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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향긋해, 입으로 빨래하는 기분

안녕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양치성애자 에디터M이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왔냐고? 사실 그동안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안녕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양치성애자 에디터M이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왔냐고? 사실 그동안…

2017. 07. 26

안녕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양치성애자 에디터M이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왔냐고? 사실 그동안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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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있잖아요 여러분. 요즘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말이에요. 혹시 매일 얼굴을 마주 보는 에디터H가 아니라 페이스북인걸까? 지름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배터리 7% 상태로 하염없이 페북 타임라인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요즘 바짝 페북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G9였다. 러쉬의 고체치약이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다는 그것.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는 딱 여기까지다. 그냥 샀다. 난 양치성애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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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정도 장고의 기다림을 견딘 후,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내 사랑 양치키트. 공식이름은 러쉬의 Toothy Tabs. 알약처럼 보이지만, 이래봬도 치약이다.

하악하악. 일단 참 예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사이즈. 정체를 의심케 하는 수상한 모양. 알록달록한 색까지. 사실 종류가 꽤 많았는데 그중에서 나의 선택을 받은 건 총 4가지. 더티, 라임라이트, 오럴 플래져 그리고 블링.

고체 치약의 용도는 두 가지. 알약 하나를 입안에 넣고 어금니로 살포시 깨문 후, 잘근잘근 씹어 칫솔질을 하거나 혹은 물을 머금어 헹궈낸 후 뱉어내면 끝(가글용 제품 따로 있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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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리뷰의 신뢰성을 위해 잠시 결론부터 집고 넘어가자. 이 고체 치약을 잘 샀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 붐비는 명동 거리, 100m 밖에서도 강하게 존재감을 뿜어내는 러쉬 매장을 통째로 입안으로 씹어 삼키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막상 칫솔질을 하면 거품도 풍성하게 나고, 양치 후에 오랫동안 입안이 개운해지지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 입에 넣지 말야할 것을 입에 넣는 기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에 가면 다들 하나씩 사오는 쇼핑 아이템이고, 작고 예쁘니까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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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블링. 이름처럼 블링블링하다. 과연 이걸 입에넣어도 될까 싶을 만큼. 흡사 아이섀도가 아닐까싶은 엄청난 펄감과 발색력을 자랑한다. 사진으로 미처 표현이 안됐지만 정말이다. 난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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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발색력. 러쉬는 왜 입에 넣는 것에 펄감을 넣는가. 블링은 파파야 추출물과 오렌지 오일이 들어갔다. 맛은 오렌지에서 추출한 비타민 에센스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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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여름에 강남역을 다니면, 10초에 한 번씩 냄새 맡게 되는 그 향수. 더티다. 그 향을 응축해서 입안에 넣으면 그것이 바로 더티 고체치약이다. 이상하겠지? 맞다. 정말 이상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게 그나마 제일 ‘먹을만한’맛이라는거다. 눈 딱감고 씹은 후에 헹구고 나면 정말 아주 오래 오래 입 안이 시원한 개운함이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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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러쉬의 배쓰밤을 알약 형태로 축소한 것 같은 라임라이트다. 아,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라임이라니 다른 것보다는 한결 먹을만하겠지? 훗 순진하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리가. 라임향 바디워시 맛이다(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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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오럴 플래져.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입술이나 볼에 발라야 할 것 같은… 이것도 펄감이 상당하다. 장미와 바닐라 오일이 들어갔다는데. 아니 왜 사람먹는 거에 장미 같은 강한 향을 넣고 난리죠? 양치를 하고 나면, 입안에서 생장미 잎을 씹어 먹은 것같은. 풋내와 쓴맛 그리고 은은한 장미향이 머물다 갑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입에서 장미향 나는 사람을 어따 써요? 말해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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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육만 원을 쓴 내가 너무 대단해서 아무렇게나 지껄인 나의 리뷰는 여기까지.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 하긴 뭐 하지만 잠깐의 고통이 지나고 나면, 입안에 아린 쓴맛과 함께 오랜 개운함이 찾아올지니.

오늘 오후 사무실 사람들에게 먹여봤더니 먹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양치하러간거냐고? 아니뱉어내려고 갔다. 헤헤. 하지만,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용자들이라면 도전해보자.

가끔 얼굴에 바른 화장품을 핥아먹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워낙 작은 알약 형태라, 비행기나 어떤 사정으로 양치를 쉽게 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추천. 요즘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입맛이 도는 사람에게도 추천 추천!

난 이제 내가 진짜 진짜 좋아하는 제품을 쓰러 가야지. 헹구고 나면 입에서 싱그러운 숲 향기가 나는 이솝의 마우스워시로 입 헹구러 갑니다. 역시 이솝 짱짱맨.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