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스톡홀름의 힙스터가 찾는 가게 5

안녕하세요. 저는 스웨덴에 사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남현진입니다. 디에디트 웹사이트에서 글을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정말 신나고 기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웨덴에 사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남현진입니다. 디에디트 웹사이트에서 글을 읽기만 하다가…

2021. 06. 08

안녕하세요. 저는 스웨덴에 사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남현진입니다. 디에디트 웹사이트에서 글을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정말 신나고 기쁘네요. 여러분들은 디에디트 홈페이지를 언제 찾아오시나요? 저는 일상에 새로운 흥미가 필요할 때 아니면 힙하고 트렌디한 장소를 알고 싶을 때 디에디트 홈페이지 글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도 새로운 공간을 탐구하고 앞서가는 주제들을 궁금해하는 사람이겠죠. 오늘은 그런 여러분이 스웨덴으로 여행을 온다면 당신을 데려가고 싶은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스톡홀름의 비밀스러운 장소 다섯 군데입니다.


[1]
“스톡홀름 한여름의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스크로텐 카페&앱스한델
Skroten Cafe & Skeppsh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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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제가 살고 있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실내 디자인, 패션 그리고 IT기업들로도 유명하지만, 저는 바다와 숲 그리고 도시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게 스톡홀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는 화려한 도시에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틈새까지 스톡홀름은 삶의 균형을 맞추는 공간을 이루고 있죠. 바다에 가까운 만큼 스톡홀름에는 작은 섬들도, 그 섬을 다니는 배도 참 많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카페는 마치 청량한 바다에 떠 있는 등대로 들어간 기분을 주는 그런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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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로텐 카페&앱스한델(이하 스크로텐 카페)는 스톡홀름 유르고단 섬에 위치해 있는 카페입니다. 유르고단 섬은 스웨덴어로 동물의 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섬의 남쪽 해안가는 배 수선소가 몰려 있는데요. 발트해를 회항하고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는 배들이 정박하고 수선할 수 있는 곳들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배 수선소가 활발했던 장소라 마치 을지로처럼 조금은 거칠지만 그 속에 피어난 새로운 세대의 문화 덕분에 힙한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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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음식을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크로텐 카페의 레크마카(Räkmacka)를 추천할게요. 레크마카는 단단한 식빵 위에 새우를 쏟아질 듯이 가득 쌓아서 마요네즈와 레몬 소스로 곁들여 먹는 음식인데요.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웨덴의 여름 음식입니다. 한국 새우와 달리 스웨덴 새우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고 회처럼 쫄깃쫄깃합니다. 랍스터와 조금 비슷한 맛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크마카는 씹을 때마다 육즙이 우러나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빵에 발려 있는 달달한 버터가 향긋하게 끝 맛을 마무리하는 신선한 음식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여느 해산물 음식이 그렇듯 잘하는 곳에서 먹으면 두 배는 더 맛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크로텐 카페는 당신에게 스웨덴 음식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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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retouched_-10[위에서부터 레크마카, 피쉬 스프, 피쉬 앤 칩스]

스크로텐 카페&앱스한델

  • Beckholmsvägen 14, 115 21 Stockholm, 스웨덴
  • 영업시간 11:00~4:00

[2]
“오로라가 뜨는 라플란드의 순록 스테이크가 궁금하다면”
크눗
K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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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집밥은 후스만스코스트(husmanskost)라고 부릅니다. 크눗은 스웨덴 라플란드 지방의 후스만스코스트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스웨덴의 북쪽 지방은 라플란드(Lappland)라고 부르며 그곳은 겨울이면 오로라가 뜨고 여름이면 백야로 해가 하루 종일 지지 않는, 정말로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입니다. 라플란드는 워낙 날씨도 험하고 땅도 척박해서 스웨덴 사람들은 보통 중부 혹은 남부 지방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도 라플란드에 대해 조금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북쪽 출신 사람들도 자신의 고향을 굉장히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1600_retouched_-13[크눗의 쓰리 코스 디너]

크눗은 라플란드의 식재료와 전통적인 요리 방식을 살려 요리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스웨덴 이외의 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무스, 순록, 사슴 스테이크와 극지방에서만 나오는 크라우드 베리를 사용해서 만든 이색적인 음식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무스, 순록, 사슴처럼 이색적인 고기들을 이곳에서 처음 먹어봤는데요. 순록, 사슴은 조금 특이한 향이 나서 양고기처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무스는 소고기보다 조금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1400_retouched_-14[순록으로 만든 타르타르]
1400_retouched_-15[사슴 고기 스테이크]
1400_retouched_-16[라플란드 지방에서 생산된 치즈]
1400_retouched_-17[클라우드 베리를 곁들인 생선요리]

크눗

  • Upplandsgatan 17, 113 60 Stockholm, 스웨덴
  • 영업 시간 11:00~8:00(일요일 휴무)

[3]
“아크네와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이 가는 독립서점은 어디일까”
페이퍼컷
Paper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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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컷은 스웨덴 힙스터의 성지 소데르말름에 위치한 독립서점입니다. 소데르말름은 유행에 민감한 가로수길이나 성수동처럼 새로운 콘셉트의 가게가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지역입니다. 이 섬에 들어오기만 해도 길에 있는 사람들의 패션이 남다르다고 느낄 거예요. 특색 있는 사람과 장소가 넘치는 곳이라서 소데르말름에 산다고 하면 왠지 자유롭고 재미있는 사람일 것만 같은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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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컷은 크기는 작지만 볼거리로 가득한 예술 독립서점입니다. 편집샵 혹은 독립서점의 장점이라고 하면 내가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좋은 제품과 새로운 취향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페이퍼컷도 그런 독립서점의 장점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서점의 오너가 직접 잡지, 책과 필름을 선정해서 배치해 둔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페이퍼컷은 모두의 일상에 패션, 디자인, 음악 그리고 예술이 깃들여지기를 바란다’는 말이 적혀 있는데요. 정말 그 말처럼 이 서점에 발걸음을 들일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잡지와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사려고 했던 책이나 잡지가 없더라도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게 되는 마성의 서점입니다.

혹시 당신도 서울에서 페이퍼컷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스포티파이의 매장 플레이리스트를 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요즘 근무 중에 이 플레이리스트를 듣곤 해요. 이곳의 플레이리스트도 공간만큼이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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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컷

  • Krukmakargatan 24, 118 51 Stockholm, 스웨덴
  • 영업시간 11:00~6:30

[4]
“지속가능성 그리고 레트로가 좋은 당신이라면”
헤르 유닛
Herr Judit

1400_retouched_-22[헤르 유닛의 외부]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은 재활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환경을 오염시키는 두 번째 산업이 바로 섬유 산업이라는 말을 듣고 ‘환경을 위해 옷을 재활용해야겠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환경을 위해서 재활용된 옷을 사고 싶을 만큼 빈티지 상품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빈티지라고 하면 다른 사람이 많이 입어서 낡은 옷, 트렌드에서 벗어난 오래된 옷, 그저 싼 값에 파는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헤르 유닛을 포함한 많은 스톡홀름의 빈티지샵을 보고 나서 빈티지가 단순히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빈티지 시장은 동묘, 광장시장, 익선동 등에 집중되어 있다면, 스웨덴의 빈티지 시장이 조금 더 주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과 체인으로 운영되는 중고상품 가게들도 있으며 유명한 빈티지샵의 경우에는 웨이팅을 해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스웨덴에서는 많은 사람이 빈티지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르 유닛은 괜찮은 브랜드의 빈티지 상품을 선별해서 파는 남성 의류 빈티지샵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왔지만 여전히 퀄리티가 괜찮고 어떤 경우에는 리폼으로 업사이클링이 된 제품들도 있어서 트렌디합니다. 아무래도 품질이 괜찮은 제품을 가져오고 손때가 묻어나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한 덕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만약 지속가능성과 스웨덴의 빈티지 문화가 궁금하시다면 헤르 유닛을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쩌면 재활용 의류로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멋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600_retouched_-23[헤르 유닛의 외부]
1600_retouched_-24[헤르 유닛의 내부]

헤르 유닛

  • Hornsgatan 65, 118 49 Stockholm, 스웨덴
  • 영업 시간 11:00~18:00

[5]
“스톡홀름에서 가장 따스한 유령 카페”
가스트 카페
Gast Cafe

1400_retouched_-25[가스트 카페의 외부]

‘가스트’는 옛 스웨덴어로 유령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유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핑크톤인데요. 브런치를 먹고 싶은 포근한 햇살이 드는 카페입니다. 브랜딩과 인테리어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음식 퀄리티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에 비건과 락토스 프리를 따르는 메뉴가 많아서 특히나 음식에 조금 민감한 사람들도 편하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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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메뉴는 비건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사실 비건 음식이라고 하면 유제품과 육류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맛에서 조금은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만 같지만 가스트 카페의 비건 초콜릿 케이크는 전혀 드라이하지 않고 기존의 초콜릿 케이크처럼 쫀득하고 초콜릿 향이 찐하게 살아있습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비건 문화를 접해 보기에 좋은 메뉴일 것 같아요.

한 가지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이 카페는 배경음악으로 한국 인디음악을 틀어놓는다는 점이에요. 스톡홀름의 힙하고 트렌디한 카페에서 한국 음악을 트니 내심 자랑스럽고 어깨가 으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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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retouched_-28[비건 초콜릿 케이크]
1400_retouched_-29[스웨덴식 아보카도 센드위치]
1400_retouched_-30[베리 팬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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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스톡홀름으로 올 수도 있는 여러분들. 아무쪼록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저도 그리운 서울에 가고 싶네요. 어디든 계시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여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가스트 카페

  • Rådmansgatan 57, 113 60 Stockholm, 스웨덴
  • 영업 시간 7:30~16:00

namhyu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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