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살면서 1,251편의 영화를 본 에디터B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영화 추천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영화 추천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방의 취향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게 제일 힘들다.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취향이 있다고 보면 되니까.
취향 저격에 실패할 경우, 수행이 부족한 자는 상대방을 탓한다. ‘이 좋은 영화를 안 좋아해? 취향이 별로네.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지?’ 하지만 나처럼 다년간 추천 수행을 한 사람은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취향이 맞지 않을 뿐이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장르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드라마 3편과 영화 6편이다. 이 중에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있을걸? 이번에도 역시 딸기 지수로 추천 정도를 표현했다. 만 점은 딸기 다섯 개.
[1]
Drama
SF8
🍓🍓🍓 “잘 만든 한국판 블랙미러”
길거리에서 이 정체불명 드라마에 대한 광고를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이건 영화인가, 광고인가 아니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인가? 바로 웨이브의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SF8>이다. 러닝타임은 한 시간으로 따지자면 단편 드라마인데, 굳이 시네마틱 드라마라는 멋낸 이름으로 소개한다.
드라마는 총 8부작으로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대략적인 컨셉은 ‘한국판 블랙미러’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 <만신>은 운세 앱이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100퍼센트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이자 만신 의존증이 심해지는 사회적 부작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에피소드의 주연은 이연희와 이동휘.
연출진이 화려한데, 웨이브와 한국영화감동협동조합(DGK)이 협업해서 만든 시리즈라 그렇다. 이름 있는 영화감독이 대거 참여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연애의 온도> 노덕,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등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작품이 될 거다.
- 채널 MBC, 웨이브
- 방영일 8월 14일(MBC), 웨이브는 공개
- 출연 이유영, 이연희, 이동휘, 이시영, 유이
[2]
Drama
비밀의 숲 시즌2
🍓🍓🍓🍓 “우리 황검사님 오셨다”
<비밀의 숲>이 시즌2로 돌아온다. 시즌1이 끝난 게 2017년 여름이었으니 거의 3년 만에 컴백이다.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은 여전히 황시목(조승우)와 한여진(배두나) 두 사람이다. 지난 시즌에서 황시목 검사는 사건을 해결하고도 남해 통영지청으로 좌천되었고 한여진 형사는 일계급 특진했는데, 그로부터 2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세한 드라마 줄거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것 정도만 밝혀졌다. 개인적으로 시즌1에서 이규형과 신혜선 같은 신선한 배우들이 연기까지 잘해준 덕분에 몰입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시즌2에서도 새로운 얼굴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 채널 tvN
- 방영일 8월 15일
- 출연 조승우, 배두나, 전혜진, 최무성, 이준혁, 윤세아 등
[3]
Movie
69세
🍓🍓🍓 “나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69세의 효정(예수정)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9세의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한다. 효정은 경찰에 신고도 하고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지만 반응은 하나 같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 할머니 혹시 치매 아니야?”. 법원에서도 나이 차이를 근거로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한다. 그럼에도 효정은 멈추지 않고 용기를 낸다.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내가 겪을 리 없고, 겪어 보지 못했던 사건을 영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거다. 어머니 연기의 달인 예수정 배우가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된다.
- 감독 임선애
- 출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등
- 개봉일 8월 20일
[4]
Movie
디바
🍓🍓🍓 “저는 신민아를 믿어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당시 같이 있던 절친한 동료 수진(이유영)은 사고 후 실종되었고 이영은 조금씩 회복하며 다시 최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힘쓴다. 이영은 실종된 수진이 그립기만 한데, 다른 동료들은 수진에 대해 의문스러운 말을 한다. 이영 역시 절친한 친구라 믿었던 수진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신민아가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다이빙을 소재로 했음에도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스릴러 영화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 이게 무슨 내용인가 손에 잡히지 않으면 살짝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신민아의 안목을 믿는다. 내가 재밌게 본 작품에 많이 나왔으니까. <경주>, <보좌관>, <달콤한 인생> 그리고… 사실 어렸을 때 <화산고> 엄청 좋아했었다.
- 감독 조슬예
- 출연 신민아, 이유영, 이규형 등
- 개봉일 9월 중
[5]
Movie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 “<시실리 2km> 봤다 손?”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소희(이정현)는 도무지 지치지 않는 남편(김성오)의 정체가 궁금해져 뒤를 밟는다. 알고 보니 남편의 정체는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 자신의 정체를 들키자 남편은 아내를 죽이려 하고, 소희는 고등학교 동창 둘,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과 힘을 합쳐 외계인 남편과 싸운다. 그런데 감전을 시키고 독을 먹여도 도저히 죽지 않는다. 과연 언브레이커블!
B급 코미디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이 줄거리를 읽고도 추천하는 이유는 <시실리 2km>의 감독 신정원이 연출했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그 코미디 호러 영화 말이다. 이후에 개봉했던 <차우>, <점쟁이들>가 비록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코미디 호러라는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시나리오는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썼다.
- 감독 신정원
- 출연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 개봉일 9월 중
[6]
Movie
남매의 여름밤
🍓🍓🍓 “<우리들>, <벌새> 좋아한다 손?”
옥주와 동주, 남매가 주인공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남매는 아빠와 함께 여름 방학 동안만 할아버지 집에 살게 된다. 때마침 남편과 소원해진 고모도 할아버지 집을 찾는다. 그런데 할아버지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할아버지 병세가 심해지자 아빠와 고모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고 하고…
<남매의 여름밤>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영화다.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했다. 상을 쓸어담는 기세를 보니 <우리들>, <벌새>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작년에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단한 영화라고 난리다. 나도 영화 보고 난리 피우고 싶다.
- 감독 윤단비
- 출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
- 개봉일 8월 20일
[7]
Drama
미씽: 그들이 있었다
🍓🍓 “그 많은 실종자는 어디로 갔을까?”
두온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억울한 영혼이 갇혀지내는 마을이다. 시신이 어딘가에 실종되어 방치되어서 억울한 사람들이다. 만약 바깥세상에서 이들의 시체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십 년이고 백 년이고 마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악질 사기꾼한테 사기 쳐서 원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수수료만 챙기는 착한(?) 사기꾼 김욱(고수)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어떤 사고를 당한 후, 죽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두온마을이 김욱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 채널 OCN
- 방영일 8월 29일
- 출연 고수, 허준호, 안소희, 하준, 서은수 등
[8]
Movie
반교: 디텐션
🍓🍓 “무서운데 자막도 봐야 되고”
여름엔 역시 호러가 아닌가. 그래서 호러 영화 <반교: 디텐션>을 가지고 왔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다. 대만 영화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대만 호러 영화를 본 적? 대부분 없을 거다. 나도 처음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 대만의 한 학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팡과 웨이는 학교를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공간에서 환영과 귀신들에 둘러싸여 빠져나가지 못한다. 영화는 단순히 깜짝 놀래키기만 하는 평범한 호러 영화가 아니다. 줄거리 배경에는 정부에 반하는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고 처형시켰던 대만의 비극적인 현대사가 숨어있다.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혹시 <반교:디텐션>을 어디서 들어본 사람도 있을 거다. 그거 맞다. 동명의 게임이 원작이다.
- 감독 존 쉬
- 출연 왕정, 증경화, 부맹백
- 개봉일 8월 13일
[9]
Movie
<후쿠오카>
🍓🍓 “장률 영화 좋아한다 손?”
취향에 맞는 영화 추천이라는 게 가능한가. 네이버 전문가 별점도, 왓챠의 예상 별점도, 넷플릭스의 추천 콘텐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 완벽한 취향 저격? 그런 건 빅데이터가 아니라 빅테이터의 할아버지가 와도 힘들 거다. 그만큼 영화 취향이란 분석하기엔 너무 불규칙적이고 복잡한 분야인 거다. 흔히 장률의 영화는 영화광들은 무조건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어떤 영화 제작자는 “장률 감독의 영화는 갈수록 실망스럽다”라고 혹평하더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면서. 그래도 <경주>, <군산>을 재밌게 봤다면 <후쿠오카>가 취향에 맞지 않을까. 여백이 많은 영화, 해석해달라고 소리치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좋아할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줄거리를 말하지 않았다. 책방 주인(윤제문)과 책방 단골 손님(박소담)이 후쿠오카에 놀러 갔다가 술집 주인(권해효)을 만나는 이야기다.
- 감독 장률
- 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야마모토 유키
- 개봉일 8월 27일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