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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찾던 그 카메라, 캐논 EOS M10

“언니, 나 카메라 뭐 살까?” 꽃집 아가씨인 K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애 가게의 꽃가지처럼 화사한 K는 새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언니, 나 카메라 뭐 살까?” 꽃집 아가씨인 K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애…

2016. 12. 20

“언니, 나 카메라 뭐 살까?”

꽃집 아가씨인 K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애 가게의 꽃가지처럼 화사한 K는 새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몇 가지 읊어봤지만 내가 추천한 DSLR은 하나같이 너무 크고, 비싸고, 어려웠다.

“예쁘고 가벼운 게 좋아, 가격도 비싸지 않은 거로.”

K가 원하는 카메라의 조건은 까다로웠다. 사진도 꽤 잘 나와야 하는데, 바디도 가볍고, 가격도 착해야 한다니.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내게 숙제를 안겨준 그 소녀를 위해 한참을 골똘했다. 여러 가지 미러리스 카메라를 두고 저울질한 결과 꽤 괜찮은 대답을 찾았다. K뿐만 아니라 그간 카메라 골라달라고 졸랐던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추천할 만한 제품인 것 같았다. 갑자기 흥미가 들끓는다. 이번 기회에 리뷰도 해봐야지.

숙제 검사를 맡듯 K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 카메라 들고 한번 놀러 오란다.

“언니 가게 놀러 와, 와서 꽃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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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고민 끝에 내가 고른 카메라는 캐논 EOS M10이다. 본래 캐논 특유의 색감을 좋아한다. 디자인도 예뻤고, 결정적으로 가격이 참 착했다. 사진 속 제품은 화이트 컬러 모델인데, 모서리가 동글한 게 조약돌처럼 귀여운 디자인이다. 최근엔 묵직한 카메라만 사용했는데 이렇게 작고 가벼운 제품을 손에 쥐니 셔터를 누르는 집게손가락도 괜히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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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거 귀엽다! 카메라 옷이야?”

EOS M10은 ‘페이스 커버’라는 액세서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오른손 그립감도 좋아지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카메라를 보호해지는 효과도 있지만 가장 큰 효과는 예쁘다는 것. 다섯 가지 컬러가 있는데 그중 써니 옐로우 컬러 커버를 먼저 씌워봤다. 장난감처럼 톡톡 튀는 색감이다. 이 액세서리를 카메라에 장착하면 컬러마다 완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카메라답게 패셔너블한 요소에 공을 들였다는 게 인상적이다. K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바디 컬러가 화이트라서 다양한 컬러의 페이스 커버와 매치하기가 쉬운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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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드나잇 블루 케이스. 옐로우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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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쓰는 15-45mm 화각의 표준 줌 렌즈는 여기저기 써먹기 참 좋다. 줌렌즈 치고는 길이도 콤팩트해서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무게는 이상할 정도로 가볍다. 확인해보니 고작 130g. 카메라에 렌즈까지 결합한 상태로 핸드백에 넣어도 부담 없는 크기와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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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45mm, 아래 15mm]

꼬꼬지아토(가게 이름이다) 내부를 줌인, 줌아웃해 촬영하며 화각을 비교해보았다. 이 정도 화각이면 풍경 사진을 찍기에도 알맞고, 줌인해서 인물 사진을 찍기도 편할 것 같다. 여기저기 활용도가 높은 렌즈다. 다음에 제대로 써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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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기자기한 소품 위주로 촬영할 예정이라 단렌즈를 택했다. 캐논의 22mm 렌즈와 EOS M10을 매치해서 촬영했다. 둘이 궁합이 참 좋다. 납작한 팬케익 렌즈라 가지고 다니기도 쉽고, 조리개값이 낮아 얕은 심도의 사진을 촬영할 때 좋다. 난 뒷배경이 예쁘게 아웃포커싱된 사진을 워낙 좋아해서 사진 찍을 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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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이라 찍고 싶은 피사체가 가득하다. 재밌는 소품이 많으니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촬영해도 예쁜 컷이 담긴다. 조리개 우선 모드로 설정하고 조리개값 2.8에서 찰칵. 띠릭, 하고 초점 맞추는 속도가 제법 빠릿하다. 내가 초점을 맞춘 다육이는 선명하게 담기고, 나머지 배경은 몽글몽글 흐리게 처리됐다. 뭔가 되게 잘 찍은 것 같은 만족감이 느껴진다.

“인스타그램에 꽃 사진 올릴 땐, 배경이 깨끗한 게 예뻐”

일명 ‘꽃스타그램’의 달인인 K가 주섬주섬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꾸리기 시작한다. 사진이 잘 나오는 위치를 잡아주고, 컬러가 화사한 꽃도 한 다발 안겨줬다. 라넌큘러스라는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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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리개값을 2.0까지 낮추고 촬영했다. 날이 흐리고 가게 안이 어두워서 조명이 부족한가 싶었지만, 기대보다 잘 나왔다. 노란색과 주황색, 다홍색이 어우러진 꽃잎의 쨍한 색감이 예쁘게 표현됐다. K가 LCD로 사진을 확인하더니 “색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녀의 말대로 배경이 깔끔하니 훨씬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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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서 보면 미묘한 색 변화와 꽃잎 표면의 미세한 요철까지 선명하게 담긴 걸 확인할 수 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의 사진이다.

“수선화도 찍어보자, 이건 색감 담기가 참 어려운 꽃이거든.”

꽃집 아가씨의 손이 분주하다. 가게 한쪽에 ‘나만의 포토 스팟’이라며 스튜디오를 꾸며놨다. 여기서 그때 그때 만든 꽃다발이나 새로 들여온 꽃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하더라. 보통 꽃집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문을 받거나 홍보를 하곤 하는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원하는 색깔을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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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수선화구나. 연한 크림색 꽃잎 안에서 샛노란 색이 피어오른다. 연약하고 우아한 꽃이다. K가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워 한다. 수선화 꽃잎의 은은한 색깔이 날아가지도 않고 부드럽게 표현됐다. 따뜻한 색감이다. 나는 “원래 캐논은 색감이지…”하고 카메라 전문가인것처럼 잘난 척을 해보았다. K는 내가 카메라에 대해 엄청 잘 아는 줄 안다. 사실 아닌데.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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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찍은 사진도 한번 확대해서 보자. 디테일이 훌륭하다. 가까이서 보니 꽃잎 색깔이 더 예쁘다.

“언니 이제 내가 찍어볼래, 언니는 꽃꽂이나 해볼래?”

카메라를 테스트해보는 사이, 몇 차례 손님들이 와서 귀여운 사탕 꽃다발을 주문하고 갔다. 바쁜 시간이 지났는지, K가 직접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채간다. 나는 그 사이에 생애 첫 꽃꽂이 체험을 하게 됐다.

“오, 지금 예쁘다. 가만히 있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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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아가씨로 빙의해 앞치마를 쓰고 어설픈 손놀림으로 꽃가지를 잘라내는 내 모습을 K가 촬영했다. 사실 더 여러 장 찍어줬는데, 내 얼굴이 나온 건 쑥스러워서 못 올렸다. 햇빛이 살포시 들어오는 오후의 공기나 연분홍빛 꽃잎들이 어우러져 사진 색감이 따스하다. 특히 피부가 예쁘게 나온다. 생기 있어 보이고 화사하게.

그리고 내가 만든 꽃바구니에 대한 K의 평가는 잔혹했다. “재능은 없는 것 같다”며 쿨하게 무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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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대부분 프로그램 모드로 놓고 대충 촬영한 것인데 다 예쁘게 나왔다. 완전히 전문가급 카메라를 쓸 게 아니라면, 쉽고 간단하게 쓸 수 있어야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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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LCD를 탑재해서 조작도 상당히 쉬운 편이다. 사진을 멀티 터치로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메뉴도 복잡하지 않아서 아이콘을 몇 번 터치하다 보면 금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이건 K가 촬영한 사진인데, 리시안셔스라는 꽃이라고 하더라. 잠깐 갖고 놀더니 금세 나보다 훨씬 잘 찍는다. 똑똑한 꽃집 사장님이다. 이 카메라는 RAW 파일 촬영을 지원해서, 후보정을 조금만 해도 본래 가지고 있는 디테일이나 색감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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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모드에 수채화 효과나 유화 효과, 크리에이티브 어시스트 등 사진 색감을 만질 수 있는 기능이 다양하다. 나는 EOS M10이 가진 기본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잘 사용하진 않았다.

“언니, 이거 초점 어떻게 맞춰? 자꾸 다른데 맞네.”

K가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해서 끙끙댄다. 이거 쓰기 엄청 쉬운데. 화면에서 원하는 곳을 톡 터치하면 거기 초점이 맞는다고 설명해주니, K가 “대박”을 연발한다. 그렇게 놀라운 기능은 아닌데, 카메라 초보인 K는 그 기능이 몹시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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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를 바꿔가며 이런 사진을 남겨놨더라. 사실 이런 사진을 스무 장 쯤 찍어놨는데, 나중에 확인하고 귀여워서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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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 나랑 잘 맞는 것 같아, 얼마야?”

가격까지 검색해서 보여주니 K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녀가 이 제품을 산다고 내게 인센티브 한 푼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추천한 카메라를 마음에 들어하니 괜히 흐뭇하다. 이 맛에 리뷰하는 것 같다. 와이파이로 바로 사진을 공유할 수 있어, K의 스마트폰에 몇 장 전송해줬다. 이 뽀얀 카메라로 꽃스타그램용 사진 많이 찍기를.

연말이라 그런지 카메라 사면 선물도 얹어주고 그러더라. 정보 공유한다.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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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무겁고 조작이 복잡한 카메라를 원치 않는 사용자들에게 딱 맞는 카메라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여성 사용자들에게도 알맞고. 평소에 하이엔드 제품 위주로 리뷰를 하다보니, 주변 여자 친구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제품을 리뷰하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따숩다. 게다가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기도 하고. 앞으로 한 달 정도 꾸준히 쓰며 리뷰를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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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소품 사진을 주로 찍었지만, 다음 리뷰는 EOS M10의 셀카와 인물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벌써 재밌을 것 같다. 얼굴을 예쁘게 담아주는 카메라만큼 고마운 건 없는 법이니까.

마지막은 나의 꽃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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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editor_ha)님이 게시한 사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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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