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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궁금해, 미니 일렉트릭을 갖게 될 그 사람

안녕하세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오랜만이죠? 제가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에디터 M이 갑자기 문자를 보냈어요. “아니 지금 미니...
안녕하세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오랜만이죠? 제가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2022. 01. 13

안녕하세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오랜만이죠? 제가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에디터 M이 갑자기 문자를 보냈어요. “아니 지금 미니 일렉트릭이 나온다는데 가만히 있을 거예요? 원고 안 써요?” 막 이러는 거 있죠? 그래서 바로 쓰고 있습니다. 맞아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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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구보다 오래 기다렸어요. 이제 와서 제가 미니를 편애하는 마음 같은 건 숨기지 말기로 하죠. 자동차는 냉정하고 정확한 성능과 효용의 기계입니다만, 동시에 캐릭터와 미학을 갖춘 오브제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살짝살짝 빗겨 가면서도 큰 즐거움을 주는 자동차들이 시장에는 존재하게 마련이에요. 미니는 그 시장의 맹주입니다. 취향과 캐릭터의 시장에서 아주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단 한 대의 브랜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미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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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실용이었죠. 고유가 시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이 충분한 공간과 주행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차가 바로 미니였으니까요. 그런데 만들고 보니 의외의 캐릭터가 돋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체가 가볍고 무게 중심이 낮아지니 독특한 주행 감성이 생겼어요. 크기가 극단적으로 작아지니 특유의 귀여움까지 생겼습니다. 동그란 눈, 동그란 인테리어 디테일들은 그대로 미니의 고집이자 역사가 되었습니다. 고-카트 필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특유의 주행 감성 역시 미니의 중요한 정체성이에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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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 단단하기 때문일까요? 미니는 그 역사에 비해 변화가 크지 않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60년 이상 3세대까지 진화하는 동안에도 개념은 변하지 않았어요. 시장의 요구에 따라 크기가 커지고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하는 식이었죠. 기술 적용도 빠른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니를 져버린 적이 없어요. 3도어, 5도어,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 모두 미니니까 사랑받는 모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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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화의 시기가 왔어요. 2022년 1월. 미니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1월 11일부터 2월 28일까지, 미니 일렉트릭 사전 예약을 받겠다는 보도자료가 도착했거든요. 맞습니다. 미니도 전기차 시장에 가세한 거예요.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흐름. 피할 수 없는 미래 시장에 미니도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2025년 이후에는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던 것도 2021년 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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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일렉트릭은 32.6kWh 배터리를 씁니다. 차체 아랫쪽에 알파벳 T자 형태로 놓을 수 있도록 설계해서 실내 공간을 전혀 침범하지 않았다고 해요. 전기차 본연의 장점 그대로, 차체의 가장 낮은 부분에 부품 중 가장 무거운 배터리를 배치함으로써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었죠. 내연기관 미니와 비교하면 무게 중심이 30mm 이상 낮아졌습니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성능은 7.3초. 나쁘지 않죠? 미니 일렉트릭을 이렇게 만들기까지, 미니의 선택과 결정에 어떤 근거가 있었는지 조금씩 엿보입니다.

당연히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사실 전기차의 주행성능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밟는 순간 최대 토크를 쏟아내고 무게 중심이 낮은 특성 때문에 감각적으로 ‘재미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미니로 전기차를 만들 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희생해야 할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게, 가격, 주행거리는 타협하기 어려운 지점이에요. 일단 배터리 무게가 상당하거든요. 미니 일렉트릭의 무게는 내연기관 미니보다 145kg이나 무겁습니다. 성인 두 사람이 이미 타고 있는 상태인 거죠. 미니 일렉트릭의 가격은 4천 6백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상위 트림은 5천1백만원. 내연기관 미니쿠퍼S 3도어의 가격은 4천 3백50만원입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렉트릭 쪽이 확실히 비싸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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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주행 가능 거리는 어떻게 책정됐을까요? 유럽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230km정도였습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미니니까요. 하지만 한국의 인증 기준은 혹독하죠. 그래서 159km가 되었습니다. 아쉬움이 폭발하기 시작했죠. 다들 ‘200km도 안 되는 건 선 넘은 거다’, ‘하루에 한 번씩 충전해야 하는 거냐’, ‘겨울철 전비 감소까지 고려하면 100km정도밖에 안될 거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푸조 e208의 주행가능거리는 244km입니다. 르노 조에의 주행가능거리는 309km죠. 다른 브랜드의 소형 전기차랑 비교해봐도 차이가 많이 나는 수치예요.

사실 주행가능거리라는 게 그렇습니다. 전기차를 살 때 가장 신경 쓰이는 수치예요. 아직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충전 타이밍을 놓쳤을 때 차가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주유로 충분했던 주기가 일주일에 한두 번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귀찮음 때문이기도 하죠. 주행가능거리를 둘러싼 마음은 정말이지 복잡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미니가 이걸 몰랐을까요? 전기차 소비자가 가장 신경쓰는게 주행가능거리라는 사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전기차들이 이미 저런 수준의 주행가능거리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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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민이 컸을 거예요.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크기를 늘려야 합니다. 그럼 무게가 늘어나고 가격이 올라가고 공간을 희생해야할 수도 있죠. 필요하다면 했을 거예요. 하지만 미니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미니는 그 어떤 전기차보다 민첩하고 재미있어야 하니까요. 더 이상 희생할 공간도 없었을 겁니다. 다른 모든 요소는 원래의 미니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전기로 진화한다. 핵심을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게 미니의 생각이었을 겁니다. 뭣보다 이미 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 미니 오너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기꺼이 납득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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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미니 오너들의 주행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들여다보기로 한 거죠. 숫자에 따르면, 그들은 하루에 26마일, 1주일에 180마일 정도를 운행했다고 해요. 하루에 40킬로미터 남짓, 일주일에 290킬로미터 정도였던 거죠. 그렇다면 주행가능거리 159km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2~3일에 한 번정도의 충전으로 무리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고속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80% 충전까지는 약 35분 정도 걸리니까요. 미니의 성격과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한 채, 주행가능거리는 일상의 빠른 충전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미니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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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미니쿠퍼 S를 소유하고 있는 저도 딱 미니의 데이터만큼의 운행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어요. 한 번 주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약 330km 정도. 주유 주기는 한 달에 2~3번이거든요. 넉넉하게 생각해도 하루에 30km 정도 운전하는 거죠? 여행은 안 가십니까, 물어보실 텐데… 미니쿠퍼를 타고 갔던 여행은 강릉이나 충주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KTX로 갈 수 있는 곳은 기차를 선호해요. 훨씬 편하고 빠르거든요. 서울시청에서 강릉시청까지의 거리가 225.9km니까, 미니 일렉트릭이라면 충전이 가능한 휴게소에서 두 번정도는 쉬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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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선택의 문제. 자동차를 어떤 스타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미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니 일렉트릭 오너들은 심지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충전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해요. 도시에서의 일상을 날렵하고 경쾌하게 소화하는 용도로서의 만족감은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미니 입장에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시장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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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미니 일렉트릭은 이미 미니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전기차라는 뜻입니다. 내연기관 미니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인생의 첫 미니를 일렉트릭으로 선택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 가족이 있거나 장거리 주행이 잦은 누군가라면 내연기관 SUV나 세단을 이미 소유한 채, 미니는 세컨카로 운용하는 경우가 더 맞을 듯 합니다. 그 예쁘고 귀엽고 재미있는 미니가 드디어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해서 두근두근했는데, 좀 까다로운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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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이런저런 계산으로는 쉽게 소유할 수 없는 차죠. 하지만 미니는 원래 그런 차였어요. 대체불가능한 매력을 기반으로 사소한 불만들조차 재미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차. 사소한 불편과 불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미니만의 뾰족함을 편애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였습니다.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3세대에 걸쳐 진화하면서 오너의 폭을 넓혀왔죠. 이제 전기차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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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채, 시장은 복잡다단한 마음으로 새 시대의 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시는 3월, 사전예약은 2월 28일까지. 누구일까요? 미니 일렉트릭을 기꺼이 선택하게 될 그 사람. 직접 시승하면 어떤 느낌인지, 출시 후에도 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을 전할 수 있을지. 저조차도 너무나 궁금하고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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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정우성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 공동체 '더파크' 대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니카, 나무를 좋아합니다. 요가 에세이 '단정한 실패'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