후 10:30(12부작)
- 출연 최연승, 정근우, 박지민, 허준영, 박재일, 덱스, 이태균, 송서현, 퀸와사비, 이나영
[2]
Netflix
<지옥>
연상호의 각본은 믿어도, 연출은 믿지 말자는 게 최근까지의 소신이었는데, 거두어들일 때가 된 것 같다. 연상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은 그가 선보이는 세계 중 가장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세계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부터 죽음을 고시 받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시는 당사자가 죽는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시간이 되면 신의 사자가 형벌을 내린다. 세상 사람들은 절망적인 일련을 사건을 겪으며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어떤 이는 그 일로 돈을 벌려고 하고, 누구는 권력을 얻으려 하며, 누군가는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 한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이 한 마디가 절로 나온다. “지옥 같네”
- 연출 연상호
- 각본 연상호, 최규석
- 출연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
- 공개 2021.11.19
[3]
theater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계 종사자들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 역시 가상의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의 에디터들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이 죽고,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쟁쟁한 캐스팅 라인업에, 흥미로운 줄거리까지, 하루빨리 극장에서 보고 싶지만 스크린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탓에 쉽게 볼 수가 없다.
- 연출 웨스 앤더슨
- 출연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시오 델토로, 레아 세이두, 티모시 살라메, 오웰 윌슨
- 러닝타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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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아케인>
내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했던 이유는 캐릭터와 스토리 때문이었다. 세계관이 탄탄하고, 그 속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매력적이고 치밀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유난히 더 좋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확장시켜 만든) 만든 작품이다. 스토리의 가장 큰 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매로 설정된 바이와 징크스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제이스, 빅토리, 하이머딩거가 나오는 과학도시 필트오버의 이야기. 그리고 케이틀린이 두 도시의 이야기를 잇는 역할을 한다. 연출, 액션, 그래픽 등 많은 부분에서 역대급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롤을 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다.
- 감독 애쉬 브래넌
- 원작 리그 오브 레전드
- 러닝타임 에피소드 당 약 40분(9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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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ter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속편이 30년 만에 개봉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사를 가게 된 트레버, 피비 남매. 두 사람은 그 집에서 고스트 트랩 등 유령과 관련된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게 되고, 남매가 있는 마을엔 미스터리한 현상이 계속 발생한다. 예고편만 봤을 땐, 예전 시리즈의 코믹한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장르로 서스펜스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오히려 좋다. 참고로 영화의 원제는 ‘고스트버스터즈: 애프터 라이프’다.
- 연출 제이슨 라이트맨
- 출연 캐리 쿤, 핀 울프하드, 맥케나 그레이스, 폴 러드
- 개봉 2021.12.01
- 러닝타임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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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더 하더 데이 폴>
<더 하더 데이 폴>은 서부극이다. 하지만 백인이 모든 주인공을 도맡아 하는 대부분의 서부극과 달리, <더 하더데이 폴>에서는 흑인이 주인공이다. 백인은 강도를 당하거나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밖에 출연하지 않는다. 그 점이 때문에 <더 하더 데이 폴>의 미쟝센이 이색적이다. 그에 따라 음악도 일반적인 서부극과 다르다. R&B, 재즈, 힙합을 사용했는데, 리드미컬하고 스타일리시한 편집과 잘 어우러진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루푸스 벅 갱에게 부모를 잃은 냇 러브가 어른이 되어 냇 러브 갱을 이끌며 루푸스 벅에게 복수를 하는 우당탕탕 복수극이다.
- 연출 제임스 새뮤얼
- 출연 조나단 메이저스, 재지 비츠, 이드리스 엘바, 레지나 킹, 델로이 린도
- 러닝타임 137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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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생존 전문가, 수영선수, 특전사, 셰프. 특출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 10명이 무인도에서 생존 경쟁을 벌인다. <문명: 최후의 섬>은 무인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서바이벌 시스템까지 도입해서 결국엔 최후의 1인만 살아남는다. 나는 3화까지 정주행한 후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전문가여도 무인도 생존은 쉽지 않겠다. 첫날에는 폭우와 폭풍 때문에 촬영 중단을 했고, 둘째날에는 귓가에 멤도는 모기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식재료는 고둥, 톳, 칡잎뿐이다. 과연 능력자 10인이 무인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출연 김소봉, 마초맨, 박찬이, 박은하, 부식
- 편성 8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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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레임드>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감독에 도전했다. <언프레임드>는 네 배우가 직접 쓰고 연출한 단평영화를 묶은 영화다. 단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러닝타임은 10분에서 30분 정도로 짧고, 짧기 때문에 밀도 높고 강렬하다. 기본적으로 단편영화를 상업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예술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장편영화가 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우유를 넣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라면, 단편영화는 에스프레소에 가깝다. 왓챠에는 한국 단편영화가 꽤 많이 올라가 있으니 <언프레임드>를 통해 왓챠 속 단편 세계를 유영해봐도 좋겠다.
- 감독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 출연 정해인, 이동휘, 최희서, 박소이, 임성재, 변중희
- 러닝타임 130분
- 공개 20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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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정가영이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를 봤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시작으로 왓챠에 올라온 많은 단편과 장편을 봤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친구에게 강력 추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홍상수의 영화처럼 찌질하고 속물적인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을 긴 호흡으로 편집 없이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으나, 대중적으로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젊은 감독이 본인만의 색깔을 이미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연애 빠진 로맨스>는 손석구, 전종서 두 사람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버닝>에서 미스테리한 여자, <콜>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던 전종서의 선보이는 로맨스 연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 연출 정가영
- 출연 전종서, 손석구, 공민정, 김슬기, 배유람, 김재화
- 러닝타임 95분
- 개봉 2021.11.24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