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서울의 날씨가 두려운 에디터B다. 여기는 이탈리아의 남부에 있는 섬, 시칠리아다. 지중해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심장이라 그런지 이곳의 날씨는 항상 따듯하다. 아무리 추워도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매일 20도 중반을 유지하지. 한 달 뒤 인천 공항에서 내리면 얼어죽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온화한 도시랄까. 모든 걱정을 소비로 잇는 나는 자기 전에 열심히 패딩을 쇼핑하는데… 응? 패딩이 없어서 또 사는 거냐고? 에이, 있지. 작년에 산 패딩이 옷장에 고스란히 있는걸.
패딩이란 녀석은 참 신기하다. 이미 옷장 속에서 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도, 새 계절엔 새 패딩을 또 장만하고 싶어지니까. 왜일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분은 나의 소비욕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게 다 패딩 때문이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패딩의 세계란 참 신기하거든.
다들 그렇겠지만 난 옷을 살 때 이미 보유한 옷과 어울릴지를 먼저 그려본다. 그러다 보니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한 디자인을 사게 될 때가 많은데, 특히 패딩처럼 가격이 만만치 않을 땐 더 그럴 수밖에 없지. 올해 입을 패딩을 찾아보던 중 푸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푸마에서 출시한 푸퍼 롱다운 재킷이다.
일단 마음에 드는 건 적절한 기장. 제품명이 ‘푸퍼 롱다운 재킷’이긴 하지만, 허벅지 중간 정도의 기장을 가진 패딩이다. 패션 모델처럼 하반신에 축복이 내린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에게 기장이란 몹시 중요한 것이다. 종아리가 조금 춥더라도 다리가 짧아보이는 것보다는 추운 게 낫지. 좋은 옷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릇 좋은 옷이란 스타일과 기능 사이의 중용을 잘 지키는 옷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푸퍼 롱다운 재킷은 미디 기장 덕분에 좋은 활동성을 보장한다. 버스를 잡기 위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달려갈 때,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도 다리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다.
푸퍼 롱다운 재킷의 남자 모델은 축구선수 황의조인데, 모델부터가 제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모델이라면 브랜드나 제품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모델도 많거든.
활동성이 좋은 디자인 그리고 가슴팍에 새겨진 푸마 로고가 필드를 뛰어다니는 황의조의 역동적인 이미지와 꽤 잘 어울린다. 수납력도 괜찮다. 안쪽에 두 개의 주머니, 밖에는 네 개의 주머니가 있는데, 주머니에 휴대용 배터리, 지갑, 아이폰, 갤럭시노트까지 이것저것 넣는 걸 좋아하는 내게 딱이겠다. 겨울에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직원 복지용으로 장만해주시면 에디터H와 권PD 그리고 나도 참 좋아하지 않을까.
이미 위에서 스타일과 기능 사이를 잘 지킨다고 말했는데, 겨울옷의 기능이란 보온성이다. 추운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디테일하게 신경썼다. 겨울옷에게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보온이니까. 소매는 이중소매로 밴딩 처리를 해서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목과 안감 쪽에는 폴리스 소재를 사용해서 보온성을 높였다. 방수, 방풍이 되는 경량원단을 사용하고 옷 안쪽에는 트리코트 기모를 사용해서 보온성을 높였다. 트리코트 원단은 보온성과 신축성이 좋아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에 사용되는 소재거든.
위에서도 말했지만 티셔츠나 맨투맨은 색깔별로 사놓기 쉽다. 부피가 작아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가격도 만만하니까. 나도 마음에 드는 티셔츠가 있을 땐 색깔별로 사놓기도 한다. 하지만 코트나 패딩 같은 외투는 컬러별로 옷장에 세팅해놓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딩을 구입할 땐 무난한 컬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인데, 예를 들면 그레이나 블랙처럼. 사실 지난 겨울에 샀던 패딩이 빨간색인데, 살 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우리 모두 알지 않나? 만약 블랙과 그레이가 이미 있다면 네온까지는 욕심을 내봐도 좋겠다. 올해의 트렌드 컬러잖아. 인간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컬러와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컬러 사이에서 방황하거든. 참고로 안과 밖의 컬러를 다르게 디자인 했는데, 그레이 제품의 안감은 네이비, 네온 컬러의 안감은 블랙이다.
나는 착붙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마치 옷과 내가 운명으로 이어진 것 같거든. 하지만 좋은 단어일수록 아껴쓰는 게 좋다. 좋다고 막 쓰다간 단어에도 때가 타니까. 그러니 착! 붙는 옷을 발견한다는 걸 얼마나 귀하고 좋은 일일까. 한 계절을 보내는 괜찮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겨울을 붙잡고 싶어질지도 모를 만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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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