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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느 나라에서 왔니, 버터 막걸리

버터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버터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2022. 08. 18

안녕, 요즘 부쩍 더현대 서울에 자주 가는 에디터B다. 날이 더울 땐 불쾌 지수가 올라가고, 폭우가 내릴 땐 밖에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다행히 말복이 지나자 아침 바람이 선선해졌다. 그리고 이러다가 갑자기 추워지겠지. 더현대 서울은 이러한 외부 위험 요소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게다가 탐광, 르프리크, 카멜커피, 효뜨 등 핫한 F&B가 모여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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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할 게 많았지만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블랑제리뵈르 팝업스토어. 브랜드명이 블랑제리뵈르라니, 정말 외워지지 않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보다 더 입에 붙지 않는 외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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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제리뵈르@beurre_seoul는 버터 브랜드다. 버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든다. 수제 버터를 팔고, 휘낭시에, 르뱅쿠키 같은 베이커리 메뉴도 있다. 수제 버터는 들깨버터, 김치버터처럼 낯선 맛이 있어서 궁금했는데, 더현대 서울 팝업에서는 판매하지 않아서 구매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나의 구매 타깃은 인스타그램에서 요즘 핫해진 버터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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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는 베이지와 버건디 두 가지 컬러로 차분하게 꾸며놓았고, 텍스트는 거의 알파벳만 사용했다. ‘BEURRE’라는 타이포그래피 덕분에 프랑스에서 온 브랜드처럼 보인다. BEURRE는 불어로 ‘버터’라는 뜻.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블랑제리뵈르의 대표가 어반자카파의 보컬 박용인이라는 것이다. 어반자카파의 노래 잘하는 그 분이 언제 사업을 시작하셨을까 싶었는데, 2016년부터 이자카야를 운영했고 2020년에는 마니에라는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다. 마니에 역시 모태 프랑스 브랜드처럼 브랜딩을 한 터라 블랑제리뵈르와 결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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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제리뵈르는 버터 맥주를 먼저 출시했고, 최근에는 버터 막걸리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맥주는 인플루언서 춈미가 맛있다고 말하면서 인스타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한창 핫했을 때는 맥주 구매 수량 제한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물량이 충분해지면서 제한 없이 살 수 있다. 단, 버터 막걸리는 하루 100병만 팔고 1인 1병만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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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예쁘게 할 줄 아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굿즈도 예쁘다. 굿즈 종류는 머그잔, 키링, 납작한 목공 연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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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종류는 네 가지. 대부분의 손님이 한 종류씩 총 네 캔을 사고, 막걸리 한 병을 더해서 구매하더라. 나 역시 맥주 네 캔과 막걸리 한 병을 샀다. 참고로 스태프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아까 언급한 마니에의 티셔츠다. 가격 9만 9,000원. 링크는 여기. 맥주를 후다닥 구매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리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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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8월 1일에 출시한 신상 막걸리부터 마셨다. 보통 힙하고 맛있는 막걸리를 말할 때 언급되는 술이 복순도가다. 친구가 “나 얼마 전에 맛있는 막걸리 마셔봤는데! 힙한 거!”라고 말할 때 “복순도가?”라고 되물으면 50퍼센트는 정답이다. 버터 막걸리는 그런 복순도가 못지않게 맛있는 술이다. 꿀떡꿀떡 넘어가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복순도가와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스파클링의 유무. 복순도가는 샴페인처럼 강한 스파클링이 있고, 버터 막걸리에는 탄산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산미도 거의 없다. 버터처럼 부드럽고 묵직함도 있다. 별도의 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만으로 단맛을 냈기 때문에 텁텁한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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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막걸리라고 해서 버터가 들어가거나, 버터 향이 첨가된 건 아니다. 버터의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맛있는 막걸리라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 거다. 버터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막걸리를 만든다면 딱 이 정도의 막걸리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도수는 8도. 막걸리가 8도쯤 되면 알콜 맛이 강해서 부드러움이 잘 안 느껴지는데, 방해받는 느낌 없이 잘 넘어간다. 끝맛에서 느껴지는 쌀의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기분 좋다. 가격은 10,900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맥주보다는 막걸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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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버터 맥주’다. 버터 맥주의 종류는 네 가지. 트리플 A플러스, 트리플 B플러스, 트리플 C플러스, 트리플 D플러스. 버터 베이스라는 점은 동일하고,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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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편의점에서 보는 어떤 맥주보다도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이다. 장난스럽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점잖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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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예쁜 건 라벨을 씌운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광이라 차분하다. 라벨은 용기와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절취선을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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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모두 향이 가미되어 있다. 블랑제리뵈르 공식 인스타그램을 보니 모두 버터 베이스에 향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네 가지 맛 모두 쓴맛보다는 단맛이 나는 맥주인데, 홉 향이 잔뜩 나는 ‘맥주 같은 맥주’만 좋아하는 사람은 입에 맞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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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A에는 버터 향과 바닐라 향이 첨가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향을 맡았을 때는 버터보다는 바닐라의 달달한 향이 좀 더 느껴지는데 먹어보면 버터 향이 나긴 한다. 하지만 봉구비어 같은 데서 먹는 청포도 맥주처럼 “내가 바로 청포도 시럽이다!” 같은 강도는 아니고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존재감은 확실한 느낌이다. 궁금해서 한 캔 정도 먹어볼 순 있지만, 그 맛에 중독되어서 계속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맥주의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게 한 번쯤은 맛보게 해주고 싶은 정도이긴 했다. 극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쁘게 평할 이유는 없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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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D 역시 맛있었다. 헤이즐넛 향과 바닐라 향이 가미되었는데, 헤이즐넛 향이 기분 좋게 난다. 네 가지 제품 중 가장 향이 강한 맥주를 고르라면 D를 고르겠다. 애매하지도 않고 어설프지도 않고 확실하게 헤이즐넛 향이 난다. 후기를 찾아보니 버터 향의 A, 헤이즐넛 향의 D가 좋았다는 평이 많이 보였다. 확실히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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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B와 C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B에는 카라멜 향과 바닐라 향이 들어갔다는데, 카라멜 향을 느끼기 힘들었고, C에는 아몬드 향이 들어갔는데 몇 번이나 마셔 봐도 갸우뚱하게 되더라 ‘아….몬드…?’. 쓴 맥주가 아니라 단 맥주라는 건 알겠는데, 중심 없이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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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천하는 제품은 버터 막걸리, 트리플 A플러스, 트리플 D플러스 이렇게 세 가지다. 맥주는 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도 기니까 손님 맛보기용으로 몇 개씩 쟁여두어도 좋을 것 같다. 버터 맥주는 아래 팝업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22년 8월 18일 기준)

  • 더현대 서울 B2 아르켓 매장 정문 앞
  • 롯데백화점 잠실점 B1
  • 현대백화점 판교점 B1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