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집요정이 되어버린 에디터B다. 밖에 나가기 쉽지 않으니 맨날 집이다. 움직임도 단순하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 그리고 다시 B지점에서 A지점으로 이동. 내 삶이 이렇게 지루해지다니.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에게 인터넷이 있다는 거다. 코로나 일상에 유튜브,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것 덕분에 덜 심심하다. 바로 애플 아케이드!
작년에 애플 아케이드가 출시되자마자 구독을 했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기대를 많이 했을 거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무료 체험 한 달이 끝나자 구독을 끊었을 거다. 할 만한 게임이 너무 없었으니까. 심지어는 한글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칭찬할 만한 건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주얼 정도?
하지만 나는 4개월 뒤 애플 아케이드를 다시 구독했다. 이번에는 유료 결제를 했다.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이 몇 개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몇 개 덕분에 지금도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 있다. 꿀잼 보장 폴더에 있는 다섯 가지 게임을 소개한다. 렛츠고.
[1]
Spek
스펙(Spek)은 애플 아케이드 런칭 초기에 출시된 게임이다. 그때는 애플 아케이드 추천작을 물어보면 꼭 이 게임을 알려줬다.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장르지만 적당히 머리 쓰는 게 좋거나 퍼즐을 좋아한다면 꽤 재밌을 거다. 게임은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방식이며, 동그라미가 네모를 다 잡으면 끝나는 게임이다. 디자인도 심플, 규칙은 쏘 심플.
가만히 두면 동그라미는 한쪽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 이때 터치를 하거나 클릭을 하면 공은 방향을 반대로 바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 동그라미는 어떻게 네모를 잡는 걸까? 화면을 누른 채로 여기저기로 끌어보면 선의 모양이 바뀐다. 그렇다. 여기는 3차원 공간인 거다. 공간지각능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하지만 어렵진 않다. 아무렇게나 요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아, 이거네’ 싶은 순간이 있다. 동그라미가 네모까지 갈 수 있도록 모양을 잘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게 이 게임의 전부인 셈이다.
물론, 플레이의 기초적인 방법이 이렇다는 것이지 모든 스테이지가 화면 몇 번 움직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런 게임이라면 너무 재미없지. 나중에는 부딪치면 죽는 장애물도 생기고, 엘리베이터처럼 도형이 계속 움직이기도 한다.
[2]
길건너 친구들 캐슬
이런 그래픽,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하며 2014년 앱스토어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었던 ‘길건너 친구들’과 매우 비슷하다. 그 제작사가 만들었거든. 줄여서 ‘캐슬’이라고 부르겠다. 전작에서 시간제한을 두고 길을 건너게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느긋해졌다. 쫓길 필요 없이 한 스테이지 한 스테이지를 산책하듯 깨면 된다. 횡스크롤 방식인데 굳이 비유하자면 마리오 같은 느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는 플레이하지 말 것을 권한다. 해봤는데 굉장히 불편하다. 맥북이 있다면 맥북을 쓰자. 애플 아케이드의 많은 게임들은 맥북으로 했을 때 더 재미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참고로 게임패드도 지원하니 맥북이 없다면 아이폰에 게임패드를 연결하자.
조작법은 간단하다. 좌우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로 이동과 점프를 한다. 스테이지를 넘어가다 보면 적을 발견할 때도 있는데 그리 위협적인 놈들이 아니다. 사뿐히 정수리를 밟아주면 모두 죽는다. 꽥!
스테이지가 올라갈 수록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위 게임 화면을 보면 파란 녀석들이 벽에 붙어 다니고 바닥에는 뾰족한 것들이 박혀있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 화살표 박스에 들어가면 닭을 로켓처럼 쏠 수 있다. 닭벼슬 박치기로 깔끔하게 처리하면 끝. ‘이렇게 쉬우면 어디서 재미를 느끼란 말이죠?’ 걱정은 노노. 당연히 난이도는 조금씩 올라간다. 쉽다 쉽다 했지만 나중에는 허무하게 죽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무리 반복해도 쉬워지지 않는 게 우리의 인생이니까.
[3]
Mini Motorways
혹시 미니 메트로(Mini Metro)라는 게임을 알고 있나. 지하철로 승객을 막힘없이 실어나르면 되는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이다. 작년 10월에 공개된 미니 모터웨이스는 그 개발사의 두 번째 시리즈다. 전작이 지하철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도로 편. 큰 건물과 작은 건물을 도로로 연결해 교통 통제를 하면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언제나 말은 쉬운 법이지. 차를 막히지 않게 하는 게 매우 어렵다. 건물이 랜덤으로 생성되는데 위치가 어쩜 그리 매번 최악일 수 있지?
게다가 같은 색상의 건물끼리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를 무계획적으로 잇다가 보면 꼬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X(엑스)자가 되는 거 같더니 나중에는 벌집핏자 모양의 도로가 만들어진다. 하아, 엉망진창. 차가 너무 막히면 타이머가 돌아가고 결국 게임이 끝난다.
처음에는 게임 화면만 보고 힐링 게임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킬링 게임이다. 긴박감에 숨을 쉴 수 없어서 일시 정지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정리하자면 난이도는 높지만 방법은 단순한 게임 정도가 되겠다.
지겨워지면 도시를 바꿔보자. 게임을 시작할 때 도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로스앤젤레스, 베이징, 도쿄, 다르에스살람, 모스크바, 뮌헨, 취리히 등 7개 등이다. 게임 화면 중 붉은색 도시는 취리히, 분홍색은 도쿄다. 언젠가 서울도 나오면 좋겠다. 서울은 무슨 색이 어울릴까. 개인적으로 서울 택시의 컬러, 꽃담황토색을 좋아한다고 아무도 궁금하지 않지만 말해 본다.
[4]
Builder’s Journey
빌더스 저니는 레고에서 만든 게임이다. “레고?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맞습니다, 그 레고입니다. 애플 아케이드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레고 게임이다. 작년에는 Brawls라는 격투 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그 게임은 추천하지 않지만, 빌더스 저니는 추천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 들 거다.
화면에는 어떤 언어적인 힌트도 없다. 눈앞에 보이는 건 레고 블록뿐인데 방향키를 움직여보면 게이머가 컨트롤할 수 있는 레고가 무엇인지 표시가 된다. 그 레고를 ‘왠지 여기다’ 싶은 곳에다가 결합하면 된다.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로 조작할 수 있다. 매뉴얼도 필요 없고 가이드도 필요 없다. 이건가 싶은 마음으로 시도하면 대부분 그게 정답이다. 정리하자면 퍼즐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주면서도 적당한 난이도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게임인 셈. 그리고 한 가지 더, 게임에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은 노란 얼굴을 한 레고 장난감인데, 게이머가 할 일은 레고를 조립해 그 친구가 끝까지 모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배울 필요 없는 단순한 게임이 좋다. 그리고 그런 게임을 찾으면 주변에 소개해주고 싶어서 안달나는 편이다.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오프라인으로 열심히 영업해야겠다.
[5]
Shinsekai(深世海) into the Depths
Shinsekai into the Depth, 줄여서 ‘심세해’라고 부르겠다. 심세해 역시 런칭 초기작이다. 사실 애플 아케이드가 출시되었을 때 언급이 많이 되었던 게임 중 하나는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였다. 힙하게 잘 만든 게 그 게임이라면 심세해는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비유하자면 사요나라는 천재 힙합 프로듀서가 즉흥으로 비트를 찍어낸 느낌이라면, 심세해는 베테랑 작곡가가 음표 하나하나를 그려가며 만든 느낌이랄까. 캡콤에서 제작했으며, 장르는 어드벤쳐.
세계관은 이렇다. 얼음이 지구 전체를 덮어 인간들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어느 날 혼자 외롭게 살던 주인공의 집이 얼음 때문에 무너지고, 결국 생존을 위해 산소통 하나 짊어지고 위험한 모험을 떠난다.
이 게임 역시 맥북으로 하길 권한다. 모바일로도 가능하지만 경험의 차이가 크다. 조작법은 둘째치고 큰 화면이 주는 광활함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를 폰으로 보는 것과 아이맥스로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심해에 가본 적은 없지만 심해를 잘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해초, 흙먼지도 수준 높다. 이건 뭐 영화 같다. 이 게임 역시 매뉴얼은 필요 없다. 기사를 다 읽었다면 지금 당장 해저로 모험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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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