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이 있다. 무선 이어폰이 그랬고, 식기세척기가 그랬으며, 얼음정수기가 그러하다. 디에디트 사무실의 직원은 고작 다섯 명. 하지만 인당 하루에 커피 석 잔은 기본인 고급인력(?)들이다. 더운 여름엔 당연히 얼음 전쟁이 벌어진다.
운이 좋은 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며 일하고, 운이 나쁜 자는 텅 빈 냉동실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새 얼음을 얼려야 한다. 작년에 나름의 강경책으로 제빙기를 들이긴 했지만, 자꾸 물을 붓는 걸 잊어버려서 상황은 비슷하다. 고민 없이 하루 종일 얼음을 까드득 까드득 먹고 싶다. 이것이 디에디트 사무실 ‘얼죽아’ 멤버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다 얼음 정수기 리뷰를 하게 됐으니 이리 좋을 수가. 사무실 입구에 루헨스 얼음정수기인 아이스케어를 설치했다. 출근하면 얼음 한 번, 점심 먹고 와서 얼음 한 번, 졸릴 때쯤에 또 한 번. 정수기 앞은 금세 핫플레이스가 됐다. 대표님(에디터M)은 직원들이 얼음 정수기를 사달랄까 봐 못내 경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본인조차 쉴 새 없이 얼음 버튼을 눌러대는 걸 보면 이미 편리함에 취해버린 것 같기도 했고.
자, 이제는 이 예쁘게 생긴 얼음 정수기가 뭐가 좋았는지를 설명할 시간이겠다. 사실 사무실에 얼음 정수기를 들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비용 때문은 아니었다. 일반 냉온정수기도 자리를 차지하는데, 얼음 정수기면 너무 부피가 크겠다 싶더라. 사무실에 워낙 짐이 많은 편이라 탕비실 공간이 넓지 않은데 부피가 큰 가전제품을 추가로 들이는 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이 제품은 특별히 일반 정수기에 비해 사이즈가 크다는 느낌은 없다. 요즘 얼음정수기들은 다 이렇게 날씬한가? 얼음이 충분하게 나오는 건가 불안감이 스친다.
제빙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집이나 사무실(우리 정도의 규모를 기준으로)에서 쓰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루헨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하루 최대 제빙량은 작은 얼음을 기준으로 480알. 실제로 가능한지 궁금해져서 기존에 생성된 얼음을 전부 쏟아낸 뒤에, 얼음 저장고가 텅 빈 상태에서 1시간 동안 몇 알의 얼음이 생성되는지 테스트해봤다. 두 번 연속으로 테스트했는데 처음엔 1시간 동안 20개, 그 다음 1시간 동안은 22개가 나왔다. 단순계산하면 24시간 동안 480개에서 528개. 오히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최대 제빙량보다 많이 나오는 셈이다. 이런 겸손한 사람들.
[보기에도 시원한 대 사이즈 얼음]
얼음은 대, 소로 구분되어 두 가지 핑커 타입 얼음 중 크기까지 선택할 수 있다. 자잘한 크기의 얼음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로 설정해두면 정말 알이 굵은 얼음이 쏟아진다. 주로 아이스 커피에 얼음을 넣어서 먹는 우리 직원들은 모두 큰 사이즈를 선호하더라.
또 하나 특별한 점이라면 일반 얼음보다 더 단단하고 투명한 얼음을 만들어준다는 것.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냉장고에 얼린 얼음이 새하얀 이유는 얼음 속에 기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포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런 얼음은 덜 단단하고 빨리 녹을 수밖에 없다. 투명한 얼음은 그만큼 얼음의 밀도가 높고 단단하다는 뜻이라, 차가움을 오래 유지해주고 천천히 녹는다.
혹시 위스키나 칵테일을 좋아한다면, 바에서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마실 때 어떤 얼음을 쓰는지 본 적 있을 거다. 덩어리가 크고 기포 하나 없이 투명한 얼음을 사용한다. 보기에도 좋지만, 얼음이 빨리 녹아 버리면 위스키가 희석되어 맛을 해치기 때문에 그런 얼음을 만드는 거다. 언젠가 슬쩍 물어보니 물을 한 번 끓인 뒤에 식혀서 얼리면 기포가 없는 얼음을 얻을 수 있다더라. 그만큼 투명한 얼음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왼쪽이 루헨스 아이스케어 얼음, 오른쪽이 일반 얼음]
루헨스 얼음정수기에서 나오는 얼음은 끓인 물로 만든 고급 바의 얼음만큼 투명하진 않지만, 냉장고에서 얼린 일반 얼음과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면 훨씬 투명하고 단단하다. 미세한 파동을 이용해 정수된 물속 기포를 제고하는 무브 제빙 기술 덕분이라고. 그래서 음료에 넣어도 맛을 오래 유지해주고, 요리에 사용하기에도 좋은 얼음이다.
개인적으로는 냉장고에 얼린 얼음을 싫어하는 이유가 ‘냄새’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가정집 냉동고에는 태초부터 보관된 온갖 음식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얼음을 얼리면 음식 냄새가 밴다. 세균이 살기에도 딱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따로 봉지 얼음을 사다 먹기도 했는데 이 역시 번거롭고, 보관 과정에서 위생이 염려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얼음 정수기의 살균 기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정수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염되는 곳은 뻔하다. 얼음이 나오는 토출구와 물이 나오는 코크. 컵에 담긴 음료가 튀어서 이물질이 묻어있는 경우를 많이 봤을 거다. 사족이지만 얼음 정수기를 쓸 때는 되도록 얼음을 먼저 받고 그다음에 음료를 넣는 게 좋다. 커피를 미리 받아둔 컵에 얼음을 받으면 ‘퐁당퐁당’ 물장구를 치며 온 세상에 커피 얼룩이 묻는다. 우리 사무실에도 자꾸만 그렇게 쓰는 독재자가 한 명 있는데 경고의 의미로 리뷰에 언급해둔다. 반성하시길! 호호.
루헨스는 취수코크와 얼음 토출구, 얼음 저장고에 트리플 UV 케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UV-C 자외선 파장을 이용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일반 세균을 사멸시키는 원리다. 화학 세제 사용 없이 안전하게 세균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동 살균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물론 원할 때마다 셀프 살균도 가능하다.
정수기를 설치할 때 기사님에게 여쭤보니 내부의 유로관도 별도 관리해 주신다고. 필요한 경우엔 별도 장비를 가지고 고온의 물로 유로관을 세척해준다고 해서 믿음이 갔다. 평소에도 자동으로 유로관 세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얼음 기능 외의 편의 기능도 잘 설계되어 있는 편이다. 물 온도는 용도에 따라 50도, 70도, 80도의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물조절이 편리하도록 정량 출수 기능도 갖추고 있다. 반 컵, 한 컵, 550mL로 나뉘어 있어 용도에 따라 버튼 한 번으로 필요한 만큼 출수할 수 있다. 참고로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1,500mL가 나온다.
버튼을 상단과 정면에 나누어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자주 쓰는 출수 버튼이나 용량, 얼음 버튼 등은 정면에 놓고 비교적 자주 쓰지 않는 버튼은 상단에 배치했다. 모든 버튼이 정면에 있었으면 사용할 때마다 직관성이 떨어지고 헷갈렸을 텐데 현명한 판단이다.
아이스커피부터, 체리 에이드, 블루 레몬에이드, 얼음 동동 띄운 콤부차까지. 요즘 우리 사무실은 마치 카페같다. 여름을 즐기기에 차가운 음료처럼 쉬운 길이 있을까. 이제 얼음정수기가 없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얼음이 이렇게 간편하게 쏟아지는데. 다시는 얼음을 직접 얼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며, 루헨스 얼음정수기 아이스케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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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