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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버터블을 이토록 편애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요즘 더파크 채널에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중에 “디에디트에서 넘어왔어요”라고 고백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나 뿌듯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이...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요즘 더파크 채널에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중에 “디에디트에서 넘어왔어요”라고…

2021. 06. 29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요즘 더파크 채널에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중에 “디에디트에서 넘어왔어요”라고 고백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나 뿌듯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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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크 채널을 한 번이라도 둘러보신 분들은 아마 미니 컨버터블이 굉장히 익숙하실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저널리스트입니다. 지큐에서 기자로 일할 때부터 그랬고, 따라서 한국에 출시된 모든 수입차는 모조리 경험해봤어요. 그런 사람이 왜! 굳이 미니 컨버터블을 샀을까요?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한 번 나눠볼까 합니다.

여러 장르와 성격의 자동차를 경험하다 보면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올라가죠. 제대로 성장하는 기자라면, 적어도 좋은 차와 ‘구린’ 차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감각은 갖게 됩니다. 예쁜 차와 미운 차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도 생기죠. 예쁜 차는 왜 예쁜지, 마음에 안 드는 차는 어디가 어때서 마음에 안 드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도 갖추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차’에 대한 확고한 취향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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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진짜 즐거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꿋꿋하게 선택하고 주구장창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진짜 ‘내 차’를 고를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거죠. 지금의 저한테는 미니 컨버터블이 그런 차였습니다. 몇 가지 단단한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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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고전적인 디자인입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단정한 곡면, 어떤 면을 봐도 과하지 않지만 어떤 면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 자연광조차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우아한 곡선. 지금의 미니는 1959년 영국에서 처음 탄생했던 그 순간부터 존재했던 몇 가지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미니를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동그라미도 그런 요소 중 하나죠. 그래서 굉장히 고전적이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가진 자동차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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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귀엽기만 한 자동차는 아닙니다. 미니의 진짜 매력은 달리기에 있거든요. 미니는 기본적으로 화끈하게 달릴 줄 아는 자동차예요. 힘과 사양에 따라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미니 쿠퍼, 미니 쿠퍼 S, 미니 쿠퍼 JCW. 간단합니다. S는 고성능, JCW는 훨씬 더 고성능이에요. 제가 선택한 모델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입니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192마력, 최대토크는 28.6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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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차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니의 매력은 그렇게 달리는 모든 순간의 소리와 기세에 숨어 있습니다. 작지만 기세등등하죠. 절대 어디서 물러날 성격은 아닙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는 없겠지만 누구보다 재미있게 달릴 수는 있어요. 이런 힘이 엔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모든 순간의 감각, 차체의 모든 움직임에 태생적으로 녹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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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니를 타는 감각을 ‘고카트 필링(Go-kart Feeling)’이라고 합니다. 고카트는 가장 본능적이면서도 기본적인 구조의 내연기관 탈것이죠. 무게중심은 극단적으로 낮고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매우 즉각적입니다. 때문에 고카트 레이스는 다른 모든 레이스의 기초이기도 해요. 지금 F1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카트 레이스를 제패했던 사람들입니다. 진짜 떡잎을 알아볼 수 있는 시장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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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가 고카트 감각을 추구하는 건 그 기세와 재미 자체를 모두의 일상으로 가져오겠다는 미니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니 번호판에 “Do not tease or annoy MINI”라고 쓰여 있던 시기가 있었어요. 미니를 놀리거나 짜증 나게 하지 말라는 거죠. 도로에서 몸집 좀 작다고 업신여기면서 위협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들, 꼭 한 번씩은 만나게 되잖아요? 하지만 미니한테 그랬다가는 큰코다칠 테니까요. 얕볼 수 없는 실력과 기세를 가진 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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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의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전적인 디자인과 운동 성능, 여기에 작은 몸집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백과 실력. 이런 점이 저를 일단 매료시켰습니다. 시승을 하면 할수록 설득력이 있었어요. 그대로 점점 꿈이 됐습니다. ‘언젠가 꼭 갖고 싶다.’ 비밀스럽게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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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미니의 이런 성격과 외관을 좋아하게 된 데는 저 자신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는 컨셉이랄까 동질감이랄까, 몰입이랄까… 피할 수 없는 그런 가치들이 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은 남자애였어요. 중고등학교 때 키 순서대로 번호 정하잖아요? 저는 줄기차게 한 4번? 5번 정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렸을 때는 작다는 게 콤플렉스이기도 했어요. 남중, 남고라는 게 그렇잖아요? 학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권력 관계가 작동하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는 특히 몸의 권력 관계가 지배적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키 좀 작다고 의기소침하기엔 세상이 너무 재밌잖아요. 학교도 재밌고 운동도 재밌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참 열심히 했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달리기도 농구도 참 부단히 열심히. 학교 대표로 농구 시합에 나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체육시간에 편을 뽑을 때 끝까지 남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칼럼에 이런 이야기, 굉장히 부끄럽네요.

그래도 몸에 대한 부정적인 자의식이랄까, 그런 것들이 말끔하게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는 건 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참 어려운 숙제겠죠.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타고난 체형에서의 베스트 버전을 찾고 싶어서, 학생이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애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열심히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기자가 된 저에게 미니의 디자인과 실력은 그대로 어떤 지향점과도 같았습니다. 작은 차체를 타고났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성격과 실력이 있는 자동차. 게다가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깊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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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은 2세대였습니다. 하지만 3세대로 진화하던 순간에도 그런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3세대 미니 쿠퍼를 시승할 때도, LA에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시승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미니는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본질을 바꾸지 않았거든요. 몸집은 조금 더 커졌고, 승차감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지만 그건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성격의 본질은 그대로 고집하면서 조금 더 넓은 품으로 더 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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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니를 소유한다는 건, 조금 과장하면 정해진 수순이자 이뤄야 하는 목표 같기도 했습니다. 실은 너무 정답 같아서 일부러 멀리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잘 어울린다”며 용기를 주던 사람도 있었지만 “미니 타는 빡빡이 지큐 에디터”라는 정체성은 스스로 좀 ‘투 머치(too much)’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난가을, 미니 컨버터블을 차고에 들인 후부터는 매일매일을 마냥 즐기고 있습니다. 무지 뜨거운 한낮이 아니면 에어컨을 켜지도 않아요. 창문과 지붕을 열면 정말 시원하거든요. 그 개방감과 시원함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또 하나의 칼럼이 필요할 겁니다. 대신 더파크 채널에 간단한 영상으로 만들어 뒀으니 한 번 봐주시겠어요?

요즘 같은 계절에는 밤이 특히 좋은데, 지붕을 열고 여름밤을 달리는 느낌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이 영상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아, 가시기 전에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영상 보시고 나면 미니 컨버터블이 정말 갖고 싶어지실 거예요.

언젠가 다른 차를 갖게 되는 날도 오겠죠. 필요에 따라 SUV가 필요해지는 날도 올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와도 미니 컨버터블 한 대는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이 즐거움, 이 상쾌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뭣보다, 미니 컨버터블에는 다른 여느 컨버터블에서는 느끼기 힘든 재치와 재미가 있습니다. 한 번 공명하기 시작하면 헤어날 수 없는 성격. 어쩌면 정말 좋은 친구 같은 차예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미니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게 해본 건 또 처음인 것 같아요. 혹시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런 자동차가 있으신가요?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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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정우성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 공동체 '더파크' 대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니카, 나무를 좋아합니다. 요가 에세이 '단정한 실패'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