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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RIII를 위한 지출품의서

Dear. BOSS 안녕, 에디터M. 대표님.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오늘 아침엔 메일함을 확인하고 머리에 이런 소리가 울렸지. “따따따딴- 따따따딴!” 응? 그게...
Dear. BOSS 안녕, 에디터M. 대표님.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오늘 아침엔 메일함을 확인하고…

2017. 11. 13

Dear. BOSS

안녕, 에디터M. 대표님.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오늘 아침엔 메일함을 확인하고 머리에 이런 소리가 울렸지.

“따따따딴- 따따따딴!”

응? 그게 무슨 소리냐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인데. 바보.

내가 목을 빼고 기다리던 카메라가 드디어 출시됐다는 메일을 받았거든. 카메라 이름이 뭐냐면 소니 a7RIII. 알파세븐알뜨리! 사진 보여줄게. 이 카메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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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쓰는 카메라랑 똑같이 생겼다고? 아니야, 바보야. 우리건 2013년에 나온 a7R 첫 번째 모델이라고. 내가 갖고 싶은 건 지금 막 출시된 세 번째 모델이야. 세대를 두 번 건너 뛰었으니 3배쯤 좋아지지 않았겠니? 물론 나는 지금 쓰는 카메라에도 만족해. 좋은 카메라지. 이만큼 해상력이 뛰어난 미러리스를 본 일이 없어.

Processed with VSCO with kp8 preset
[소니 a7R로 촬영한 추억의 사진, 이 수건은 에디터M이 실수로 버렸다]

근데 말이야 좋은 건 금방 익숙해져 버리지만, 나쁜 건 점점 더 크게 느껴지거든. 매끈하게 바른 손톱 매니큐어에 티끌 같은 먼지라도 박히면 얼마나 거슬리는지 알아? 세상 살이가 다 그래. a7R은 훌륭한 풀프레임 카메라지. 결과물도 대부분 좋았어. 근데 피사체가 시체처럼 누워있을 때만 그래. 느리거든. AF가 솔직히 정말 느려. 포커스를 잡을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느낌이야. 걸음이 느린 완벽주의자가 엉금엉금 피사체를 향해 ‘초점’ 깃발을 들고 기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너무 신중하다고! 그래서 움직이는 피사체는 거의 찍어본 적이 없어. 게임에 비유하자면 바둑이 어울리겠어.

게다가 터치 스크린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4K 촬영도 안되고 말이야. 사진 촬영만 할 땐 이만큼 좋은 카메라가 없지만, 영상엔 영 젬병이었어. 우린 사진 만큼 영상도 많이 찍으니까 여태 반쪽짜리 카메라였던거지.

이만큼 밑밥을 깔았으니 아무리 눈치가 없는 너라도 감 잡았을 거라 믿어. a7RIII은 내가 지금 나열한 단점을 모두 개선한 카메라야. 2017년에 걸맞은 인재지. 일단 겁나 빨라졌어. 최대 10fps의 초고속 연속 촬영을 지원해. 쉽게 말해 초당 10연사로 최대 76장의 일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어. 놀랍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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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 시스템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도 희소식이지. AF가 뭔지는 알지? 이 오토포커스 방식에 두 가지가 있거든. 명암비의 차이를 이용해서 초점을 잡는 ‘콘트라스트 AF’와 촬영 대상의 거리를 측정해 초점을 잡는 ‘위상차AF’. 요즘은 하이브리드 AF를 많이 쓰지. 이 카메라는 이미지 영역의 약 68%를 커버하는 399개의 위상차 검출 AF 포인트와 425개의 콘트라스트 AF 포인트를 지원해. 무슨 뜻이냐면 화면 어디든 빠르고 아주 정교하게 포커스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지. 전작인 a7R II보다 AF 속도가 2배 더 빨라졌대. 그럼 내 것보단 한 3배 빠르려나? 너무 좋지? 빨리 셔터를 눌러보고 싶다. 4,240만 화소의 아찔한 해상도로 너의 뾰루지까지 선명하게 담고 싶다.

동영상 얘기도 해야겠다. 사실 4K 촬영은 a7R II 부터 되던 거라 특별한 건 아니고, 이번 버전은 여기에 4K HDR 촬영까지 지원해서 훨씬 생생한 색감을 담을 수 있게 됐어. 이젠 영상도 제법 찍을 만 하겠다. 그치? 이제 LCD 터치도 된다? 배터리는 좀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네. 소니 카메라는 늘 배터리가 문제거든. 물론 괜찮아. 내가 미리미리 배터리를 많이 사둬서 5개나 있거든! 하하! 아, 배터리가 바뀐 것 같네. 어쩔 수 없지. 다시 사야겠다. 하하…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진도 잘 나오는데 영상도 잘 나오고, 민첩한 카메라야! 끄아. 너무 좋지. 가격이 얼마냐고? 난 왜 늘 그렇게 네가 가격부터 묻는지 모르겠어. 사람 곤란하게. 300만 원 조금 넘는다고 말했던 거 사실 거짓말이었어. 바디만 389만 9,000원이야. 응, 렌즈 미포함. 화 내지마. 렌즈는 있는 거 쓸게.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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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