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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고놈 참 잘 익었네, 바버

안녕, 디에디트에 처음 등장한 낡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한 번 물건을 사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좀처럼 버리지...
안녕, 디에디트에 처음 등장한 낡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한…

2023. 02. 08

안녕, 디에디트에 처음 등장한 낡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한 번 물건을 사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좀처럼 버리지 않으며 주변 사람이 질릴 때까지 사용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 있다. 과일은 익을수록 단맛이 나고, 김치는 익을수록 새콤한 묵은지가 되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하겠다. 옷은 익을수록 어떻게 될까? 이 엉뚱한 질문에 바버의 왁스자켓은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옷을 익을수록 이야기를 담는다.’ 영국을 넘어 전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 130년 된 정통 브랜드 바버의 역사와 대표 모델 그리고 왁스자켓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자.


[1]
바버의 시작

바버는 1894년 존 바버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때 바버는 항구 도시인 사우스 쉴즈에서 기름칠이 된 옷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수많은 가게 중 하나에 불과하였지만 1908년에 자체 브랜드 ‘바버 비콘’을 설립하여 직접 옷을 제작하였다.

1 [바버의 카탈로그, 상호와 판매하던 제품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옷에 기름칠을 하는 목적은 학창 시절 교실 마룻바닥에 왁스를 바르는 목적과 같다. 기름칠을 함으로써 방수 기능이 생기고 추위와 바람 같은 외부 자극에 강한 옷이 된다. 이는 자켓이 잘 익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익기도 전에 상해버리는 불상사는 막아야 할 테니 말이다. 15세기 중반부터 선원들은 돛을 강화시키기 위해 생선 기름을 발랐고 남은 기름을 옷에 발라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였다. 17세기에 와서는 아마씨에서 추출한 린시드유를 발라 사용하였지만 추운 날씨에서 딱딱해져 제 기능을 못하고 색이 누렇게 변하는 단점이 있었다.


[2]
왁스자켓의 시작 : 바버 인터네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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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왁스자켓은 1936년 존 바버의 손자 던컨 바버가 오토바이 의류를 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도로 환경이 열악하여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는 오염이나 위험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한 옷이 필요했다. 내구성이 좋은 방수 의류를 판매하는 바버에겐 좋은 기회였고, 던컨은 왁스코튼을 도입하여 오토바이 슈트를 만들었다. 왁스코튼은 린시드유 대신 왁스를 면에 바른 원단으로 린시드유의 단점을 개선한 획기적인 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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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출시 당시 오토바이 마니아로부터 인기를 끌어 유명 오프로드 오토바이 대회인 International Six Days Trial에서 40년 동안 영국 대표팀의 유니폼으로 채택될 정도였다. 후에 몇 번의 변화를 거쳐 현재 바버 인터네셔널 A7이라는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색다른 패션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남성복에선 만나기 힘든 금장 단추와 벨트만 한 것도 없다. 거기에 4개의 큼지막한 주머니로 실용성까지 챙길 수 있다. 구매는 여기에서.

  • B.Intl Original Waxed Jacket 5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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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기서 바버의 구매방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겠다. 우선 바버는 한국 공식 수입사인 LF가 운영하는 LF몰과 전국 백화점 및 아울렛 바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시기를 노렸다 행사기간에 각종 할인을 적용하면 꽤 합리적인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해외 직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교환, 환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대량으로 직구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오케이몰과 같은 사이트들이 인기가 많다. 가격에 대해선 구매 시점이나 구매 방법에 따라 변동이 큰 편으로 이 글에선 대략적인 가격을 기재하였으니 양해 바란다.


[3]
비데일

인터네셔널과 더불어 바버의 대표 디자인으로 꼽히는 모델이 있다. 비데일과 뷰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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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던컨 바버의 며느리 마가렛 바버는 기존 승마복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비데일을 개발하였다. 비데일은 편리하게 말을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기장이 짧고, 또 말과 맞닿아 있는 하체부터 올라오는 열기를 뒤판 아랫부분의 단추를 풀어 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승마를 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기능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담긴 특징들은 바버를 구매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거기에 승마에 취미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색상은 블랙, 네이비, 러스틱, 세이지로 바버 다운 색깔로 출시되었다. 구매는 여기에서.

  • Bedale Wax Jacket 5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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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드넬

인터네셔널, 비데일 그리고 뒤에 나올 뷰포트는 성별이 구애받지 않고 두루두루 착용된다. 하지만 비데일에는 특별히 비드넬이라는 여성용 모델이 따로 있다. 비데일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허리 쪽이 약간 들어가 있는 실루엣으로 승마복의 클래식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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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자켓의 색상에 따라 안감 타탄체크의 색도 바뀌기 때문에 소매를 접어 입었을 때 두 색의 조합이 아주 많이 아름답다. 만약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이에겐 상당히 치명적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 Beadnell Wax Jacket  5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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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뷰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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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네셔널과 비데일이 그랬던 것처럼 뷰포트에도 기획 스토리가 있다. 뷰포트는 1983년에 사냥용으로 디자인되었다. 그래서 사냥을 할 때 필요한 탄약과 같은 장비들을 담을 수 있는 큰 주머니가 뒤쪽에 있다. 활동성이야 처음부터 사냥용으로 고안되었으니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 만약 약속에 늦어 5초 남은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하는 이런 극한 상황도 뷰포트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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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데일과 뷰포트는 상당히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기장에선 차이가 있다. 같은 사이즈에서 뷰포트가 비데일 보다 8cm 정도 길다. 기장 차이에서 비롯된 느낌 차이가 있지만 바버 자켓은 만능이니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바버는 입었을 때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느낌을 준다. 결혼식과 등산, 도시와 시골 모두 어울리는 자켓은 단연코 바버 자켓뿐. 구매는 여기에서.

  • Beaufort Wax Jacket 50만 원대

[6]
반려견 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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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는 영국 왕실이 인증한 브랜드다. 왕실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로열 워런트 자격을 세 번이나 받았다. 버버리, 까르띠에, 아우디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이 자격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자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바버는 정통성만 고집하지 않고 ‘Way of Life’라는 슬로건으로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다. 왁스자켓 외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논왁스 자켓, 장갑이나 목도리 같은 액세서리까지 넓은 상품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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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필자 픽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코 반려견 용품. 그냥 리드줄 정도만 판매한다 생각하면 바버가 섭섭할지 모른다. 리드줄과 하네스는 물론이고 쿠션과 담요, 반려견용 왁스 코트까지 나온다니, 바버가 얼마나 강아지를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의 왁스자켓과 같은 색의 제품도 있으니 구매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하다. 구매는 여기에서.

  • Utility Wax Dog Coat 1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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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관리법

‘왁스자켓의 단점은 왁스자켓이다.’는 말이 있다. 왁스를 바른 특수한 옷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왁스는 약간의 점성이 있어 먼지가 쉽게 달라붙고, 입다 보면 왁스가 불규칙하게 빠져 얼룩덜룩 해진다. 게다가 세탁도 쉽지 않다. 케어라벨을 보면 세탁기는 물론이고 드라이클리닝도 안 된다고 나와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어도 왁스자켓을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돌리면 왁스자켓의 기능이 사라진다. 그래서 집에서는 솔로 먼지를 털고 수건에 물을 묻혀 오염을 닦는 정도로 관리를 하고 세탁을 하거나 리왁싱을 할 때에는 전문 업체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에는 고양 스타필드와 여의도 더현대 서울 두 군데에 리왁싱 센터가 입점해서 리왁싱과 수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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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왁싱 전후 사진. 리왁싱을 통해 마치 새 상품처럼 착용할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이 있지만 왁스자켓의 장점 또한 왁스자켓이다. 물건에 ‘기능’과 ‘아름다움’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하면 바버는 기능에 충실한 브랜드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탄탄한 기능이 만들어 낸 오래된 아름다움까지 갖추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옷이 나오고 유행이 변하여도 이 아름다움은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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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경험에 추억이란 필터가 씌워지듯 시간이 지날수록 바버 자켓과는 정이 든다. 리왁싱과 솔로 먼지를 털어야 하는 등의 불편함마저 함께 헤쳐나간 이야기가 된다. 쉽게 옷을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쉽게 버려지는 요즘, 바버 자켓과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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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