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디 에디트에서 구구절절 TMI를 맡고 있는 음악평론가 차우진이야. 오늘은 스포티파이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 얼마 전에 한국 론칭을 준비한다는 뉴스가 나왔다가 며칠 뒤에 또 그건 아니라는 뉴스가 나온 바로 그 스포티파이 말야. (억울하고 분해서 쓰는 글은 아니야… 진짜로… ㅠㅠ)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서비스야. 그냥 이렇게만 말하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와닿지 않으니까 구구절절 설명해볼게.
2019년 2월 기준으로 스포티파이의 월 사용자는 2억 7천만명이야. 전세계 인구의 4%에 해당하지. 그 중 프리미엄(유료 결제) 사용자는 9천 6백만명 정도로, 한국 인구의 1.8배 정도 돼. 이런 사용자 규모를 기반으로 광고와 유료결제로 버는 수익은 2018년도 기준으로 58억 8천만달러(=6조 6천855억6천만원 정도)고, 전세계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4천명이 조금 넘어. 현재로선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란 얘기. 참고로 전세계 인구 순위는 중국(14억 2천 6만명), 인도(13억 6천 8백만명), 미국(3억 2천 9백만명), 인도네시아(2억 7천만명)인데 스포티파이 사용자는 인도네시아의 총 인구수와 맞먹어.
덕분에 스포티파이는 사실상 전세계를 대상으로 음악을 유통하는 단일 플랫폼으로 볼 수도 있어. 2017년부터 전세계 음악 산업의 수익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견인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만든 게 스포티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야.
* TMI: 스포티파이는 최근 인도에 런칭했어. 중국 진출이 어려운 글로벌 서비스에게 인도는 가장 중요한 시장일 거야. 그래서 인도 젊은이들을 아주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지.
Q. 스포티파이가 왜 좋아?
스포티파이가 좋은 이유에 대해선 사용자와 생산자라는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어. 일단 사용자 입장에서 다른 서비스들과 비교했을 때 스포티파이의 장점은 다양한 플레이리스트야. 기본적으로 ‘음악 추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는 있지만 유독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그만큼 고도화되었다는 뜻이겠지.
*TMI: 다 읽기 귀찮으면 기술인간의 소개 영상을 봐
[*기사에 제공된 아이폰 스크린샷 이미지는 모두 하박국(=영기획 레이블 대표+기술인간 유투버)이 제공했다]
스포티파이의 ‘Your Daily Mix’, ‘Your Release Radars’, ‘Your Discovery Weekly’는 사용자의 패턴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생성되는 플레이리스트고, ‘Your Playlist’는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플레이리스트야.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는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분석이 반영된 선곡과 전문 인력이 추천하는 선곡이 결합되어 있어. 스포티파이의 선곡 전문가들은 현직 디제이나 음악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들로, 매우 수준이 높다고 하거든. 그래서 애플뮤직이 스포티파이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 2018년 한 해 동안 이 전문가들의 몸값이 엄청나게 올랐어. 연봉을 몇 배씩 주면서 서로가 서로의 전문가를 빼가곤 했던 거지. (관련 뉴스를 보면서 ‘나도 선곡은 자신있는데!’했던 건 안비밀… ㅠㅠ)
플레이리스트 외에 ‘오리지널 팟캐스트’와 ‘라디오’ 기능도 반응이 좋아. 팟캐스트 같은 경우는 유명 저널리스트나 음악가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준 높은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라디오는 사용자가 선택한 장르나 아티스트에 따라 가장 인기 있는 싱글을 골라서 들려주는 기능으로, 이것저것 선택하기 귀찮은 여러분 같은 사용자들이 특히 좋아할 기능이야.
* TMI: 스포이파이는 2018년 상반기에 사용자 확보를 위한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벌였어. 웃긴 광고를 많이 만들었는데, 카멜라 카베요의 “하바나”를 활용한 이 광고만큼은 영국에서 금지 당했어. 광고 주제에 너무 무서워서 짜증난다고…
그외에 만족도가 높은 기능은 ‘Connected To A Device’ 기능인데, 이건 스포티파이 계정으로 접속된 모든 디바이스를 통합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어. 폰으로 듣던 음악을 노트북이나 PC에서 그대로 이어서 들을 수 있달까. 언제나 어디서나 내 지갑을 털어가는 넷플릭스와 유사해.
*TMI: 에이핑크의 “1도 없어”랑 아이즈원의 “비올레타”를 못들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 스포티파이에도 있어? 라는 나 같은 사람에게… K-POP 최신곡은 거의 전부 업데이트되고, K-POP만 모아둔 플레이리스트도 있으니 걱정 말기. 심지어 레어한 한국 인디 음악도 꽤 많아.
Q.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오면 벌어질 일?
그렇다면 생산자, 즉 음악가의 입장에서 스포티파이는 왜 좋을까?
일단 세계 최대의 규모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내가 만든 음악이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겠지. 하지만 동시에 ‘팔리는 음악만 팔린다’는 한계도 있어. 내가 테일러 스위프트나 BTS가 아닌 바에야 2억7천만명의 사용자가 내 음악을 들을 리는 없잖아? 실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벌 수 있는 돈은 다운로드나 음반 판매보다 높지 않기도 해. 물론 이 문제는 산업 구조가 바뀌어버린 탓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면 벌 수 있는 돈도 적고, 메이저와 경쟁 상대도 되지 않는 음악가들에게 스포티파이가 ‘그나마’ 유용한 이유는 뭘까?
*TMI: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의 성장 과정은 사실 꽤 유사해. 다만 유튜브에게는 돈 많고 똑똑한 양부모(=구글)가 있고 스포티파이는 어린 나이에 직접 돈을 벌고 있다는 게 차이랄까. 특히 양 쪽 모두의 질적 성장에는 저작권 수익을 배분할 시스템이 중요한데, 유튜브는 그걸 구글이 해결해줬고, 스포티파이는 루드르라는 저작권 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해결했지. 루두르는 멀티플랫폼 환경에서 사용되는 노래를 저작권자와 연결해 주는 서비스 업체야. 사용료와 출판비를 계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
두 가지를 얘기해볼 수 있어. 하나는 플레이리스트. 이 플레이리스트는 스포티파이 뿐 아니라 스트리밍 환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항목이야. 모바일 환경에서 음악은 극단적으로 개인화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음악을 듣는 방식이 기존에 모두가 듣던 음악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이동했다고 봐. 차트에서 취향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모바일 환경이 형성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요 미디어로 자리잡자 기존에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진행하던 마케팅/홍보 방식이 큰 의미가 없어졌어. 덕분에 음악 차트 자체의 권위가 약해진 반면, 개별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가 중요해지기 시작했지. 음악가의 입장에선, 내 음악이 화제가 되어서 차트에 들어갈 확률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에 선곡될 확률이 높아진 거야. 오케이, 그럼 여기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상식적으로 마케팅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집중해야겠지. 사람들이 좋아할 멜로디를 만들고 공감할 가사를 쓰는 일. 다시 말해 음악의 기본에, 음악이 주는 감각적, 정서적 쾌감에 충실하기.
또 다른 이유는, 스포티파이의 ‘Spotify for Artists’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야. 이건 독립적으로 일하는 음악가나 중소규모의 기획사에 특히 좋을 것 같은데, ‘Spotify for Artists’는 음악가가 스포티파이를 활용할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프로그램이지.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등록하는 방법부터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론도 포함돼. 또한 스타급의 음악가들이 출연해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때 주의해야할 점, 공연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 해소법 같은 멘토링도 해줘.
*TMI: 관심 없으면 스킾하시오.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 CLICK
이게 왜 중요하냐면, 과거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 광고로 돈을 벌었다면, 앞으로는 대규모의 사용자와 대규모의 콘텐츠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이지. 이게 가능하려면 양질의 콘텐츠가 최우선 사항인데, 그럴려면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와 유용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 게 필수야. 게다가 음악 분야에서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음악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스포티파이 입장에선 소수의 메이저 뮤지션보다 절대 다수의 인디 뮤지션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겠지. 메이저 회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애플뮤직과 비교할 때도 이쪽이 더 효과적인 방향이기도 하거든.
Q. 그래서 스포티파이가 왜 중요해?
구구절절 진짜 말이 많아서 미안해. 아마도 디 에디트에서 가장 긴 글이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스포티파이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는 걸로 이해해줘. 스포티파이는 네트워크 시대의 콘텐츠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하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해. 음악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란 얘기야.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상관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일이 핵심 수익모델이 되어야 하는 걸 보여준달까. 말로만 떠드는 협업과 상생이 아니라, 그게 바로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하는 시대.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스포티파이는 그야말로 모든 분야와 연결되고 있어. 카니예 웨스트나 비욘세 등이 론칭한 화장품을 스포티파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있고, 디즈니에 인수된 ‘훌루’와 스포티파이를 함께 쓸 수 있는 묶음 할인 상품을 내놓기도 했지. 심지어 게임 업계에서는 중요 기업 4위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게임 중에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제공하기 때문이야. 배그에서 에드 시런 들으면서 헤드샷을 빵야! 빵야! 빵야!)
이 모든 변화는 인터넷이 고도화되면서 생긴 문제라고 봐. 그건 단순히 서비스가 질적으로 고도화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초연결 구조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봐야할 것 같아. 그러니까, 21세기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걸까?
https://youtu.be/8LUgdh5sTeQ
*TMI: 2018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음악은 마일리 사일러스였다고 해. 그걸 재밌게 표현한 광고로 구구절절을 마무리할게
About Author
차우진
음악/콘텐츠 산업에 대한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을 발행하고 있다. 팬덤에 대한 책 [마음의 비즈니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