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Q&A] 우리 4년 됐어요

4주년 기념 H&M 솔직 인터뷰
4주년 기념 H&M 솔직 인터뷰

2020. 07. 02

안녕하세요, 에디터B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김석준이 만난 사람들’인데요. 김석준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제 이름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창업자들을 만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야심찬 시리즈죠. 줄여서 ‘김만사’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순서로 ‘미디어계의 신성’ 디에디트의 창립자 하경화, 이혜민 대표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기까진 농담이구요.

Processed with VSCO with c1 preset[이게 4년 전이라니 새롭죠?]

디에디트는 4주년을 기념해서 아주 짧게 인터뷰를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리뷰, 가장 힘들었던 촬영, 에디터B는 어떤 직원인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인터뷰가 되었네요.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Q1.

정말 많은 기사를 썼지만,
그 중에서도 재발굴해서 한 번 더 소개하고 싶은 기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기사 ‘하나’만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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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나는 ‘이 時代의 사진‘. 벌써 3년 전에 썼던 글인데. 아빠 환갑이라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석촌호수를 산책했었거든? 사실 우리 가족이 워낙 무드라곤 담쌓은 사람들이라 이례적인 일이었어. 호숫가에서 할머니랑 남사스럽다고 손사레를 치는 할머니랑 기념사진을 찍었어. 그 날에 대한 기억이야.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사진 모드에 대한 글이기도 했고, 기술이 주는 감동이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글이기도 했지. 내가 썼지만 좋은 글이야. 사실 이런 글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디에디트를 만들었던 것 같아. 살짝 슬픈 사실은 요즘은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거. 매일 유튜브 영상 제작에 치여 사느라 통 글을 못썼거든. 여러분 모두 에디터H가 얼마나 달필인지 알아주었으면. 여러분 저 원래 글쓰는 사람입니다. 흑흑.

M: 이거 꼭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거야? 일주일에 5개, 한 달에 20개, 그렇게 4년을 썼으면 기사만 960개가 넘는데 어떻게 그중에서 하나만 골라? 에디터B 너무 세상 각박하게 사네. 고민 많이했는데, 추리고 추려서 딱 2개만 소개해볼게.

B: 제가 하나라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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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번째는 큐라덴 칫솔 리뷰야. 이거 나가고 초록창에서 디에디트 연관 검색어가 디에디트 칫솔로 바뀌었을 정도니까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 사실 그 당시엔 내가 쓰는 게 우주 최고인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기억이 퇴색되기도 하고 더 멋진 제품이 나타나기도 하는 법이잖아? 그런데 이 칫솔은 벌써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의 베스트야. 시간이란 가장 엄중한 잣대를 이겨낸 양치 전문가의 선택이니까 아직도 큐라덴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꼭 써봤으면 좋겠다. 너무 고맙다며 큐라덴이 칫솔 100개를 보내줘서 하는 말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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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비교적 최근 기사로 골라봤어 바로 시칠리아에서 썼던 ‘수영복은 가져오지 않았어요’ 요즘 분위기 때문인가 최근엔 유독 시칠리아 한 달살기 때의 생각이 많이 나. 집에서 딱 5분만 걸어나가면 펼쳐지던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바다. 하얗고 건조한 백사장에 고양이처럼 늘어져있던 사람들. 바다가 코앞이면서 왜 나는 한국에서 수영복 한 벌을 챙겨오지 않았는지를 담은 짧은 글을 써봤어. 사실 팔자에도 없이 영상에 출연하게 되면서 좋든 나쁘든 끊임없이 외모 지적을 받았거든. 의연한 척 했었는데 사실 아니었어. 그냥 한 번쯤 말해보고 싶었어. 남의 외모를 평가하는게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왜 나는 그렇게 남들 눈을 신경 쓰는건지.  생각해 봄직한 주제잖아?

B: 그럼 저도 살짝 숟가락 얹어볼게요. 작년 여름에 경주 여행 에세이 비스무리한 걸 썼어요. 맛집 소개 같으면서도 에세이스러운 정체불명의 글이었는데, 취재를 하는 과정 자체가 감사했달까요. 글쓰는 걸로 먹고 살고 싶었는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길게 말하진 않을게요. 여기서 읽으면 됩니다.


Q2.

두 번째 질문입니다.
사진으로는 비주얼 뿜뿜이지만 사실 그 과정이 몹시 개고생이잖아요.
그 중 ‘개고생 of 개고생’한 기사를 뽑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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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그날이 생각나네. 올해 2월 디에디트 사무실 인테리어를 한다고 모든 짐을 한쪽에 밀어뒀어. 아마 깔끔쟁이 권PD가 상상한 지옥도가 있다면 아마 거기였을 걸? 책상부터 모니터 그리고 비싼 촬영 장비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쌓여있었거든. 근데 그 아비규환 속에서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었다니까.

디지털 시대에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카드였는데,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 커피 가루를 책상 위에 잔뜩 쏟아두고 작은 피규어랑 전구를 세팅하고 촬영을 했어. 내가 거기서 발을 잘못 디뎌서 300만 원짜리 소니 GM 렌즈를 깨먹은 건 안 비밀.

ksjdlfk_1[믿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증거자료도 가지고 왔어 정말 엉망이지?]

가끔 카메라 앵글 안과 밖의 갭이 너무 커서, 내 인생은 가짜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거든? 근데 그럼 뭐 어때 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장 근사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걸. 근데 정말 다시 봐도 현대카드 사진은 정말 잘 찍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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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이제 유튜브 얘기를 해볼까요.
영상미와 퀄리티를 떠나서 가장 애착가는 영상 하나씩 추천해주세요.

H:  LG G6로 서울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야. 스마트폰 하나 들고 종로, 홍대, 청계천, 한강까지 쏘다니며 영상을 찍었는데 거의 일주일 내내 촬영했어. 무빙이 들어간 타임랩스 촬영을 하고 싶은데 장비가 없어서 주방에서 쓰는 요리용 타이머 위에 종이컵을 올리고, 거기다 스마트폰을 받쳐놓고 촬영했다? 하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안 부끄럽지만,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찍는 이런 스타일의 영상이 유행하기 전이었거든. 내가 유행을 선도했다고 본다. 흠흠. 이 다음부터는 전문 촬영자를 불러서 찍었어. 당연히 전문가가 찍은 영상의 퀄리티가 훨씬 좋지만, 나랑 에디터M이랑 둘이 피와 땀으로 만든 이 영상에 확실히 애착이 가네.

M: 나는 다 비슷비슷하게 좋더라.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H: 에디터M 대신 뽑아보자면, 과거 디에디트 유튜브 질풍노도의 시기의 영상중 제일 웃긴 건 이게 아닐까?

요가북이라고 팬이 달린 노트북 리뷰였는데…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웹툰을 그렸어. 내용은 에디터M의 허세를 고발하는 거였지. 지금 봐도 웃음 지뢰야. 당시 카메라 앞에서 입이 트이기 전이라 말수가 적은 에디터M의 머리가 지나치게 노란 것도 웃음 포인트.


Q4.

작년에는 디에디트가 창립기념 파티도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소박하게 진행하잖아요.
만약에 코로나만 없었다면 이번 4주년에도 엄청난 이벤트가 계획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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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콘서트 아니고 디에디트 3주년 파티]

H: 작년에 구독자분들을 불러서 3주년 파티를 성대하게 치루고 생각했지. 아 정말 오프라인 행사란 고생고생개고생이다. 하지만 마약 같다. 몸은 너무 힘든데 또 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플리마켓을 구상하고 있었거든. 에디터들 소장품도 판매하고, 작은 굿즈도 만들어서 팔고, 바리스타 섭외해서 커피도 대접하고… 칵테일도…! 멋스럽게 수익금 기부도 하는 것까지 머릿속에 계획이 다 있었거든(대표님 머릿속엔 없었을 수도 있어). 디에디트도 언젠가 우리만의 편집샵 같은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전초전으로 플리마켓이 알맞을 것 같았고. 근데 시대가 허락해주질 않네. 내년엔 올림픽 주경기장 빌려서 댄스파티 열고 싶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길.


Q5.

대신 올해는 직원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면서요?

M: 준비했지. 그것도 엄청나게. 사실 창립기념일이 뭐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에디터H와 나한테는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일 년씩을 버텨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자랑스럽고 그렇거든. 약간 셀프 칭찬이랄까? 가만 생각해보니 파티다, 라이브다 구독자랑 함께하는 이벤트는 종종 했는데, 우리 직원들을 위해 했던 행사는 별로 없더라고. 그래서 추억의 보물찾기를 소환해봤지.

솔직히 직원들의 반응이 좀 시큰둥 하면 어쩌나 좀 걱정했거든. 근데 땀을 뻘뻘 흘리고, 눈을 희번덕대며(특히 유니피디!), 한마리 날랜 청솔모가 되어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우리 직원들을 우습게 봤구나 싶었어. 다들 즐거워해서 다행이야.


Q6.

그나저나 굿즈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항상 있는데,
에코백 다음 굿즈는 또 언제 나와요?

H: 사실 매년 굿즈에 대해 고민을 많이해. 매년 스티커와 에코백을 만들어서 나눔 이벤트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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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돈주고 사고 싶을 만큼 고퀄리티의 굿즈를 만들고 싶은데, 우리 역량으론 아직 힘들더라고. 굳이 이걸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은 없는데, 진짜 멋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 작은 것부터 시작해볼까해. 지금 스티커도 새로 디자인 중이고, 구독자 설문을 해보니까 스마트폰 그립톡을 만들어달라는 분이 많더라고. 그것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야. 포스터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굿즈 디자인 잘하는 분 어디 없나? 아니면 그런 거 잘하는 업체라던지… 연락주세요. 제발. hello@theedit.kinsta.cloud


Q7.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에디터B는 어떤 직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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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로 골라서 넣은 본인 사진]

H: 그분이 영원히 우리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이 마음을 담아 에디터B의 본명인 김석준으로 3행시 가겠습니다.

김 : 김석준 에디터님, 앞머리 어디서 자르셨어요?
석 : 석준아, 앞머리 어디서 잘랐어?
준 : 준오헤어

M: 처음 봤을 땐 굉장히 수다스러운 청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디에디트에 들어온 뒤로 급격히 말수가 줄었더라. 혹시 나 땜에 그런거야? 에디터B가 어떤 직원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항상 내 옆옆 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사람? 뭘 하자고 해도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묻지 않으면 잘 대답을 안 해주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기 싫은 일이 없어서, 세상엔 하기 싫은 일들로 가득한 내가 보기엔 좀 신기해. 솔직히 말하면 에디터H와 내가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 종신 계약 같은 거 맺어보자. 어때?


Q8.

다음 질문입니다.
1주년 기념 기사를 보니까 ‘디에디트가 어디로 가는 것 같나요?’라고 물었을 때
M은 모른다고 말했더라구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어디쯤 온 것 같나요? 4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혀주세요.

H: 하루살이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다보니, 지나온 길도 가야할 길도 잘 모르겠어. 디에디트가 곧 내 인생이기 때문에 더더욱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고. 가장 무서운 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일까봐. 어쩌면 떨어져야할 일만 남았을까봐 그게 두렵네. 그래도 어디쯤이냐고 묻는다면, 가난한 천둥벌거숭이 둘이서 능력있는 직원 3명을 두고 살아남았으니 아주 가파른 언덕길은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4년 전과 비슷한 기분이야. 쉬는 게 두렵고 쫓기는 기분이야. 계속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올해 에디터B가 담당해서 시작한 뉴스레터도 그렇고. 다음 이야기는 뭐가 될까. 여기는 어딜까. 이런 거 잘 대답할 수 있어야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난 왜 맨날 모르겠지? 몰라. 모르겠다. 근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까탈로그 구독은 했어요?

M: ㅋㅋㅋ 아 1주년 때 그런 대답을 했어? 고작 일년 운영했으니 당연히 모를 수 있지. 과거의 혜민아, 이제 미디어 스타트업 4년을 운영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해줄게. 잘 들으렴.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너는 알 수 없단다. 그저 그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하루하루 앞만보며 정신없이 살고 있을거야.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굶어죽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는 거. 이제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물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이야기까지 독자들이랑 나눌 수 있게 되었어. 솔직히 디에디트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 더 하면서 살아보자. 근데 쟤는 왜 이런 걸 물어보고 그래?

H: 그런데 에디터B는 일방적으로 질문만 하네? 4주년 특집 기사는 본인이 알아서 준비하겠다고 큰소리 떵떵 쳤는데, 이래서는 우리가 다 한 거 아닌가? 그런 뜻에서 기습 질문. 에디터B의 인생에 디에디트란?

이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디에디트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 밖에 나지 않아요.
나는 전생에 어떤 덕을 쌓았길래 디에디트에 다니는걸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네요.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