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김리뷰다. 디에디트의 독촉으로 오랜만에 리뷰를 썼다.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아마 에디터H한테 극딜을 당할 테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 사회. 과학의 눈부신 진화는 나 같은 소시민에게 너무 머나먼 얘기인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기술적 특이점을 체감하는 순간이 온다. 아이폰이 나 몰래 걸음 수를 계산하고 있었다든가, 처음 가보는 해외에서 구글지도로 아무렇지 않게 길을 찾는다든가, 새 휴대폰 세팅할 생각에 막막했는데 아이클라우드에 모든 게 백업되어 있었다든가 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러니까, 더 쉽게 말하면 ‘어, 이런 게 된다고?’하는 생각이 드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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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를 둘러싼 기술 트렌드에서 가장 선명한 것은 단연 무선(Wireless)이다.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선이 사라지고 있다. 블루투스의 재발견, 배터리 지속시간의 연장, 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여러 가지 요소가 무선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그냥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하면 인간 자체가 원래 자유를 갈망하는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꼭 선이 필요한데, 선이 생기면 활동 범위에 제약이 생기지 않는가. 내가 알기로 제약이란 건 인류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기계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다. 전기는 기계 입장에서 동력원이다. 사람으로 치면 밥이고, 콘센트 선은 밥줄인 셈인데, 선 없이도 잘 작동하라는 건 어쩌면 손 안 쓰고 밥 먹게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 아닌가. 그래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일은 빡세게 시키고… 언젠가 기계제국이 도래하면, 인류는 숙청대상 영순위일 것이다. 선이 걸리적거리면 얼마나 걸리적거린다고. 그 정도는 좀 참으면 안 되나.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은근하게 책을 홍보해주자]
그러게. 예전에는 분명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에어팟을 쓰고 나서부터는 선 있는 이어폰을 쓸 수가 없고, 무선 청소기를 사고 나선 선 질질 끌며 청소하던 시절이 떠오르질 않는다. 선 하나 없어지는 것이 얼마나 편한가. 써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변화는 대개 앞으로 나가면 뒤돌아갈 수 없는 법이다. 까짓 거 좀 참고 쓰면 될 것을. 현대인이란 참을성 오지게 없는 인간의 줄임말일지도 모르겠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박스는 심플하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브런트의 고속 무선충전기. 아이폰 충전할 때 쓰라고 에디터H가 던져줬다. 내가 아이폰X을 구매한 건 일 년이 조금 안 됐다. 고백하자면 나는 좀 맹목적으로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살 때 ‘무선충전기능’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었고, 사실 있는 줄도 몰랐다. 이건 좀 바보 같기는 한데, 까놓고 말해서 누가 ‘와! 아이폰X이 드디어 무선충전기능을 지원하네? 이번 제품은 꼭 구매해야겠어!’하고 휴대폰을 지른단 말인가? 차라리 ‘으으, 이번에도 사과 로고가 붙어 있잖아? 어쩔 수 없지…’가 더 정확한 느낌이다. 사람은 원래 멍청하고, 리뷰어도 별다를 바 없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구성품도 단출하다]
근데 충전을 굳이 무선으로 할 필요가 있나? 애초에 전자기기를 무선으로 쓰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충전인데. 충전정도는 유선으로 해줘도 될 것 같다. 여태 충전이 유선이라 불편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무선으로 충전이 된다한들 겁나 느리겠지. 그래도 써보라고 보내준 거니까. 한 번 써보기나 해볼까…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이번 생에 무선을 경험해서 행복하다]
뭐야 이거… 개편하잖아… 그렇게 특이점이 왔다. 솔직히 상자에서 꺼내서 전원 꽂을 때까지도 의구심이 있었다. 천조각으로 덮인 이따위 판때기로 내 고결한 아이폰을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러나 딱 올려놨을 때. 충전 중이라는 화면과 함께 작은 진동이 울리던 그 순간, 난 또 한 번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이렇게 놓고 쓰면 베스트다]
진짜 신기하다. 겁나 마법 같다.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니. 에어팟이 마이크 기능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신기했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문과인 나는 아마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것이 분명하다. 속 편하게 그냥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다.
[김리뷰가 열심히 찍은 사진, 비슷한 구도로 네 장이나 보냈다…]
심지어 충전 속도도 꽤 빠르다. 느낌 상 유선보다 아주 조금 느린 것 같기는 한데, 별 차이 없다. 역시 ‘고속’무선충전인가. 케이스를 씌워놔도 문제없이 충전된다.
*편집자주: 브런트 무선 충전기는 9V 1.2A의 Qi 규격을 지원합니다. 아이폰에서 7.5W의 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해 일반 5V 유선 충전보다 빠릅니다. 흠흠.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케이스를 끼운 상태에서도 충전이 잘 된다]
재질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죽케이스를 써서 아주 충전이 잘 됐다. 3mm 두께의 케이스까지 무선 충전 가능하다고. 심지어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 모두 충전이 된다. 한바탕 충전을 끝내고 나면 기기 뒷면이 좀 따뜻해진다. 곧 다가올 겨울에 대한 배려 같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뒷면은 이렇다]
디자인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무선충전패드는 대체로 둥근 모양의 플라스틱이다. 보고 있으면 모기향 생각도 나고, 전기포트의 받침대 같기도 하며, 미래에 나올 휴대용 인덕션 처럼 보이기도 한다. 멋이 없다는 얘기다. 둥근 모양은 어디 배치하기에도 애매하다. 허나 이 충전패드, 네모다. 게다가 아이폰X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이즈다. 뿌듯하기 그지없다. 선이 빠져나오는 곳의 마감만 더 정교했다면 완벽했을지 모른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받침대는 이렇게 쓰는 용도다]
허접해 보이는 고무 받침대엔 엄청난 기능(?)이 숨어 있었다. 충전기 한쪽을 들어올려 5도 정도의 묘한 각도를 만들어준다. 덕분에 키보드와 비슷한 각도가 되는데 화면을 확인하기에도 편하고 터치도 안정적이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힙스터의 책상이 완성됐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무선충전에 익숙해진 뒤로는 유선충전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 그동안 충전케이블을 찾고, 연결 단자를 찾고, 정확하게 꽂아 넣는 일련의 작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그렇게 불편한 짓거리를 했었다고? 내가? 인간은 슬프게도 적응의 동물이고, 더 편리한 것들이 나올수록 불편한 것들도 많아지는 셈이다. 요컨대 무선충전은 그만큼 편한 기능이다.
[김리뷰가 찍은 사진, 펜이 유성 매직 뿐이라니…]
한편 디에디트가 보내온 소포에는 같은 브랜드의 데스크오거나이저도 있었다. 작고, 앙증맞고, 튼튼하고, 회색이다. 역시 작업용 책상 위에 놓고 잘 쓰고 있다. 에디터H는 ‘두 개가 같이 쓰는 세트인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틀 동안 실사용하면서 연구해본 결과 별 관계는 없는 것 같다. 딱히 합체도 안 되는 모양이고… 데스크오거나이저 치고 잡다한 요소가 많은 건 특징이다. 카드도 꽂을 수 있고, 시계 같은 악세사리를 걸어놓을 수도 있다. 인터넷 연결은 안 되는 것 같다.
[김리뷰가 안 찍은 사진, 오거나이저는 이렇게 쓰시면 된다]
무선충전패드와 데스크오거나이저의 등장은 꽤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선 연결 없이 충전할 수 있게 된 기기들로부터는 단자가 빠질 것이고, 덕분에 훨씬 얇아질 수 있을 것이고, 꽤 가까운 미래에는 충전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지러웠던 책상은 깔끔해질 것이다. 미래는 머나먼 척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삶속의 삼으로써 다가오는 미래를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