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나이키가 2분이나 되는 TV 광고를 때렸다. 그것도 무한도전이 끝난 직후인 황금 시간대에 말이다. 박재범의 랩에 맞춰 박지성과 스포츠계 셀럽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15초 광고에 익숙한 우리에게 꽉 찬 120초라니. 역시 자본이 꽉 찬 브랜드는 다르다. 그들의 새로운 슬로건처럼 미친 존재감이 아닌가.
나이키가 ‘미친 존재감 JUST DO IT’을 들고 나타났다. 꽤 멋지다. 때마침 내가 지난주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를 공개 현장에서 달리고 온 참이다.
[나이키 #미친 존재감 JUST DO IT 이벤트장 입구]
행사장은 입구 밖에서부터 자본의 향기가 흘렀다. 어떤 신발을 보여주려고 이리도 유난인가 싶을 정도였다. 큰 벽에 쏜 미디어 파사드부터 지나가는 사람을 비춰주는 미디어 아트월까지. 디지털 인터렉티브 기술로 이뤄진 공간은 무심한 나까지 유난 떨게 만들었다.
모든 공간을 네 가지의 대비되는 컬러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눈치 빠르게 살펴보니 새로 런칭한 러닝화 컬러와 흡사했다. 반짝이는 화이트와 마젠타, 딥블루 컬러로 이루어진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난 보기 좋은 신발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이 신발은 출근길에 차려입고 신어도 어울릴 만한 모양새였다. 뽀얀 피부, 앵두 같은 입술, 짙은 노랑 속 눈썹. 밝은 인상을 잡아주는 딥 블루까지. 예쁘다.
‘리액트’라고 부르는 폼은 최근 나이키가 연구한 신소재다. 행사장에서 만난 나이키 관계자는 “리액트는 역사상 가장 좋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부드러우면서 탄력있다고.
행사장 가득한 쿠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저 쿠션들은 지금 “난 말랑하지만 잘 튕겨!”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레이스 후반, 지친 러너들의 소망 중 하나는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는 러너가 뛰면서 바닥을 누른 충격을 에너지로 리턴해준다. 갑피에서 와이어 역할을 하던 플라이와이어를 없애 편안한 착화감까지 완성했다. 이건 마치 밥 많이 먹으면 예뻐진다고 한 그릇 소복히 퍼주시는 우리 할머니 같다. 신빙성 30%, 따스함 70% 정도. 믿긴 어렵지만 믿어보고 싶은 그런.
사실 신소재보다 내 흥미를 끈 것은 덩치 큰 남정네들이 헉헉거리고 있는 트레드밀이었다. 현장에서 달린 사람들의 기록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랭킹을 매기는, 정확하게는 ‘인터렉티브 월’이었다.
[1분에 다다르자 뛸 욕망을 잃은 에디터 G(나)]
자신있게 달리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번쩍이며 빠르게 카운팅되는 숫자는 나를 전력 질주하게 했다. 랭킹전이 주는 쫄깃함이 이기고 싶은 나의 욕망을 자극한 것.
1분 가량 달리는 게임이었는데, 전력 질주 했더니 40초부터 기운이 빠지더라. 하지만, 디에디트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을 맡고 있는 막내는 그만둘 수 없었다. 끝까지 달려 디에디트를 빛내리.
마지막엔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걷다 3위를 했다. 그리고 내려오자 마자 생각했다. ‘아우씨! 더 잘할 수 있는데, 억울하다’.
본디 내 체력 탓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이미 내 스포츠 욕망이 자극받았기 때문. 나이키는 누워있다가도 로고를 보면 운동하고 싶게 만드는 존재이며,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뛰게 하는지 잘 아는 브랜드다. 이번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키는 그저 판을 깔아줬고, 나는 달렸다.
집에 돌아와 다시 뛰어 보았다. 트레드밀 다음은 계단 오르기였다. 운동이 귀찮을 때면 18층까지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오르며 헉헉대는 것이 내 나름의 데일리 운동이다. 가끔가다 만나는 아래층 사람들이 놀란 눈빛을 보내오지만 괜찮다. 테스트가 중요하지 내 이미지가 중요하랴.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의 착화감은 양말 같다. 다만, 발바닥에 뽕이 가득한 양말 같다. 한층 한층 오를 때면 뿅 뿅 점프하는 마리오가 된 느낌도 든다. 도톰한 쿠션이 내 발을 받쳐줘 든든하다. 내가 신발을 고르는 기준은 ‘예쁨’ 다음이 ‘가벼움’이다. 예쁘고 가벼워야 내게 선택받을 수 있다. 이 친구는 통과다. 아쉬운 건 금방 마모될 것 같은 밑창이다. 예쁘고 가볍고 탄탄한데 널 아껴 신어야 하는 걸까. 세 번 신었는데 벌써 조금 닳아버린 밑창이 날 슬프게 한다.
https://youtu.be/V3Flrod0Sgs
늘 잔뜩 욕망하게 만들고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하는 나이키는 여전히 멋졌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했나. 나이키 신발은 나를 트랙으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나이키와 박재범의 노래 ‘run it’은 말하지. “run it”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Point – 난 말랑하지만 잘 튕겨
Price – 16만 원대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