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혹한기 대비, 남다른 패션 아이템 4

안녕, 겨울 특유의 포근하고 따스한 감성을 사랑하는 객원필자 김정현이다. 영하 19도까지 내려가는데 뭔 포근 타령이냐고? 상상해보자. 하얀 눈이 내리는 창밖...
안녕, 겨울 특유의 포근하고 따스한 감성을 사랑하는 객원필자 김정현이다. 영하 19도까지 내려가는데…

2021. 01. 31

안녕, 겨울 특유의 포근하고 따스한 감성을 사랑하는 객원필자 김정현이다. 영하 19도까지 내려가는데 뭔 포근 타령이냐고? 상상해보자. 하얀 눈이 내리는 창밖 풍경과 옆에는 타닥타닥 타는 벽난로, 할머니가 직접 짜주신 두꺼운 스웨터를 걸쳐 입고서 모카포트로 끓인 진한 커피 한 모금을… 그래, 정정한다. 나는 여전히 영화 속 유럽의 겨울 풍경이 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400_(intro 1) Bon Iver - Holocene[Bon Iver – Holocene 뮤직비디오 中]

그치만 유럽은커녕 동네 카페조차 맘 놓고 못 다니는 게 현실. 하루하루가 답답한 요즘, 기분이라도 낼 겸 겨울의 유럽에 온 것처럼 스타일을 꾸며 보면 어떨까? 그리고서 커피나 핫초코 한 잔 옆에 두고 옛날 영화를 틀어놓는 거지. 친구와 함께 한적한 곳에서 캠핑이나 차박을 즐겨도 좋겠다.

swe[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中]

나처럼 겨울 로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특히 영국 할머니나 노르웨이 할아버지가 애용할 법한 두툼하고 투박하고 귀여운 아이템을 좋아한다면 구미가 좀 당길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만 선정한 이유? 제대로 느껴보겠다고 방대한 물량의 빈티지를 찾아 발품 팔거나 복잡하게 해외 직구까지 시도하기엔 다들 바쁘고 힘드니까. 우리 편하게 기분만 내자.


[1]
하이드아웃
JEKYLL AND H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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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를 구상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템. 겨울옷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플리스 재킷 아니겠나. 그중에서도 ‘지킬 앤 하이드 리버시블 롱플리스 재킷’은 하이드아웃의 시그니쳐 제품이다.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에서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친구지.

하이드아웃은 플리스 소재를 중심으로 편안하고 내추럴한 무드를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데, 무난한 디자인과 컬러 덕에 일상생활에서도 아웃도어 활동 시에도 부담 없이 입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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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따뜻해지는 풍성하고 보들보들한 플리스 원단.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넉넉한 기장 덕에 보온성이 배가 된다. 사진 속 모델처럼 평소 자주 입는 후디 위에 툭 걸쳐도 좋고, 깔끔한 터틀넥과 매치해도 센스 있는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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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시블’ 기능 덕에 실용성도 빠지지 않는다. 주구장창 입고 다니다가 질릴 때쯤 한 번씩 뒤집어 입자. 보들보들한 플리스 원단이 아닌 매끈한 나일론 원단이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누빔 재킷 절대 못 잃으시는 어머니 아버지도 좋아할 스타일이랄까.

‘Chill out, Sunday’라는 타이틀의 겨울 시즌 에디토리얼이 우리가 원하는 포근하고 따스운 감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 근교에서 평온한 오후를 즐기는 가족의 단란한 모습. 비록 여기는 코리아지만 뭐 어떤가. 동네 마실 다니며 장도 보고 커피도 마실 때, 이만큼 편하고 귀엽게 입을 옷 찾기 쉽지 않다.


[2]
노드 아카이브
Corduroy Fatigue P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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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스만큼이나 따뜻한 분위기를 주는 대표적인 소재가 ‘코듀로이’다. 그래, 골덴 혹은 고르뎅이라고 하는 그거. 아빠 옷장 뒤지면 꼭 하나씩은 나오는 그거. 도톰하고 부드러운 소재가 주는 캐주얼하면서도 정갈한 매력 덕에 가을 겨울철 재킷으로도, 바지로도 자주 찾게 되는 꿀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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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느낌의 코듀로이 바지를 찾고 있었다면 이 제품이 좋은 선택이 될지도. 노드 아카이브는 빈티지 복식 요소를 현대적인 실루엣에 접목해 편안한 일상복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이 바지 역시 60년대 영국군의 퍼티그 팬츠를 적절히 변주한 점이 포인트. 군용 작업복에 뿌리를 둔 만큼 단단하고 투박해 보이는 일반적인 퍼티그 팬츠에 비해 골의 너비가 볼록하고 넓은 코듀로이 원단을 써서 한층 부드럽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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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해 보이는 첫인상 외에도 빈티지 맛 디테일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바지다. 앞서 말한 퍼티그 팬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의 빅사이즈 아웃 포켓 외에도 앤티크한 무드의 금속 걸고리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바지를 입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준다.

어떻게 스타일링해도 매력적인 활용도 높은 제품. 나도 쏠쏠하게 잘 입고 다닌다. 그럼에도 우리의 유럽 겨울 감성을 지키기 위해, 10년은 거뜬히 입을 것 같은 두껍고 풍성한 스웨터랑 코디해보고 싶다. 그렇게 입고서 시골 마을로 놀러 가 숲도 거닐고 밤에는 벽난로 앞에 앉아 뜨거운 커피에 초콜릿 가득 박힌 쿠키를 먹는 거지. 아니, 이런 상상은 정말 나만 하는 건가?


[3]
와일드브릭스
LW ANCHOR FINGERLESS GLO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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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패션에 장갑이 빠질 수는 없다. 장갑이야말로 오직 이 계절만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아이템이니까. 문제는 호불호. 좋아하는 사람들은 컬러별로 패턴별로 모은다. 취향에 따라 매끈한 가죽만 사용하기도, 복실거리는 울 소재만 찾기도 하지. 반면에 아무리 추워도 장갑만큼은 안 끼는 사람들도 있다.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이것만은 기억하자. 겨울 느낌을 가장 쉽고 저렴하게 낼 수 있는, 감성과 보온성을 동시에 갖춘 이런 아이템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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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하는 핑거리스 울 장갑은 평소 눈여겨보던 와일드브릭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품이다. ‘와일드, 클래식, 아날로그’를 핵심으로 삼아,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자연스럽고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내는 와일드브릭스. 이 장갑만 봐도 어떤 톤앤매너를 추구하는지 대충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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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에 수 놓인 닻 문양이 이국적인 느낌을 제대로 살린다. 어릴 적부터 뽀빠이 등을 통해 익숙하게 접한, 그야말로 뱃사람들의 심볼. 평생 육지에서만 살았어도 괜찮다. 이 장갑을 낄 때만이라도 북유럽 해안가 마을의 토박이, 요한 구스타프 페데르센 씨가 되어보자(겉은 투박해 보여도 심성은 따스한 사람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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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리스만의 실용성도 무시 못 한다. 손가락 끝까지 다 덮는 게 답답해서 싫다는 친구도 정말 추울 때는 핑거리스 장갑을 끼더라고. 특히 한국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나. 원할 때면 바깥에서도 장갑을 낀 채로 자유롭게 터치가 가능하다.


[4]
모베러웍스 X 삭스타즈
ASAP S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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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참아도 발 시린 건 못 참는다. 맨날 곰발바닥 같은 부츠를 신을 순 없으니 양말이 정말 중요하지. 그렇다고 보온성만 따질 수도 없다. 양말 하나만 잘 신어도 패션 센스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이템은 빈티지 무드 낭낭한 양말이다. 오래된 필름 사진에서 본 것만 같은, 더플 코트를 입고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낀 채 걸어가는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이 신었을 법한 그런 양말. 앞에서 실컷 유럽 겨울 감성이라면서 왜 또 미국이냐고? 그래도 뿌리는 같으니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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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 ‘모베러웍스’와 더 나은 하루를 파는 양말 가게 ‘삭스타즈’의 멋진 협업 제품이다. 삭스타즈가 쌓아온 양말 제작에 관한 노하우와 모베러웍스 특유의 위트 있는 디자인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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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점은 요즘은 흔치 않은 ‘더블 실린더’ 방식을 채택했다는 거. 7-80년대에 많이 사용된 재래식 공법인데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싱글 실린더’ 방식으로 전환되고 나서는 효율성을 고려해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요즘 양말들에서 느끼기 힘든 두툼하고 투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덜 깔끔하고 덜 매끈한 대신 더 튼튼하다. 말하자면 오래 신을 수 있고 갈수록 자연스럽게 낡아간다는 건데, 그게 바로 빈티지의 맛 아니겠나. 나 역시 그런 러프한 매력에 반해 출시하자마자 구매했다. 기장도 길고 발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아 애용하는 중. 자수로 새겨진 캐릭터 ‘모조’도 귀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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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에는 이런 것도 있다. 실리콘으로 작업한 모베러웍스의 시그니쳐 메시지 ‘ASAP(As Slow As Possible)’. 평소엔 볼일이 없어 굳이 왜 넣었나 싶겠지만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미국 맛 빈티지 양말’이라는 제품 컨셉을 뒷받침해준다. 발을 디딜 때마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실리콘 재질의 기분 좋은 감촉은 덤.

kimjeon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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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