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M입니다. 오늘은 제가 참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브랜드가 만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혹시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를 아시나요? 제가 처음 이 브랜드를 알게 된 게 벌써 십 년 전이라더라고요. 에센셜 오일을 마치 향수처럼 롤 온 형태로 만든 거였는데요. 이걸 손목 안쪽이나 귀 뒤쪽에 살살 굴려주면, 은은한 허브 향이 내 살냄새와 섞이곤 했죠. 느닷없이 마음이 일렁이는 날이나, 이유도 없이 잠이 안 오는 날마다, 그걸 파우치에서 꺼내 나에게 말을 걸듯 아주 천천히 살갗 위로 굴려주곤 했어요. 마치 “다 괜찮아 질 거야.”라는 주문처럼 말이죠.
아로마티카가 처음 시작된 게 2004년이라고 하니 벌써 17년이나 되었네요.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만의 길을 가고 나아가 멋진 브랜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아로마티카가 새롭게 리뉴얼한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뷰티를 지향하는 아로마티카가 기존에 운영하던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해서 새롭게 바뀐 공간이거든요. 이름은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제로라니… 혹시 눈치채신 분들이 있을까요? 네, 제로웨이스트의 그 제로가 맞습니다. 믿을 수 있는 좋은 성분,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일은 아로마티카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제품을 사게 만드는 영역의 일이었다면 아마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거 같아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용기에 담기는지 그리고 사용한 제품이 어떻게 버려지는지까지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신사동에 위치한 이곳은 가로수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재활용한 벽돌로 꾸민 이 공간은 라벤더와 소담한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요. 온갖 브랜드들이 화려한 치장을 하고 뽐내고 있는 전시장 같은 가로수길에서 이곳 제로스테이션은 소박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화려한 자극 속에서 살아있는 풀꽃이 주는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차 한잔할까요, 우리?”
이 공간의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티 카페입니다. 가로수길에 놀러 왔다가 향긋한 티가 생각날 때면 이곳에 들러 보세요. 향긋한 허브 믹스 시그니처 티부터 직접 만든 과일초 블렌딩 음료까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티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콤부차도 있네요. 작년 여름에 정말 콤부차를 물보다 더 자주 마셨거든요. 메뉴를 보는 순간, 없던 갈증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여름이 오고 있나 봐요.
재미있는 건 작년 여름 콤부차 리뷰를 했을 때도 사진으로만 봤던 스코비(scoby)를 여기서 처음 만났다는 거예요. 갈색 액체 속에 둥둥 떠다니는 수상한 덩어리가 보이시나요? 이게 바로 몸에 좋은 균의 집합체로, 발효차인 콤부차의 원료가 되는 스코비죠.”이게 설마 그건 가요?” 토끼 눈을 하고 질문을 하는 저에게 직원분이 수줍게 웃으며 직접 만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시중에 판매하는 콤부차를 팔면 편할 텐데 이렇게까지 하다니. 솔직히 좀 놀랐어요. 이렇게 작은 것 하나도 신경 쓰는 것에서 아로마티카가 이 공간에 얼마나 진심인 줄 느껴지시죠?
이곳 티 카페에서는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아요. 근데 놀라운 점이 뭔지 아세요? 만약 테이크 아웃을 원하면 텀블러에 담아서 그냥 준다는 거예요. 그것도 무상으로요. 아니 텀블러가 얼만데? 그게 가능해?
아로마티카는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와 종이 백을 기부받고 있어요. 만약 음료를 마실 때 내 텀블러를 챙겨 온다면 모든 음료가 500원씩 할인이 되고요, 텀블러를 기부하면 모든 음료를 50%까지 할인을 해준다고 합니다. 물건을 담아 갈 곳이 필요하면, 기부받은 종이백에 넣어주고요. 좋은 아이디어죠? 저의 사무실 책상에 더 이상 쓰지 않는 텀블러가 몇 개 있는데, 조만간 다시 한번 들러야겠어요.
저는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거라 투명한 유리컵에 음료를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길게 뻗은 테이블이 굉장히 멋스럽네요. 이 아일랜드 테이블은 재사용한 벽돌을 이용해 만들고, 전문가가 손으로 미장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대요. 부드러운 곡선과 대조를 이루는 네모네모한 의자는 오지훈 작가의 작품이고요.
중간중간 무심한 듯 놓여있는 의자나 스툴 하나도 예사롭지 않아요. 마스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스툴과 폐유리로 만든 미니 테이블 모두 아티스트와 협력해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저는 이래서 ‘잘 만들어진’ 브랜드 공간을 방문하는 걸 참 좋아해요. 작은 인테리어 소품, 조명, 전반적인 분위기로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역력한 공간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여러분 이런 경험은 남이 찍은 인증샷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아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확인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말고 ‘여기’에 담아주세요”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의 두 번째 목적은 바로 ‘리필 스테이션’입니다. 망원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을 아시나요? 작년 6월 아로마티가가 국내에선 최초로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해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죠. 지금이야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하고 있는 브랜드가 종종 보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흔하지 않았거든요.
이곳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아로마티카의 베스트 제품 18종을 리필을 할 수 있어요. 이때 용기의 종류는 문제가 안 됩니다. 텀블러, 다 쓴 다른 브랜드의 공병도 전혀 상관없죠. 담을 수 있기만 하면 되거든요. 먼저 빈 병의 무게를 재고, 원하는 제품을 골라 필요한 만큼 담은 뒤 계산을 하면 됩니다. 모든 제품이 마치 마트의 채소처럼 그램(g) 당 가격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 게 신선했어요.
‘SAVE THE SKIN, SAVE THE PLANET’이라고 적힌 유리 공병은 재활용 유리를 90% 이상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공병이 담겨있는 종이 박스 또한 나무를 베지 않고 설탕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100% 생분해 종이에요.
혹시 우연히 들러 빈 용기가 없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현장에서 재사용 가능한 PCR 플라스틱이나 PCR 유리용기를 구매할 수도 있거든요. 만약 집에 사용하던 용기가 있어 리필만 구매하고 싶다면 리필팩을 선택할 수도 있구요. 리필팩은 쓰고 난 뒤에 입구 부부만 가위로 오려버리면 쉽게 분리배출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요.
이곳에서 저는 사이프러스 딥 클렌징 샴푸를 담았습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황사로 고통받는 두피를 말끔하게 관리해주는 샴푸라고 해요. 초록 잎을 한껏 자랑하며 길게 쭉쭉 뻗은 나무에서 느껴지는 향이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기분이 좋아지는 소비”
물론 이곳에서도 아로마티카의 전 제품을 체험해보고 구매도 할 수 있습니다. 오픈된 공간이라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굉장히 편안하게 제품을 이것저것 테스트해볼 수 있더라구요.
아로마티카의 제품은 합성향을 사용하지 않아서 원재료의 자연스러운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그래서 향이 독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편이죠. 자연에서 유래한 좋은 성분을 사용하고 모든 제품이 비건이며, 모든 제품은 경기도 오산의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합니다. 그러니까 믿고 사용하셔도 좋아요.
더 좋은 건, 5월까지 오픈을 기념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30% 할인이 된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리필을 하러 갈 때마다 도토리를 모으듯 하나씩 사서 오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나의 시그니처 허브는 샌달우드야”
눈을 돌리면 아로마테라피 존이 보입니다. 이곳은 각각의 원료 추출법을 확인하고 다양한 에센셜 오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나에게 잘 맞는 오일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도 있어요. 아무것도 섞이지 않는 순순한 원료의 향을 맡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셔도 좋고요, 아니면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컬러를 골라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네요. 마치 퍼스널 컬러처럼 나에게 잘 맞는 허브를 알아두면 참 좋지 않을까요?
“지구야 미안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분명 한 번쯤은 다 쓴 샴푸통이나 화장품 공병을 버리면서 “지구야 미안해”를 작게 속삭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이게 과연 제대로 분리배출은 가능할까? 죽어도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안쪽을 세척한다고 하긴 했는데, 쉽지 않잖아. 이건 오히려 물 낭비 아냐?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죠.
이곳에서는 분리배출이 가능한 소재와 불가능한 소재를 분류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평소에 헷갈리고 어려웠던 펌프 디스펜서 같은 것들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인 셈이죠. 이렇게 분리 배출된 용기는 아로마티카의 제품 용기로 재활용이 되기도 하구요.
뿐만 아니라, 투명 플라스틱 생수통 3개를 가지고 오면 아로마티카 비누 바 2종을 받을 수 있구요. PP소재의 플라스틱 병뚜껑 10개를 가지고 오면 200명 한정으로 비누받침을 7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냥 버려지는 생수병 뚜껑이 이렇게 근사한 모양의 비누받침이 될 수 있다니! 정말 의미 있는 일 아닌가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협업해 ‘플라스틱 방앗간 가로수길점’도 만들었어요. 제가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가장 헷갈리고 어려운 게 바로 생수병 뚜껑인데요. 너무 작아서 분리수거가 되지 않으니까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건 잘 아는데, 이렇게 깨끗한 걸 버리자니 어쩐지 좀 아까웠거든요. 하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여러분 생수병 뚜껑을 잘 모아뒀다가 이곳에 가지고 오세요. 그럼 이렇게 멋진 비누받침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거든요.
쭉 돌아본 이곳의 느낌은 단순히 브랜드가 만든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 대화하는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말이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보다 더 잘 와닿았던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차 한잔하면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에 어떤 게 들어갔는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좋은 소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꼭 방문해 보셔야 할 공간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주말 신사동 나들이 어떠세요?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길 62
*이 글에는 아로마티카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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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