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서울에서 디에디트 에디터B다. 나는 요란스럽게도 시칠리아에 빔프로젝터를 들고 갔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소형프로젝터가 아니라 3.2kg의 묵직한 빔프로젝터를 말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일 밤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사실 들고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았다. 혹여나 어디 부서지지 않을까 꽁꽁 포장해서 기내용 캐리어에 넣고 다녔고, 입국 검사를 받을 때마다 캐리어를 열어 보여줘야 했다. “디스 이즈 어 빔프로젝터…” 하긴 그 사람들 눈에는 커다랗고 네모난 기기가 수상하게 보였겠지. 암, 그렇고말고. 무겁고, 번거로웠지만 다 괜찮다. 그렇게 고생하며 가지고 간 빔프로젝터로 우리는 주말마다 무비나잇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야. 내가 가지고 간 제품은 HU70LA다. 꼭 이 제품이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약 5개월 전에 LG 빔프로젝터 신제품 발표 현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4K 해상도의 시네빔이었다. 그 제품은 영화를 좋아하는 내겐 언젠가는 반드시 사야 할 물건처럼 보였다. 4K 해상도로 최대 120인치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정말 갖고 싶었지만, 500만 원대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물론 LG 시네빔 라인 중에 다른 4K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200만 원대의 제품이고 무게는 무려 6.7kg였다. HU70LA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시칠리아까지 빔프로젝터를 들고 가지 않았을 거다. HU70LA는 해외 한 달 살기와 동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제품이었다. HU70LA는 LG가 가장 최근에 출시한 4K UHD 빔프로젝터이자 190만 원대의 시네빔이다.
자꾸 ‘4K UHD’임을 강조해서 말하니 ‘그거 뭐 얼마나 좋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거 뭐 얼마나 좋다. PC나 스마트폰으로 후기를 찾아서 봐도 체감이 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직접 매장에 가서 보는 걸 추천한다.
그래도 얼마나 좋은 건지에 대해 답을 하자면, 풀HD 보다 네 배나 좋은 것이 4K UHD라고는 말할 수 있겠다. 4K의 선명함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는데, 이게 작은 디바이스에서 느껴질지 모르겠다. 일단 보자.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영화 <옥자>를 봤는데, 영화 초반에 보면 깊은 산속에서 주인공 미자와 그녀의 반려동물 옥자가 함께 뛰어노는 장면이 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데, 이때 영상미가 압권이다. <옥자>가 4K를 지원하기 때문에 시네빔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모든 영상이 4K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영상을 보든 만족스러울 거다. 시네빔의 색재현력 때문이다.
색재현율이란 실제의 색을 화면에서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수치다. 시네빔의 색재현율은 DCI-P3 92% 수준. 여기서 조금만 더 설명하자면, DCI-P3란 색영역을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인데, 다른 색영역으로는 sRGB, Adobe RGB 같은 게 있다. DCI-P3는 다른 색영역 보다 넓어서 더 많은 색을 보여줄 수 있다. 더 많은 색을 재현한다는 건 실제에 더 가깝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시네빔의 색표현이 더 정확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시네빔은 빨강, 초록, 파란색만 쓰는 RGB가 아니라 블루광원을 더해서 RGBB를 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 <코코>를 재생했다. 채도가 높은 색이 많이 사용된 애니메이션인데, 쨍한 느낌을 잘 표현하더라.
정말 화면의 때깔이 달랐다. 디에디트는 시칠리아에서 종종 빔프로젝터를 켜놓고 영화를 봤는데,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통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면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나. 같이 맥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있는데, 시네빔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해상도 덕분에 관객들은 금방 몰입하고 영화에 빠져들더라. 그 덕에 한 달 동안 극장에 가지 못한 나의 헛헛함을 달랠 수 있었다.
아직 화면에 대한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명암비는 150,000:1이다. 명암비는 화면에서 가장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비율을 말하는데, 150,000:1의 명암비를 느끼기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틀었다. 어두운 우주와 하얀 행성이 극명히 대비되는 영화다. <인터스텔라>뿐만 아니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명암비를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영화를 볼 때는 벽 크기에 맞추느라 화면 크기를 줄였지만, 시네빔은 최대 140인치까지 확장이 되니 기회가 되면 우주 배경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래비티>, <퍼스트맨> 등을 추천한다.
그리고 한 가지 좋았던 점을 더 언급하자면 바로 사운드. 3W + 3W 스테레오 스피커가 탑재되어있는데, 탁 트인 정원에서 들을 때나 실내에서 들을 때나 상관없이 괜찮았다. 굳이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챙겨갔지만 나중에는 연결하지 않고 내장 스피커만으로 영화를 봤다. 내장 스피커가 이 정도라니, 시네빔은 정말 괜찮은 녀석이다.
시네빔으로 꼭 영상만 보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 사진 감상을 할 수도 있다. 시칠리아 한 달 살기의 멤버였던 파리의 포토그래퍼 위성환 작가의 사진이다.
탱고를 추는 파리지앵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때는 HDMI로 노트북과 연결해서 봤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장소에 대한 설명, 사진 찍을 때 상황 등 뒷이야기를 설명해줬는데, 마치 사진전에 초대되어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것 같았다. 낭만적이었다.
만약 시네빔이 아니었다면 이런 낭만을 느끼기 힘들었을 거다. 빔프로젝터에는 TV에는 없는 ‘낭만’이라는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사진을 감상할 때는 노트북과 유선으로 연결했지만, 스마트폰의 화면 공유 기능을 사용하면 3초 만에 무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내가 말한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화면이 짱이다’ 정도가 되겠다. 왜냐하면 이 제품의 장점은 첫 번째도 화면, 두 번째도 화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매력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19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이고.
물론 빔프로젝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사람들은 “190만 원으로 차라리 TV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 빔프로젝터를 추천하다 보면 간혹 그런 말을 듣기도 하니까. 하지만 영화, 드라마를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100인치 넘는 TV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여기까지 나의 설명을 듣고, 약간이라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이제는 다음 파트로 넘어가자. 이제는 web OS에 대해 말해야 할 때다. web OS는 냉장고, 스마트 TV 등 LG의 전자 제품에 종종 사용되고 있는 OS의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시네빔에도 web OS가 탑재되어있다. 이 말은 무엇이냐. 다른 기기와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OS 덕분에 빔프로젝터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디바이스가 된다.
빔프로젝터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연결의 불편함’이다. 나 역시 그랬다. 친척들과 명절에 같이 영화를 보거나, 친구 집에서 영상을 볼 때면, 우선 HDMI 케이블을 찾고, 그다음에 노트북에 연결하고, 그다음엔 스피커 연결하고…휴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난 그냥 영화 한 편 보고 싶을 뿐인데 스마트폰이랑 연결해야 되고, 영화 보는 동안 스마트폰은 못 쓰고…휴우.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빔프로젝터는 점점 거실에서 사라지고, 나중에는 창고 구석에서 발견되는 거다.
web OS 덕분에 시네빔은 거의 TV에 가깝다. 전원을 켜고 약 10초만 지나면 부팅이 끝난다. 그때부터는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면 된다. 어떤 화면에서도 홈화면을 누르면 앱목록이 뜨고, 앱을 실행하면 끝. 넷플릭스를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보면 되고, 갑자기 보고 싶은 유튜브 영상이 떠오르면 유튜브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이 모든 건 리모컨 하나로 제어가 가능하다. 심지어 넷플릭스를 위한 물리 버튼까지 만들어 놓았고, 버튼을 누르기 귀찮아하는 고객들을 위해 LG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음성 인식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접근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기능이 단순해 보여도 web OS도 안드로이드나 iOS처럼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버전이라는 것이 있다. 이번 시네빔에는 web OS 4.5가 들어가 있는데, 전과 다른 점이라면 자주 보기 기능과 프리뷰 기능이 탑재되었다는 것이다. 자주 보기 기능은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서 기능을 추천하는 것이고, 프리뷰는 앱 실행하기 전에 화면을 미리 보여주는 기능이다.
자, 이제 중요한 얘기는 전부 다 한 것 같으니 기기 이야기를 하며 슬슬 마무리해볼까. 외관은 심플하다. 심플해서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
가로세로 규격은 31.4cm x 21cm, 높이는 9.5cm다. 전면에는 빔이 투사되는 렌즈가 있고, 후면에는 온갖 종류의 단자가 있다. 두 개의 HDMI 단자와 USB 포트, 한 개의 USB-C 포트 그리고 3.5파이 이어폰 잭까지. 기기 후면을 제외하면 조작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유일한 곳은 전원 버튼과 초점을 맞추는 포커스 버튼이 있는 기기 상단이다.
이게 전부다. 그리 작지 않은 빔프로젝터이지만, 투박하지 않고 깔끔하다. 미니멀한 디자인 덕분에 어떤 공간에 잘 스며든다. 구석에 두었다가 쓸 때만 꺼내고 안 쓸 때는 치워놓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요즘엔 또 빔테리어라고 해서 빔을 이용한 인테리어도 유행인데, 기기 자체가 예쁘니 빔테리어에도 어울리겠더라.
시칠리아를 떠나 서울에 도착한 날, 짐을 풀며 물건 하나하나 평점을 내려봤다. 잘 가져간 것과 괜히 가져간 것들을. 날씨에 맞지 않은 옷, 멋 부리려고 가져간 로퍼, 혹시나 몰라서 가져간 모자 등 대부분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건 시네빔이었다. 우리는 빔프로젝터 덕분에 영화를 보고, 사진을 보고, 드라마를 보며 취향과 낭만을 얘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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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