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H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갤럭시 Z 플립3를 샀어요. 10년 동안 아이폰만 써온 세월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제품이더군요. 전 원래도 아이폰을 기종 별로 2대씩 사용하기 때문에 핑계도 좋았죠. 둘 다 쓰면 되잖아요? iOS와 안드로이드를 함께 품겠다고 결심하고 핑크빛 미래를 꿈꿨습니다. 애플 생태계의 연결성을 누리면서, 삼성페이까지 쓰는 달콤한 삶….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절친한 후배님이자 디에디트의 직원이며, 까탈로그 편집장인 에디터B가 “기존 갤럭시 Z 플립 사용자인 제가 신제품 리뷰를 해야 맞지 않을까요?”라며 급하게 유심부터 갈아끼우더군요. 논리적으로 반박할 구석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1년에 걸쳐 롱텀 리뷰를 하겠다며, 빈틈없는 수비까지 선보이더군요. 제 앞에는 125만 원짜리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대신 갤럭시 Z 플립3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작은 박스 하나만 남았습니다. 바로 갤럭시 버즈2입니다.
네, 지금부터 사은품 리뷰 시작합니다.
갤럭시 진영의 이어폰은 여러 차례 네이밍을 바꾸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어 왔습니다. 기억을 아주 많이 더듬어 보면 기어 아이콘X라는 아이돌스러운 이름으로 출시되었던 적도 있었죠. 그 후에 갤럭시 버즈, 버즈 플러스, 버즈 라이브, 버즈 프로를 거쳐 약간 헷갈리지만 어쨌든 ‘버즈’라는 브랜딩을 견고히 하는데 성공합니다. 브랜딩만 견고했던 게 아니라 제품도 출시될 때마다 놀라운 업그레이드를 거듭했었죠.
[왼쪽부터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버즈2, 갤럭시 버즈 프로]
신제품인 갤럭시 버즈2는 14만 9,000원의 저렴한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모델입니다. 갤럭시 버즈 플러스의 후속작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갤럭시 버즈 프로의 저렴이 버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가격 접근성이 훌륭하다는 사실이죠.
케이스 크기만 본다면 버즈 프로, 버즈 라이브와 똑같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액세서리도 그대로 호환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내용물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유닛 크기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죠. 훨씬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많은 가전제품들이 휴대성을 두고 무게 경쟁을 하지만, 무선 이어폰의 세계만큼 치열한 곳이 있을까요. 단 1g이라도 무거우면 착용감이 완전 달라져버리는 게 무선 이어폰입니다. 손으로 들어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귓바퀴 안쪽에 고정해 사용하는 형태다보니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면 착용 후에 통증이 생기거나 이물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첫 착용부터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태까지 사용해본 갤럭시 버즈 시리즈 중에 가장 가볍습니다. 무게만 가벼운 게 아니라, 크기도 작아지고 튀어나온 정도도 줄었습니다. 착용후에 정면에서 보면 갤럭시 프로처럼 툭 튀어나와보이는 느낌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귀 안쪽에 가볍게 걸려있는 수준이 된 거죠.
물론 너무 동글동글한 디자인에 부피를 더 깎아내다보니 손으로 잡을 때나 귀에 착용했을 때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벼운 착용감 자체에는 감탄했지만, 처음엔 귀에 고정이 되지 않아 빠지는 일도 여러번 있었으니까요. 착용감은 사람의 귀 모양에 따라 크게 갈릴 수밖에 없겠지만, 저의 경우는 격하게 움직이거나 뛰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단점이라고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항상 책상에 앉아 일만 하고, 격하게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달리기? 마지막으로 달린 것은 이번 세기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의 패턴에서 본다면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압박감이 들거나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갤럭시 버즈2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완벽하게 고정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며 턱을 움직일 때는 약간 덜글럭거리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자, 이제 음질 얘기를 해봅시다. 어쨌든 ‘갤럭시 버즈 프로’의 하위 모델이다보니 프로보다는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던데, 저는 꽤, 아주 괜찮았습니다. 처음에 듣자마자 “엥? 이 가격에?”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로요. 분명 저음이 조금 약하다던가, 선예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밸런스도 괜찮았고 듣기 편한 사운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기에는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구요.
ANC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저의 인텔 맥이 거센 숨소리를 내며 팬을 돌리고 있는데, 버즈2를 착용하는 순간 기계음이 싹 걷힙니다. 특정 소리에 대해서는 에어팟 프로보다 훌륭한 ANC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먹먹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구요.
주변소리모드는 아쉬웠습니다. 화이트노이즈도 심했고, 사람 목소리를 들을 때 기계음처럼 끊겨 들리는 현상이 있어서 귀가 매우 피로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출고가 기준 2배 이상 비싼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 평가라면 충분히 손을 들어줘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올해 사용한 제품중 최고의 가성비 아이템이라는 생각 마저 들었습니다. 이걸 사은품으로 받은 게 머쓱할 만큼요. 이렇게 괜찮은 이어폰을 선물로 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갤럭시Z 시리즈 신제품의 막강한 무기인 셈이죠.
삼성전자도 그걸 아는지 이 선물(?)같은 제품을 iOS 진영에서 활용하는 꼴은 눈 뜨고 봐줄 수 없나 봅니다. iOS에서 지원하던 갤럭시 버즈 앱에는 계속 신제품이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단순히 무선 이어폰으로 사용할 순 있지만 기능을 절반 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전용 앱과 연결하지 않으면, 길게 눌러서 음량을 올리고 내리는 기능처럼 최적화된 UI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기존에 쓰던 갤럭시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변화는 갤럭시 버즈 프로와 갤럭시 버즈2의 이어팁 형태가 다르다는 겁니다. 버즈 프로에서는 타원형 이어팁을 채택했었는데, 이번엔 원형 이어팁으로 돌아왔거든요. 아직까지는 추측이지만 그간 무선 이어폰 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외이도염’ 이슈에 대한 개선책으로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제가 잠시 사용해본 갤럭시 버즈2는 정말 만족스러운 제품이었습니다. 특히 가벼운 착용감과 가벼운 가격이 매혹적이죠. 그런데 조금 재밌게도 먼저 출시되었던 갤럭시 버즈 프로의 최저가가 대폭 떨어지며, 뜻하지 않게 갤럭시 버즈2의 경쟁상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신 모델은 아니지만 갤럭시 버즈 프로의 스펙이 더 좋은 만큼 비슷한 가격이라면 프로 모델을 선택하는 게 맞다는 거죠. 이것도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저는 착용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버즈2에 소심하게 한 표를 던져봅니다. 그리고 조만간 갤럭시 버즈2 역시 가격 방어에 실패한다면, 그야말로 역대급 가성비 제품이 탄생할 수도 있겠죠. 지금 막 출시된 신제품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니까요.
갤럭시Z 플립3에 가려져 존재감은 약했지만, 갤럭시 버즈2는 아주 괜찮은 제품이었습니다. 저의 짧은 소감은 여기까지.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