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은 노트북 리뷰를 준비했다. 모두들 엄청 궁금해하던 그 제품, LG 그램 17이다.
사실 내가 대학생 때는 캠퍼스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굉장히 나이든 것 같아서 씁쓸해지지만…. 노트북의 노예가 된 건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막내 기자였던 내가 가장 최신형 노트북을 지급받자 모든 선배들이 부러워했다. 사양이 가장 좋은 건 물론이고, 제일 가벼운 노트북이었으니까. 매일 매일 노트북을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하는 직업이니 1g이라도 가벼운 제품에 목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땐 그런 노트북을 울트라북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그램이라고 부르지.
좋은 노트북은 많다. 하지만 최근의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제품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램이다. 윈도우 노트북 좀 추천해달라고 하는 친구들의 속내가 그램으로 귀결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스펙이나 가격을 고려해 이것 저것 추천해주고 나면 결국 “근데 그램은 어때?”하고 묻는다. 답정너랄까. 그래서 오늘은 모든 답정너 여러분에게 이 리뷰를 보낸다.
그램이라는 이름은 정말 훌륭하다. 일단 소문자로 ‘gram’이라고 쓰는 로고가 참 예쁘지. 읽기에도 간결하다. 그램. LG전자 로고를 한 가운데 박아놓는 것보다는 훨씬 세련된 브랜드다. 게다가 이 짧은 이름 안에 제품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녹여냈다. 1kg이 넘지 않는, 가장 가벼운 노트북.
물론 아쉽게도 내가 리뷰한 17인치 신제품은 1kg이 넘어간다. 그램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1,000g의 경계를 넘어버렸다고 외면하기엔 그램 17이 만든 기록이 흥미롭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7인치 노트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부터 언급해보자. 사실은 17인치 노트북이라는 것 자체가 생경하다. 나는 노트북을 매일 들고 다니다보니 무게 때문에 13인치대 이상의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15인치도 버거운 마당에 17인치라니!
내가 현재 사용 중인 13인치 맥북의 무게는 1.37kg이다. 그런데 그램 17의 무게는 1.34kg. 오히려 더 가볍다. 사무실에 그램 17이 도착했을 때 옆에 있던 에디터M과 에디터 기은도 제품을 들어 봤는데 다들 호들갑스럽게 놀랐다. “뭐야? 왜 이렇게 가벼워? 목업이야??” 손에 들었을 때는 크기에 맞게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가볍게 느껴진다.
실제 무게를 재면 더 가볍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CAS 저울을 가져와서 직접 측정해봤다. 네 번 연속으로 측정했는데 결과는 똑같다. 1301g. 스펙상의 무게인 1340g보다 39g 더 가볍다. 나는 어디에 몸무게를 기재해야 할 때마다 3~4kg 정도는 양심에 가책도 없이 적게 쓰곤 하는데, 그램은 어째서 몸무게를 부풀려 말하는가. LG전자는 스펙 책정에 참으로 보수적인 사람들….
이제 크기를 언급해보자.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17인치면 휴대용 기기로서는 만만치 않은 존재감이다. 일반적인 백팩에 들어갈까? 학생들이 쓰는 에코백엔? 때마침 백팩을 매고 출근한 직원이 있어 넣어보니 쏙 들어간다. 에디터M이 요즘 매일 들고 다니는 데님 소재의 얇은 에코백에도 잘 들어간다.
가로 너비가 38.06cm. 화면을 닫았을 때의 크기는 15인치대 노트북에 가깝다. 화면 비율이 높은 디자인 덕분이다.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은 최소한으로 덜어냈다.
짠! 화면을 열어 디스플레이를 마주보면 놀라게 된다. 생각한 것보다 화면이 너무 커서! 13인치 노트북만 쓰다 17인치 화면을 사용하려니 눈 앞에 탁트인다.
초슬림 베젤은 제품 크기를 줄이는데만 공헌하는 게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널찍한 화면이 펼쳐지기 때문에 몰입감이 엄청나다. 특히 베젤 두께를 실감할 수 있는 밝은 화면을 띄워두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해상도나 밝기, 색재현력도 만족스러웠다. 디에디트는 굉장히 고화소의 사진을 원본으로 보정 작업을 하곤 하는데,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2560X1600이라 이미지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 사진 작업을 하다보니 17인치 화면의 장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도비의 라이트룸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할 때도 작업 영역은 그대로 사용하며 이미지 미리 보기창을 충분한 크기로 확보할 수 있다. 보정 하며 계속 사진을 확대하고 축소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평소에 12인치 노트북으로 사진 작업을 도맡는 에디터M이 볼멘 소리를 늘어놓는다. “5인치 차이가 이렇게 커…?”
화면 색감도 훌륭했다. 그간 디에디트가 작업했던 사진들을 그램 17 화면에서 모니터링해봤다. 크, 역시 우리 사진은 멋져. 근데 이 화면에선 더 멋져 보이는 것 같다. 디스플레이 밝기도 상당하고 똑같은 사진도 색감을 훨씬 풍부하게 표현해준다. 에디터M의 표현에 의하면 똑같은 사진도 이쪽이 더 맛있어 보이고, 생동감있게 보인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아주 선명한 화면이다. 다만, 글래어 패널의 특성상 일부 각도에서는 빛 반사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화면 비율에 대한 이야기도 약간 덧붙이자. 16:10 비율이라 16:9 비율의 노트북보다 세로가 조금 넉넉한 편이다. 그래서 세로 스크롤 작업을 할때 화면이 굉장히 넓다는 느낌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위 아래로 화면을 겹쳐쓰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17인치 화면이니 좌우 멀티태스킹은 말할 것도 없겠다. 크롬창과 텍스트창을 켜켜이 쌓아서 숨바꼭질을 하고 다니는 나같은 사람에겐 넓은 화면은 축복이다. 엑셀에 파워포인트까지 사용하며 과제와 씨름하는 대학생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다.
한 가지 장점을 더 추가하자면 풀사이즈 키보드가 들어가서, 노트북에선 구경하기 힘든 숫자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숫자키를 쓸 일이 잘 없어서 금방 깨닫지 못했는데, 디에디트에서 대표이자 경리를 맡고 있는 에디터M은 그램을 보자마자 무게 이야기 다음으로 키보드 이야기를 하더라. 역시 돈을 만지는 사람의 눈에는 숫자 키부터 보이는 것이다.
지문인식 센서를 품은 전원키와 3단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백라이트 키보드. 가볍게 눌리지만 적당한 키감을 제공하는 키보드까지 준수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다양한 키보드를 배치하다보니 엔터키와 백스페이스키가 작은 편이라는 것. 나는 처음에 자꾸 엔터키를 엇나가서 애를 좀 먹었다. 처음 사용할 땐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측면 포트를 살펴보자. USB3.1 포트가 무려 3개나 있어서 감탄. 마이크로 SD 슬롯과 캔싱턴락, HDMI 까지 모든 게 있다. 특히 아름다운 부분은 썬더볼트3를 지원하는 USB-C 포트다. 이 비싼 걸 이렇게 떡하니 넣어주다니. 이 포트를 이용해 고속 충전은 물론 고해상도 영상 출력, 초고속 데이터 전송의 혜택까지 입을 수 있다.
더 좋은 건 eGPU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사용한 모델은 8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에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제품. 간단한 영상 편집은 가능하지만 애프터 이팩트 렌더링이나 고사양 게임까지 돌리기엔 무리다. 이럴 때 따로 eGPU를 연결해서 사용하면 고사양 게임도 플레이할 수 있다. 다용도 포트 덕분에 사용자의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초경량 노트북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SSD와 RAM 추가 슬롯을 제공한다. 사용하다 부족함을 느끼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1학년때 구입해서 졸업할 때까지 충분히 쓸 수 있겠다.
배터리는 정말 오래간다. 그램 쓰는 사람들이 어댑터 안들고 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스펙상 19시간 반이라는데, 실사용 환경을 고려해도 10시간이 훨씬 넘는다. 리뷰 영상을 촬영하는 날 실수로 충전을 안 한 상태로 들고가서 행여 화면 시연하다 배터리가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그럴 일은 없었다. 50% 정도 남은 배터리로 4시간 넘게 진행된 촬영에 무리 없이 사용했다. 이 정도 무게에서 이 정도 배터리 사용 시간을 확보한 게 놀라울 정도다. 10분 충전으로 최대 90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도 큰 장점 중 하나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화면이 크다보니 에디터M은 나 몰래 넷플릭스 감상용으로 썼다더라. 보는 맛은 뛰어난데, 스피커 소리는 17인치 화면을 커버하기엔 아쉽다. 소리와 화면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판에 달린 구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면 내장 스피커보다는 이어폰을 추천한다. DTS 헤드폰 X 기술로 저가 이어폰을 연결해도 입체적이고 풍부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구현해준다.
그램을 처음 본 사람들은 플라스틱 바디로 곧잘 착각하지만, 이 제품은 메탈 마그네슘 바디다. 도료를 입히는 과정에서 메탈 특유의 느낌이 거의 남지 않은 탓이다. 플라스틱 처럼 보이는 마감 역시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요소다.
워낙 가볍고 슬림해서 겉으로 보기엔 내구성이 뛰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견고하다. 흔히 밀스펙이라고 하지. 미국방성 밀리터리 스탠다스 테스트를 통과한 강력한 제품. 유튜브에 그램 내구성 테스트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영상이 나오더라. 성인 남성이 노트북 위를 밟고 올라가고, 사람 키만한 높이에서 낙하 테스트를 하고…. 디스플레이가 집요할만큼 깨지지 않는 통에 공포스런 테스트가 계속 이어진다.
나는 대여한 제품으로 그럴 용기는 없어서 포기했다. 하지만 실수로 그램 17위에 다른 그램 17을 떨구는 손 떨리는 순간이 있었다. 둘이 부딪치면서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손을 벌벌 떨었는데 별 탈 없더라. 정말 다행이다. 일상 속에서 생기는 충격은 거뜬히 견딜 것 같다.
긴 글로 그램 17의 특징과 장단점을 열심히 이야기 해봤다. 하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대화면이 주는 시원한 경험과 1.3kg대의 휴대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이율배반적인 제품이다. 현재 시장에서 이런 사이즈로 이 정도 사양과 무게를 제공하는 다른 제품은 없다. 그램이라는 브랜드가 대체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대학생에게도 좋은 짝궁이 될 수 있는 제품이다.
에디터H의 첫 17인치 노트북 리뷰는 여기까지. 혹시 관심이 생기셨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확인해보시길. 새학기 시즌이라 아카데미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어차피 지를 거라면 타이밍이니까!
sponsored by LG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