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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갈아마시는 여자

주말엔 날이 참 좋았다.  주말은 나에게 미뤄두었던 게으름이 폭발하는 시간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중에 저기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게으름이, 잠이, 나태함이 주말이...
주말엔 날이 참 좋았다.  주말은 나에게 미뤄두었던 게으름이 폭발하는 시간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2017. 09. 18

주말엔 날이 참 좋았다. 

주말은 나에게 미뤄두었던 게으름이 폭발하는 시간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중에 저기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게으름이, 잠이, 나태함이 주말이 되면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고 나를 잠식한다.

발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직 손가락만 까딱까딱. 가만히 누워 각종 SNS를 유영한다. 이렇게 좋은 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뭘 하나. 부러움의 시선으로 남의 인생을 탐욕스럽게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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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불현듯 어떤 사진에서 내 시선이 멈췄다. 사진 아래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주말 아침은 간단하게 스무디로’. 그래. 어쩌면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잘 갈린 보랏빛의 블루베리 스무디가 아닐까. 매일 아침 스무디를 갈아 마시면, 무기력한 나의 일상의 단번에 건강해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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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리고 본다… 위시보드인가.]

여러분, 지름신에 신(神)이 들어간다는 건 말이죠, 귀신 씌인 것처럼 어떤 물건에 홀린다는 이야기에요. 거기에 논리적인 설명같은 건 없다. 저것만 있으면 바로 행복해질거란 맹목적인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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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가격이었다…]

당장 검색에 들어간다. 블렌더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바이타믹스 블렌더까지 다녀왔지만, 가격이 살벌해서 깔끔하게 포기.

난 작고 귀여운 것을 원해. 뭐 엄청난 걸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잘 갈아 나에게 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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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렀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살까 말까 망설였던 아이템인데. 좋은 핑계거리였다. 신이 내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지름신이여, 여기 제 돈을 가져가소서. 그리하여 나의 지름. 작고 예쁜 오스터 볼 메이슨 자 블렌더. 이걸 사고, 내 건강도 살테다.

이 제품은 70년간 미국 주방 가전을 만들어온 오스터(Oster)와 우리에게 익숙한 메이슨자를 만든 볼(Ball)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음… 뭐랄까 해피콜과 락앤락의 콜라보 같은 거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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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있는 블렌더는 4인용이다. 이것저것 넣다보면 4인 가족이 사이좋게 나눠마셔도 꼭 반컵 정도가 남더라. 그런데 이건 참 작다. 용기를 꽉 채우면 600ml. 딱 1인용. 아침에 나 홀로 갈아마시기에 딱 좋은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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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140 x 150 x 313 mm. 정말 작다. 워낙 작으니 복닥복닥한 우리집 부엌 한켠을 차지하고 있어도 엄마가 또 쓸데없는 걸 샀다며 내 등짝을 때리진 않겠지. 게다가 새빨간 레드라니. 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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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작고 간결한 것이 이 아이의 매력이다. 다른 블렌더처럼 4단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음료에 따라 갈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복잡한 기능 같은 건 없다. 애초에 버튼이 없는 제품이니까. 그럼 사용은 어떻게 하냐고? 용기를 누르면 누르는 만큼 작동이 되는 순간 기능과, 용기를 돌려 고정시켜 사용하는 연속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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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 이 블렌더와 함께 하는 아침을 상상해보자. 정신 없는 아침, 먹고 살겠다고 과일과 우유를 넣고 스무디를 만든다. 갈고 마시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블렌더라는 것은 마시자마자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갈고 남은 찌꺼기가 용기와 칼날에 눌러 붙으면, 그것을 닦아내는데 아주아주 많은 노오력을 해야한다. 또한 싱크대에서 당신의 퇴근까지 방치되어 있을 블렌더는 세균 번식과 악취의 주범이다. 꾸리꾸리한 향이 첨가된 스무디를 마시고 싶지 않다면, 귀찮더라도 꼭꼭 바로바로 헹궈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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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면, 설거지는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그런데 이 녀석은 말이지, 블렌더 용기 자체가 텀블러다. 스무디를 만든 뒤, 따로 옮겨 담을 필요가 없다. 용기에 뚜껑을 덮으면 그대로 손잡이까지 있는 완벽한 텀블러가 된다. 좋다 좋아. 매일 아침 칼날만 슉슉 헹궈두고, 용기는 뚜껑을 닫아 가지고 나오면 끝.

더 좋은건, 용기는 일반적인 메이슨 자처럼 유리가 아니고 플라스틱이다. 깨지지 않고 가볍다는 이야기다. 물론 내구성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편하니까 눈감아 주도록 하자. 블렌더는 메이슨 자 2개, 보관을 위한 뚜껑 그리고 빨대를 포함한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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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는 7만 4,900원. 하지만 오픈마켓을 잘 뒤져보면 5만 5,000원대에 구할수 있으니 조금만 정성을 들여보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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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서 지난 주말엔 난 블렌더를 샀다. 솔직히 워낙 작고 간결한 제품이라 정말 뭐든지 잘 갈아낼 수 있을지 불안하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샀다. 그리고 냉동 블루베리, 바나나 그리고 아몬드 우유까지 샀다. 건강한 미래를 꿈꾸며 지른 내 돈이 제발 제 값을 하길 바란다. 빨리 내 품으로 왔으면. 일단 제품을 받으면 직접 갈아마셔 보고 본격적인 리뷰로 다시 돌아오겠다. 안녕!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