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USB는 왜 다르게 생겼을까

안녕하세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게 됐지만 USB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정말 놀라운 단자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뭔가를...
안녕하세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게 됐지만 USB가 처음 나왔을 때는…

2020. 11. 03

안녕하세요. IT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게 됐지만 USB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정말 놀라운 단자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뭔가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죠. 사실 컴퓨터에 뭔가를 덧붙인다는 것도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모뎀이나 프린터 정도가 복잡한 핀들로 연결됐고, 요즘은 당연한 랜 포트도 아주 귀했습니다. 이게 불과 20년이 약간 넘은 이야기입니다.

1400_USB_c-8

1998년 번개처럼 등장한 USB는 그야말로 만능이었습니다. USB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이긴 했는데, 상용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1998년 당시 컴퓨터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올해의 PC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고 발표했던 PC98이라는 규격 안에 USB 1.1이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죠.

1400_USB_c-9

일단 속도가 미친듯이 빨랐습니다. 12Mbps, 그러니까 1초에 한 1메가바이트 정도 데이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눈 깜짝하면 디스켓 한 장씩을 복사할 수 있을 만큼 대단했죠. 혹시 지금 웃었어요? 이때는 인터넷도 거의 쓰지 않았고 1초에 한 5킬로바이트 정도 보내는 모뎀이 최신 기술이었어요. 1메가바이트 내려받는데 5분씩 걸렸다는 사실! USB는 그야 말로 빛의 속도로 뭔가를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장치를 다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워낙 통신 속도가 느려서 프린터, 조이스틱, 모뎀 등 외장 장치는 각자 특성에 맞춰서 한 자리씩 꿰찼는데, USB가 등장하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모든 장치가 이 USB 하나로 뚝딱 해결됐죠.

1400_USB_c-12

USB는 단숨에 연결 단자를 싹쓸이했죠. 그리고 2000년에는 480Mbps, 1초에 약 60MB정도 전송할 수 있는 USB 2.0이 등장합니다. PC 고인물 입장에서는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죠. 속도도 빨랐고, 전기도 꽤 잘 보내게 되면서 USB 2.0은 통신 뿐 아니라 모든 휴대용 기기의 전력공급원, 즉 밥줄 역할까지 맡습니다. 그리고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통신 규격이죠.

그런데 이제는 USB 2.0으로는 성이 차지 않죠. USB 2.0으로 뭔가를 전송하는 건 엄청나게 답답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상은 USB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규격을 만드는 USB 협회는 할 일이 부쩍 많아집니다. 그런데 요구 사항과 생각해야 할 것이 늘어나면서 USB는 혼란스러워집니다.

1400_USB_c-10
[USB는 혼란스럽다]

아, 물론 새 규격들이 나오면서 좋아지긴 합니다. 그런데 복잡해진 거죠. 그 주범이 바로 USB-C입니다. 1.1이니 2.0이니 하다가 갑자기 왜 C로 연결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USB 타입C’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이건 전송 규격이 아니라 단자의 모양을 말합니다. 대개 PC에 들어가는 길쭉한 USB 단자는 USB 타입 A라고 부릅니다.

1400_USB_c-7

그런데 완벽해 보이는 USB의 단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이 네모난 단자는 위 아래가 잘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죠. 이 기가 막힌 우연의 단자는 꼭 한 번에 딱 꽂히지 않습니다. ‘반대인가?’라고 생각해서 뒤집어 꽂으면 또 안 맞습니다. ‘아.. 이쪽이 아니구나’라는 주문과 함께 다시 뒤집으면 그제서야 ‘스윽~’하고 부드럽게 꽂히는 마술을 부립니다.

1400_USB_c2

그런데 2012년, 애플이 아이폰5와 함께 ‘라이트닝’이라는 새로운 단자를 발표하죠. 이 자그마한 8핀 단자는 앞 뒤 구분이 없습니다. 그냥 꽂으면 됩니다. 그 속 원리야 어떻게 됐든, 어떻게 꽂아도 되니 기가 막혔습니다. 그때까지 일반 USB 케이블의 소형 단자는 ‘마이크로 USB 타입-B’라고 부르는 케이블이 장악하고 있었고, 이 라이트닝 단자는 애플의 독자 규격이었기 때문에 이를 다른 기업들이 쓰기는 어려웠습니다.

1400_USB_c-11

USB도 양면 USB를 개발합니다. 그게 바로 USB 타입-C입니다. 라이트닝 단자처럼 앞 뒤를 꽂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타입’은 말 그대로 생김새를 말합니다. 전송 규격과는 하나도 관련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 USB 타입-C로 만들 수 있는 전송 규격은 USB 2.0, USB 3.0, USB 3.1, USB 3.2, 그리고 썬더볼트3 등등 엄청나게 많습니다. 또 USB 협회의 복잡한 사정으로 USB 3.0 이후의 전송 기술은 단자 모양과 전송 규격에 따라서 5Gbps와 10Gbps로 전송 속도가 나뉩니다. 그리고 썬더볼트3는 무려 40Gbps의 엄청난 속도를 냅니다. 여기에 이제는 구닥다리 기술이 된 480Mbps의 USB2.0가 쓰이기도 합니다.

1400_USB_c-15

제가 화가 난 이유는 이게 구분이 안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왜냐면 다 똑같이 생겼거든요. USB 2.0의 USB-C 케이블과 USB 3.2 USB-C 케이블의 모양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썬더볼트 케이블은 구분이 됩니다. 대개 단자 부분에 번개 표시를 새겨 넣거든요.

1400_USB_c-14

자, 그럼 어떤 케이블이 좋은 걸까요? 단연코 썬더볼트 케이블이 좋습니다. 1초에 40Gbps를 전송하고, 전력도 더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외장 그래픽카드를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단자입니다. 그 다음은 USB 3.2 Gen2, 혹은 USB 3.1입니다. 두 규격은 이름만 다르고 속도는 10Gbps로 같습니다. 다음은 USB 3.2 Gen1, 혹은 USB3.0입니다. 5Gbps로 보낼 수 있어요. 이 정도면 외장 SSD를 연결해서 쓰기에 충분해요. 그리고 맨 마지막이 USB2.0입니다. 이건 외장 하드디스크 속도도 다 내지 못할 정도니까 충전이나 스마트폰 데이터 전송 정도 외에 속도가 필요한 데에는 쓰기 어렵습니다.

1400_USB_c-3

결국 이걸 안전하게 구분하려면 살 때 정확히 파악을 해야 합니다. 포장을 보는 거죠. 썬더볼트 케이블이 가장 잘 표시가 되어 있고, 다른 케이블들은 속도가 쓰여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시 속도가 적혀 있지 않고,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등의 표기가 되어 있다면 대부분 USB 2.0이라고 보면 됩니다.

1400_USB_c-4

자,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볼까요. 썬더볼트 케이블은 비쌉니다. 케이블을 보다가 “뭐 이렇게 비싸?”라는 소리가 나오면 썬더볼트입니다. 보통 3~5만원 정도 하고, 비싼 건 10만원이 넘습니다. 저는 애플 제품을 샀는데, 4만 9,000원이지만 이게 비싼 게 아닙니다.

1400_USB_c-18

USB 3.2 Gen2 케이블은 1만원 남짓 합니다. 조금 좋은 건 1만원이 넘고, 기능만 하는 건 1만원이 조금 안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2~3천원 하는 케이블은 무조건 USB 2.0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또 한가지 복병이 있습니다. USB-PD입니다. PD는 파워 딜리버리(Power Delivery)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전력을 보내주는 규격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뿐 아니라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도 USB 타입-C를 쓰잖아요. USB-PD는 노트북처럼 많은 전력을 쓰는 기기들에 USB 케이블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전원 규격입니다. 보통 어댑터에 고속충전과 함께 USB-PD라고 쓰여 있는 경우들이 많죠.

1400_USB_c-5

노트북을 충전하려면 대개 65W짜리 충전기를 쓰고, 고성능 제품들은 100W까지 쓰기도 합니다. 이 전력을 안전하게 보내주려면 전원 케이블도 더 두껍고 안전하게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케이블도 65W, 100W처럼 구분을 해놓지요. 속 터지지만 이것도 상자에만 쓰여 있고 케이블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미리 잘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1400_USB_c-13

제일 좋은 건 케이블을 샀을 때 포장을 버리기 전에 사진을 하나 찍어두세요. 그리고 모양은 좀 빠져도 견출지 같은 걸로 단자 한쪽에 규격을 써 두는 거죠. 저도 제가 갖고 있는 USB-C 케이블들이 어떤 성능을 내는지 다 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표시해두는 것 밖에 답이 없네요.

케이블 제조사, 수입사들은 이렇게 가격도, 성능도 천차만별인데, 케이블 끝에 속도 규격 좀 써 주면 안되나요? 그래도 타입-A의 USB 2.0과 USB 3.0 시절에는 파란색으로 칠이라도 해서 구분했죠. USB 타입-C도 알아볼 수 있게 구분 좀 해주세요.

hosubchoi

About Author
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