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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H

첫 사무실을 구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한동안은 디에디트 콘텐츠 서두마다 ‘사무실 타령’이 즐비할 것이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을 채운다는...
첫 사무실을 구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한동안은 디에디트 콘텐츠 서두마다 ‘사무실 타령’이…

2017. 10. 30

첫 사무실을 구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한동안은 디에디트 콘텐츠 서두마다 ‘사무실 타령’이 즐비할 것이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을 채운다는 건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뿜어낼 수 있을 만큼 꺼리가 많고, 일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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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의 새로운, 아니 첫 단독 사무실이다]

유명하다는 논현동 윤현상재에서 타일을 사고, 벤자민 무어 페인트를 샀다. 을지로 조명 거리에 가서 전구를 사고, 멋스러운 합판을 구하고. 디에디트 로고의 금형 제작도 맡겼다. 텅 빈 사무실에 서서 에디터M과 나는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 에디터M은 “큰일이다, 사무실 벽이 예쁘지 않아!!”라는 고민에 빠졌고, 나는 “큰일났다, 콘센트가 너무 부족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오래된 건물이라 콘센트의 수가 너무 적더라. 그러나 나는 전기와 술을 먹고 일하는 여자. 매일 다섯 개의 기기를 충전하며 잠드는 여자다. 피카츄도 아닌데 그렇게 전기를 좋아한다. 이래서는 숨을 없다. 방법을 찾아보자. 세상 최고의 멀티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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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아름답다]

사실 미리 마음에 두고 있던 제품이 있다. 바흐만(Bachmann)이라는 브랜드의 멀티탭인데, 국내외의 호텔에서 책상에 매립되어 있는 걸 본 일이 있다. 정말 섹시한 멀티탭이었다. 충전의 품격이랄까. 인테리어의 일부로서 콘센트를 설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를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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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싶다…ㅠㅠ]

디자인도 고급스러운데다 실용성도 뛰어나서, 나중에 사무실 책상에 설치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국내에는 판매하는 곳이 없다. 왤까.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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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갖고 싶었던 건 피벗 파워 멀티탭.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플러그 간의 간격이 넓어서 맥북 어댑터처럼 덩치 큰 애들도 나란히 꽂을 수 있다. 게다가 휘어진다! 6구 형태의 멀티탭을 각각 구부릴 수 있게 디자인해놓아서, 필요에 따라 모양을 만들어서 쓰면 된다. 모서리에 놓으려거든 ‘ㄱ’자로 만들면 되고, 책상다리를 따라 배치하려면 원형으로 구부리면 된다. 심지어 올블랙 컬러도 있어서 시크한 맛까지 있다. 몇 년 전 퀄키라는 사이트를 통해 ‘구부러지는 멀티탭’ 아이디어를 공개하며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 판매 중인 곳이 없다. 왜지?? 내가 분명 남의 사무실에서 본 적이 있는데…. 구매 대행으로 구입할 순 있지만 변압기 없인 사용할 수 없는 미국 버전이다. 난 또 좌절한다. 내 멀티탭은 어디 있단 말인가.

아쉬운 대로 국내 판매 중인 멀티탭 몇 가지를 모아봤다. 솔직히 마음에 딱 차는 제품은 없는데, 그나마 상큼한(?) 맛이 있는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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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을 새로 구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제품도 후보에 올렸다. 블럭탭. 꽤 유용해 보인다. 모니터나 올인원PC의 받침대로 사용할 수도 있고, 세로로 거치해도 무방하다. 각각의 블럭이 하나의 콘센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내부 공간 설계가 체계적이다. 제품 부피가 꽤 큰 편인데, 덕분에 맥북 어댑터처럼 덩치가 큰 것도 수월하게 연결할 수 있다. 케이블은 뒷면으로 통과시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정면에 6개의 콘센트를 제어할 수 있는 개별 스위치가 있어서, 어댑터를 뺐다 꼈다 하지 않아도 전원을 콘트롤 할 수 있다. 헷갈릴 것 같다면 아이콘 스티커를 부착해 사용 기기를 구별하면 된다. 공유기, 노트북, 데스크톱, 모니터, 프린터 등 다양한 아이콘 스티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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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3개의 USB충전 포트까지 갖추고 있다. 6A의 고출력으로 태블릿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이디어도 좋고 공간 활용도도 뛰어난 데다, 야무지게 쓰면 한 번에 9개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야무짐까지. 너무 마음에 드는데 디자인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어쩌지, 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4만 9,800원. 가격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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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파워는 아니지만 휘어지는 멀티탭이 있긴 하더라. 플렉시블 아울렛. 각 콘센트 사이의 관절이 유연하게 휘어져서, 다양한 모양으로 거치할 수 있다. 콘센트 간격도 충분해서 맥북용 어댑터도 여러 개도 충분히 꽂을 수 있다. 깔끔하고 쓰임새 있는 제품이다. 아쉬운 건 난 6구 제품을 찾는데, 얘는 고작 4구라는 것. 그리고 올블랙 컬러가 없다. 내가 너무 까다롭니? 1만 4,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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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장난감처럼 생긴 멀티탭, 파워큐브다. 굉장히 작고 가볍다. 처음엔 슬쩍 살펴보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7.5cm 크기의 정육면체 안에 4개의 콘센트와 2개의 USB 포트를 품었다. 공간 활용도만 보면 가장 충격적인 수준. USB 없이 콘센트만 5구가 들어간 제품도 있다. 2개의 큐브를 결합해서 사용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즐거운 아이디어다. 사이즈가 작아서 테이블 밑에 설치하고 각 방향에서 콘센트를 연결하면 좋을 듯. 컬러도 다양하다. 그런데 얘 역시 어딘가 장난감 같은 디자인이 썩 마음에 차지 않는다. 내가 너무 했지…. 오리지널 큐브가 1만 6000원 대.

고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기 공사를 해야하나. 우리 건물은 1층 시래기 국밥집 아저씨가 전기 공사를 잘 한다던데. 혹시 더 좋은 멀티탭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피카츄 같은 여자 에디터H에게 제보해주시길.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