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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 최초의 윈도우부터 윈도우11까지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윈도우가 오랜만에 숫자를 하나 끌어 올렸습니다. 윈도우 11이죠. 윈도우는 우리에게 ‘컴퓨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면의...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윈도우가 오랜만에 숫자를 하나 끌어 올렸습니다. 윈도우 11이죠.…

2021. 07. 26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윈도우가 오랜만에 숫자를 하나 끌어 올렸습니다. 윈도우 11이죠. 윈도우는 우리에게 ‘컴퓨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면의 이미지를 만드는 운영체제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마우스로 화면의 버튼을 누르는 컴퓨터 환경에 익숙해 있겠지만 이 윈도우는 처음부터 PC에 널리 쓰이던 운영체제는 아니었어요. 윈도우가 PC의 대세 운영체제로 쓰이기 시작한 건 윈도우95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사실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라고 쓰다 보니 윈도우95의 등장이 벌써 25년 전이나 전의 ‘역사’가 됐네요.

그 전까지의 윈도우는 사실 직접적으로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운영체제라는 의미로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처음 등장한 윈도우 1.0은 저도 나름 ‘PC밥’을 좀 먹었다고 하는데도 실제로 써 본적은 없고 책에서나 호기심에 살펴봤던 정도입니다.


마우스로 다루는 컴퓨터 도구, 윈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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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1.0(배포는 1.01 버전)은 1985년에 처음 발표 됐는데 당시 대중화되어 있던 PC에서는 너무 무겁고 용량도 컸습니다. 일단 그때만해도 하드디스크가 귀해서 이런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리는 건 꽤 곤란한 일이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윈도우가 필요한 일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애초 윈도우의 역할은 명령어를 입력해서 컴퓨터를 다루던 운영체제 DOS를 조금 더 쉽게 다루게 해주는 명령어 프로그램에 가까웠습니다. 창이 있긴 했지만 여러개 프로그램을 띄우는 것도, 배치도 자유롭지 못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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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시리즈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DOS를 사용했다.]

물론 DOS는 당시에 충분히 좋았고, 필요한 일을 간단한 명령어로 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령어를 외워야 하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화에는 작지 않은 장벽이 됐어요. 그걸 털어내기 위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라는 개념이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운영체제가 맥OS였습니다. 애플은 제록스가 개발한 마우스를 얼른 가져다가 운영체제에 녹였습니다. 눌러서 실행하고, 끌어다가 버리는 등 마우스를 이용한 제스처는 1980년대 애플의 매킨토시에서 대부분 자리를 잡았지요.

IBM이 이끌던 PC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형태의 운영체제 흐름을 따를 필요가 있었지요. 하지만 뿌리부터 운영체제를 만드는 방법 대신 DOS 위에서 실행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DOS에서 ‘WIN’이라는 명령어로 시작하는 윈도우였습니다.

이 윈도우가 조금 쓸만해지기 시작한 건 윈도우 3.0부터였습니다. 한글 윈도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창 모양의 로고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첫 등장은 1990년, 한글판은 1991년에 나왔는데 이때는 386 컴퓨터가 워크스테이션 같은 느낌으로 아주 비싼 값에 팔리는 시기였습니다. 여전히 윈도우는 대다수 PC에게 버거운 존재였고, 멀티태스킹도 그리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던 시기여서 굳이 윈도우를 써서 프로그램 실행을 더 느리게 만들 이유는 없었죠.


윈도우3.1, 그래픽 컴퓨터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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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윈도우 3.0, 그리고 1992년 등장한 윈도우 3.1은 메모리 관리가 수월했고,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도 조금씩 나오면서 DOS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걷게 됐습니다. 오피스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윈도우용으로 등장하는 등 컴퓨터 성능만 허락한다면 윈도우는 컴퓨터를 꽤 효과적으로, 또 예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였지요.

win7[윈도우3.1 작동 화면]

본격적으로 윈도우가 운영체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5년에 등장한 윈도우95입니다. 윈도우95는 등장과 함께 엄청난 바람을 일으킵니다. PC를 쓰는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넓어진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시작’ 버튼에 시스템에 대한 모든 메뉴를 잘 정리하면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컴퓨터로 자리를 잡습니다.


[당시 윈도우95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은 롤링스톤즈의 ‘Start me UP’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굉장히 야심차게 발표를 했습니다. 당시 롤링스톤즈가 광고에 등장했고, 세계적으로 마케팅 비용으로 3억 달러를 쏟아 부었습니다. 당시 CEO였던 빌 게이츠는 여러 행사와 인터뷰를 통해 윈도우95의 우월성을 자랑했고, 시작 버튼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는 이 OS는 정말 컴퓨터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초기에 등장한 윈도우95는 생각보다 불안했기 때문이지요. 윈도우95에는 그래픽 처리부터 하드웨어 드라이버, 32비트 구조 등 새로운 세대의 기술들을 담았고, 심지어 컴퓨터 속에 새 하드웨어를 꽂으면 스스로 인식하고, 알아서 자원을 할당해서 드라이버까지 설치하는 ‘플러그 앤 플레이’ 등 당시로서는 놀라운 재주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PC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운영체제가 해야 할 일의 규모가 너무 커졌고, 시스템 자원 관리에서 자동화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곳곳에서 말썽이 생기곤 했습니다. 심지어 빌 게이츠의 발표 현장에서 블루 스크린이 뜨는 일도 있었고, 꽂으면 바로 작동한다는 플러그 앤 플레이는 제발 연결하게 해 달라는 의미의 ‘플러그 앤 프레이(Plug & Pray)’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95가 386DX에 4MB 메모리를 쓴 PC에서도 작동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86DX PC에서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화려한 운영체제에 손을 내밀었고, 펜티엄 PC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95 이후 등장한 새 PC는 많은 부분들을 해결해 주었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95, ‘시작’ 버튼 하나로 세상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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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95는 PC의 대중화, 그리고 인터넷의 보급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을 끌어 안으면서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디지털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시작 버튼을 눌러 원하는 메뉴를 찾고, 더블 클릭을 배웁니다. 한 화면에 여러가지 창을 띄우며 일하는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도 대중화됩니다. e메일은 편지를 대신하고, 은행과 백화점이 컴퓨터 안으로 들어왔죠.

‘아니 인터넷은 윈도우98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에 ADSL, 케이블 인터넷 등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온 시기가 이 때였고, 윈도우95 시절에도 모뎀으로 인터넷을 쓰기도 했고, 전화선을 이용한 ISDN 등의 유선망이 가정에 쓰이기도 했어요.

그와 별개로 윈도우95는 서서히 변화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기의 윈도우95는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계속 뜯어 고쳤고, 여러가지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OSR2, OSR2.5 등으로 1997년까지 개선을 이어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USB입니다.

USB는 1996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누리면서 아주 빠르게 PC에 보급됐습니다. 초기 윈도우95는 이를 인식할 수 없어서 보통 USB 포트가 달린 PC를 구입할 때 윈도우95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바로 윈도우95의 OSR2.1 버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즈음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장에서 이전과 다른 위상을 갖게 되면서 여러가지 표준화를 하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PC97 같은 PC 하드웨어 규격의 발표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7년에는 윈도우95를 잘 쓰려면 PC에 이런 기능들, 포트, 인터페이스 정도는 갖춰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인데 하드웨어 기업 입장에서는 윈도우 PC의 조건처럼 비치게 되니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덕분에 USB 등 새로운 기술들이 더 빨리 보급됐고, PC의 발전 속도도 더 빨라지게 됐어요. 그야 말로 PC 폭발의 시대가 이어졌습니다.


윈도우98, 인터넷과 PC 대중화를 끌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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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는 윈도우98이 등장했습니다. 이 윈도우98은 새로운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윈도우95의 업데이트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윈도우95 이후 PC 시장이 너무 많이 바뀌면서 초기 윈도우95는 USB도 인식하지 못했고, 하드디스크도 2GB까지만 쓸 수 있었어요. 메모리도 512MB를 넘기지 못했죠. 그래서 OSR 등으로 소소한 변화를 주었지만 설치 디스크가 필요했고, 또 처음부터 새로 깔아야 했지요. 변화를 받아들이려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아마 처음 생각하게 된 시기가 이 즈음일 겁니다.

하지만 당시로서 가장 확실한 것은 새로운 윈도우를 내놓는 것이지요. 그 동안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화면 구성을 손 댑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윈도우98입니다. 무엇보다 윈도우98은 초기 윈도우95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누렸고,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컴퓨터의 표준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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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웹 브라우저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누르고 2인자였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중심이 되는 계기도 바로 이 윈도우98입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웹 브라우저를 운영체제의 한 기능으로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웹 브라우저가 개인 PC에서 작은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도록 해서 다양한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그게 바로 액티브 엑스입니다. 나중에 큰 고생을 하는 계기가 되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인터넷의 혁신을 이끈 기술이었어요.

이 윈도우98은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서 보안이나 기능 패치들이 이뤄졌고, 출시 1년 뒤인 1999년에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윈도우 중 하나인 윈도우98 세컨드 에디션도 나왔지요. 윈도우95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었고, 편의성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PC의 목적이 운영체제 그 자체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잊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자리를 잡은 것이지요.


윈도우me, 운영체제의 중요한 역할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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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곧 또 새로운 운영체제를 준비합니다. 밀레니엄 시대에 맞춘 특별 버전, ‘윈도우me’, 밀레니엄 에디션입니다. 이 역시 윈도우98의 연속 선상에 있는 운영체제인데, 운영체제의 기본 기능 외에 멀티미디어 기능에 특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에는 음악이 MP3를 비롯한 디지털로 본격적으로 전환이 이뤄졌고, 영상도 DVD가 주목받던 시기입니다. PC는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였고, 홈시어터 PC 같은 개념도 막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me에 기본으로 넣은 미디어 센터는 무겁고, UX도 썩 신통치 않았어요. 무엇보다 이 윈도우me는 메모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오히려 윈도우98보다도 더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혹평과 함께 처참한 실패를 맞이합니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거의 첫번째 윈도우가 된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윈도우XP였지요. 사실 윈도우me와 함께 윈도우2000이라는 운영체제도 함께 공개됐었습니다. 윈도우2000은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운영체제였던 윈도우NT를 기반으로 했는데, 이때 즈음해서는 PC의 성능이 높아지고 워크스테이션과 PC의 개념도 흐릿해졌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합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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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반 소비자용으로 설계된 완전히 새로운 윈도우인 윈도우XP가 2001년 8월에 출시됩니다. 이 윈도우XP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죠. 모던하다…라고 할 만큼 새로운 디자인과 내부 구조까지 싹 달라집니다. 특히 DOS부터 이어져 오던 16비트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32비트를 중심으로 운영체제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64비트의 시대가 곧 찾아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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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XP는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지요. 이전까지는 거의 매년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가 자리를 잡았는데, 이 윈도우XP는 최근까지도 쓰이면서 거의 20여년 가까이 PC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윈도우XP가 얼마나 오래됐냐면, 당시의 주력 PC가 펜티엄3, 혹은 펜티엄4이던 때입니다. 그 사이에 PC는 듀얼코어를 넘어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기본이 됐고, 64비트로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하드디스크는 SSD로 바뀌었고, 그래픽카드는 말할 것도 없지요.


윈도우XP, 실수 뒤 찾아온 진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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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XP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2000년 즈음의 PC를 보고 만든 운영체제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PC가 좋아지고 윈도우XP는 그럭저럭 최적화가 잘 이뤄지면서 아주 빠르고 안정적인 컴퓨터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변화나 혁신보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작동하는 것이 컴퓨터로서 최고의 미덕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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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로운 시대의 하드웨어를 받아들이도록 뿌리부터 새로 설계된 운영체제가 등장합니다. 2006년의 윈도우 비스타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처참하게 실패했기 때문이지요. 윈도우me는 사실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고, 윈도우98을 써도 큰 차이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윈도우 비스타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로 미래 기술을 반영해서 만든 운영체제인데 폭삭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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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윈도우XP 때문입니다. 윈도우 비스타는 64비트와 멀티코어, 그리고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갖춘 ‘요즘 PC’를 위해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뿌리가 바뀌면서 장치 드라이버부터 프로그램들이 순식간에 호환성을 잃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랑했던 에어로 인터페이스는 그래픽카드의 기능을 이용해서 창을 살짝 투명하게 만드는 등 전체적으로 맑은 느낌의 화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엄청 예뻤는데, 문제는 이걸 돌리는 PC였습니다. 너무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이전같으면 사람들이 새 PC를 샀겠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그냥 윈도우XP에 머무르기 시작한 거죠. 윈도우XP에 대한 평가도 사실 윈도우 비스타와 함께 달라진 부분이 꽤 많습니다. 처음에는 윈도우XP도 꽤 무거웠고, 호환성 문제가 있었지만 그 문제를 대부분 풀어냈고, PC는 빨라지면서 윈도우XP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고 완벽해졌습니다.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 실력보다 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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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비스타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윈도우XP를 끌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새 운영체제를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윈도우XP가 정말 새로운 하드웨어를 다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윈도우 비스타의 문제들을 해결한 윈도우7을 출시합니다. 가볍고,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것이지요. 다들 윈도우7에 대해서는 만족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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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사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윈도우7은 사실 윈도우 비스타보다 가벼워졌다기 보다는 조금 가다듬은 정도에 가깝습니다. 물론 운영체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 번에 불러오느라 부팅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던 방식을 바꾸었고, 무거운 위젯도 덜어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알맹이는 비슷했지요. 다만 그 사이에 듀얼코어 이상의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들로 성능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시스템 메모리도 훨씬 늘어났죠. 드라이버들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들의 호환성이 윈도우 비스타에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윈도우7은 윈도우 XP 못지 않게 속도와 안정성을 갖게 됐죠.

이처럼 운영체제는 동시대의 PC 기술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너무 앞서가면 말썽을 빚게 됩니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는 것으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죠. 그런데 모든 실수는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바로 윈도우8이 그것이지요.

윈도우8이 나올 때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상황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2010년을 계기로 스마트폰이 컴퓨팅의 중심이 됐고, PC는 다소 고리타분한 기기로 밀려나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그러니까 스마트폰 시장을 열다시피 한 회사인데, 정작 이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밀려나 버렸죠. 심지어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PC 시장도 위협받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단을 내리지요. ‘잘 하는 걸 더 잘 해보자!’


윈도우8, 시작 메뉴의 갈등 ‘우리가 원하던 윈도우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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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2년, 윈도우8이 우리 곁에 찾아옵니다. 이 이야기도 풀어 놓으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윈도우98 이후로 한 세대씩 건너 뛰면서 쓴 잔을 들이키는 징크스가 윈도우8에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윈도우8은 터치 스크린이 중심이 됐고, 시작 버튼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이콘과 위젯이 결합된 시작 메뉴는 너무 새로웠고, 지나치게 화려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기대하던 윈도우가 아니었지요. 윈도우는 시작 버튼에서 출발해야 하고, 화려함보다는 당장 일을 해야 하는 도구였는데 윈도우8은 익숙함, 편리함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너무 급진적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이 시작 버튼을 이제 잘 쓰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작 메뉴의 역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스마트폰 앱처럼 다루기 쉬운 새로운 앱 UI도 내놓았는데 이게 전혀 공감을 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발짝 물러선 윈도우8.1이 나오긴 했는데 이 역시 크게 다른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던 윈도우는 이게 아니었던 거죠.

마이크로소프트는 눈치가 빠릅니다. 얼른 실수를 인정하고 윈도우를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 윈도우8의 아키텍처, 그러니까 운영체제의 뼈대를 바탕으로 이전 윈도우7과 비슷한,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을 꺼내놓는 거죠. 바로 윈도우10입니다. 실수를 인정하면 실패를 하지 않지요.


윈도우10, 살아있는 운영체제, 그리고 윈도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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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10은 정말 잘 만든 운영체제입니다. 윈도우XP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OS 업그레이드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만족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하지만 새 OS를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컴퓨터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을 끌고 가야 하는데 기능이 제한된 옛날 운영체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급격한 변화보다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든 새로운 요소를 붙일 수 있도록 윈도우를 더 작게 모듈화 했습니다. 프로세서를 다루는 방법부터 보안 정책, 앱 프레임워크 등등 모든 요소가 업데이트로 언제든 최신의 기술을 갖출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잡지를 발행하듯 1년에 두 번씩 커다란 정기 업데이트로 계속해서 달라졌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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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10이 마지막 운영체제’라고 말했는데, 그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름을, 브랜드를 바꾸지 않아도 이 윈도우10의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요소들을 넣을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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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윈도우11의 등장이 의외이긴 하지만 윈도우10이 마지막이라는 메시지를 두고 미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번복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그 변화의 폭이 컸고, 전체적인 윈도우 경험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다시 선을 긋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기업들이 말을 바꾸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철학을 바꾸었다거나,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번복이 아니라 더 나은 운영체제를 꺼내 놓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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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면 윈도우11은 여전히 윈도우10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윈도우10에서 업데이트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새로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윈도우10을 다시 가다듬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사라지면서 액티브X를 쓸 수 없게 됐지만 이걸 두고 누구도 호환성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겁니다. 보안을 맡는 TPM2.0 때문에 업데이트에 제약이 조금 있는 것 같지만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윈도우11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새로운 PC 환경을 받아들일테고, 살아 있는 운영체제로서의 의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너무 새로운 걸 못 알아봐줘서 이름표를 바꿔 단 것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윈도우의 징검다리 징크스요? 이번에 윈도우 11 차례 아니냐고요? 그건 아닐 겁니다. 윈도우 10은 이미 11이 아니라 13정도로 달라져 왔으니까 은근 슬쩍 징크스를 넘겨버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윈도우 11의 목표는 흥행이 아니라 새로운 컴퓨터 환경에 대한 제안이고, 적어도 지금 나와 있는 베타 버전은 공감대가 잘 갖춰져 가는 것 같습니다. 미리 앞당겨서 써볼 필요까지는 없지만 정식 배포될 때는 두려워하지 말고 써 보세요. 그게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컴퓨팅 환경을 경험하는 길일테니까요.

About Author
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