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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세요 좀

솔직히 말하겠다. 오늘 리뷰는 된장도 아니면서 쿰쿰한 향이 날 때까지 묵혀둔 기사다. 왜냐? 에디터H가 자기를 디스했다며 기사 발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오늘 리뷰는 된장도 아니면서 쿰쿰한 향이 날 때까지 묵혀둔 기사다.…

2017. 07. 20

솔직히 말하겠다. 오늘 리뷰는 된장도 아니면서 쿰쿰한 향이 날 때까지 묵혀둔 기사다. 왜냐? 에디터H가 자기를 디스했다며 기사 발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32도가 넘는 날씨에 촬영과 미팅으로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문득 다음 날 나갈 기사가 없다는 걸 깨달은 지금. 이 기사는 드디어 빛을 보게 된다.

에디터H의 아무런 투 두 리스트 리뷰를 보면서(아직 못 봤다면 여기로) 생각했다. 저게 무어야. 아무 맥락도 체계도 없이 할 일을 일렬로 주루륵 적는 저것을 투 두 리스트라고 소개하다니. 말세로다. 말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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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들이 일렬종대 각을 잡고 나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나에게 저런 투 두 리스트는 있을 수가 없다. 3년 전,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투 두 리스트 앱을 사용해온 ‘할 일 정리하기’ 달인인 내가 본때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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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서두가 길었지만(그리고 많은 부분이 에디터H를 비방하는 내용이었지만) 오늘 소개할 앱은 투 두 리스트 앱이다. 이름은 띵스 삼(Thing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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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거 있잖나. 꼭 공부 못 하는 애들이 시험기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부터 정리부터 하는 거. 내가 진짜 공부를 못 했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이 나만의 질서에 맞춰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이 시간 순서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업무를 시작할 수 없다. 물론 막상 업무를 시작했을 때 여전히 내 머릿속이 클리어한 상태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뭐 어쩌면 나는 그냥 투 두 리스트 앱을 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내가 얼마 전 아주 큰 결심을 하고 새끈한 투 두 리스트 앱을 샀다. 물론 난 이 앱을 아주 샅샅이 리뷰를 할 거니까. 디에디트님이 사주셨다.

어느 새벽 난데없이 들이닥친 약 8만 원에 가까운 결제 문자를 본 에디터H는 얼굴을 붉혔다. 아주 새빨갛게. 여러분도 아마 놀랐을 거다. 이해한다. 이건 돈을 물 쓰듯 쓰는 나로서도 좀 큰 가격이었으니까.

이 기사의 ‘쪼는 맛’을 위해 정확한 가격은 마지막에 공개하겠다. 다들 조금 진정하고 내가 산 이 아름다운 나의 투 두 리스트 앱을 봐줘. 어쩌면 이 앱의 UI나 다양한 기능을 보고 여러분이 내가 이만한 돈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수긍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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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개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투 두 리스트 앱, ‘Things 3’다. 일단 디자인을 보자. 내가 이 앱을 산 가장 큰 이유다. 앱은 UI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기능이 많아도 사용자가 그 기능을 쉽게 쓰도록 요리조리 먹음직스럽게 차려두지 않으면 그 앱의 수많은 기능은 하등 쓸모가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 손 안의 작은 우주다. 이 우주는 모든 것이 엄지(때로는 검지)로 돌아간다. 스티브 잡스 가라사대 손가락은 가장 완벽한 필기도구렸다. 우리는 매일 손바닥만 한 우주를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온 세상을 유영한다. 수많은 기능을 손가락만으로 유려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없고, 직관적인 UI는 필수다.

그런 점에서 Things 3는 완벽하다. 별다른 디자인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 깔끔한 화면은 새하얀 우주를 닮았다. 너무 깔끔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투 두 리스트를 다운받기 위해 앱스토어를 살펴보 사람이라면 알거다. 꼭 필요한 온갖 기능을 다 욱여넣으면서도 이렇게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앱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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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3는 해야 할 일을 작성하는 모든 과정이 유려하다.

자,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고 가정해보자. 투 두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데드라인이다. Things 3에서 마감 날짜를 지정하는 방법은 2가지다. 해야 할 일 목록을 오른쪽으로 밀거나 혹은 왼쪽으로 민 후, When을 누르는 것. 결국 어떤 방식으로도 쉽고 빠르게 마감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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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날짜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몇 월 몇 일을 세팅하는 것 말고도, 오늘 해야 할 일인 Today 그리고 This Evening이 있다. 오늘과 오늘 밤이라니 애매하다고? Today는 업무시간에 끝내야 할 일을 말한다. 반면 This Evening은 업무 시간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오늘 저녁에 해야 할 일을 위한 시간지정이다.  그러니까 오늘 안에 보내야 할 메일은 Today로, 고딩친구에게 안부 전화하기같은 건 This Evening으로. 이건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생활 패턴을 자세히 상상해보고 세심하게 신경 쓴 결과물이다. 해야 할 일에는 업무적인 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놓치지 말아야할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하나의 앱에서 개인적인 일과 업무를 분리해서 사용하고 싶을 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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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당장 데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인  Someday도 있다. 나처럼 가고 싶은 맛집 리스트도 투 두 리스트에 정리하는 사람들에게는 넘나 꿀같은 기능인 것.

Things 3가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은 디에디트 1주년 파티를 고작 일주일 만에 준비해야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파티장소 섭외부터, 손님 초대, 케이터링, 맥주 준비까지 해야할 일들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내가 정말 이걸 일주일 만에 다 할 수 있을까?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내쉰 뒤  Things 3에 ‘디에디트 1주년 파티’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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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할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다. Things 3에는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 다양한 하위 계층을 만들 수 있다. 선물, 술, 포토스팟, 파티준비 이렇게 4개의 제목을 만들고, 각각의 제목 아래로 따라오는 세부 체크 리스트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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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체크리스트 아래에도 또 다시 세부 체크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에코백 시안을 업체에 보내고 발주 후, 세금계산서와 파티 당일까지 무사히 제품이 도착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아, 다시 봐도 이모든 것을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 수고했어 나 자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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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매일 아침(11시를 아침이라고 해도 될까?)마다 Things 3를 켜고 오늘 하루 달성해야 할 미션을 작성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 중에도 짬짬이 새로운 할 일을 작성하고, 완료된 일을 지운다. 미션 컴플리트!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Things 3를 확인하고 오늘 놓친 일이 없는지까지 확인 후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그래. 여러분 제가 요즘 이렇게 정신없이 삽니다.

Things 3는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iOS와 맥OS로만 가능하며, 애플워치도 지원한다. 게다가 맥용과 아이폰 모두 가격이 다르다. 하지만 이왕 살거면 두 가지 모두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의 인생은 훨씬더 질서정연해질 것이며,  당신의 뇌는 이 Things 3에 일부분을 동기화될 것이므로 더 똑똑해질 것이다.

흥. 가격이나 공개하라고? 맥용이 54.99달러. 아이폰용이 9.99달러. 난 모르겠다.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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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3
Store –  iOS / 맥OS
Point – 에디터H의 투 두 리스트를 비웃고 싶을 때
Price – iOS $ 10.99 / 맥OS $ 54.99
Size – iOS 60MB  / 맥OS 12.2MB
Download – iOS / 맥 OS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