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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 사세요 VS 사지 마세요

안녕, 갤럭시 노트에서 갤럭시 Z플립으로 기변한 에디터B다. 무탈하게 갤노트를 쓰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스쳤다(피슝). “폴더블 폰을 쓰고 싶다” 하지만 행동으로...
안녕, 갤럭시 노트에서 갤럭시 Z플립으로 기변한 에디터B다. 무탈하게 갤노트를 쓰던 어느 날, 이런…

2021. 03. 08

안녕, 갤럭시 노트에서 갤럭시 Z플립으로 기변한 에디터B다. 무탈하게 갤노트를 쓰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스쳤다(피슝).

“폴더블 폰을 쓰고 싶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웠다. 스펙만 놓고 보면 갈아탈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 성능이 아쉬웠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쓸까 말까 한 S펜을 포기하는 것도 맘에 걸렸다. 평소엔 거의 안 써도 가끔 단체 셀카 찍을 땐 유용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Z플립으로 갈아탔다. 이유는 단 하나, 폴더블 폰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에.

오늘은 두 달 동안 Z플립을 실사용하면서 느꼈던 폴더블 폰의 불편한 점과 좋았던 점에 대해 정리하려고 한다. 단점은 8개, 장점은 7개다.


단점. 1
떨어지는 AOD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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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거에 G4에서 갤노트로 기변하고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능은 무엇이었을까. 똑똑한 S펜? 넓은 화면? 아니다. 다름 아닌 AOD(Always on Display)였다. 시간이 궁금하거나 어떤 알람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굳이 폰을 깨울 필요가 없었다. 미팅을 하거나 재미없는 모임에서도 상대방 모르게 시간을 흘끔 볼 수도 있다. 그런데 Z플립에서는 AOD의 효율성이 반 토막 난다. 화면을 접은 상태에서는 AOD를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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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 사용 초기에는 주머니에 넣을 땐 접고, 테이블에 올려둘 땐 펴놓았다. 왠지 그렇게 써야 할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행동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니 접고 펴는 게 귀찮아서 대부분은 접어 두는데, 그러다 보니 AOD를 볼 일이 없어졌다.

물론 접어놓은 상태에서도 알림이나 시간을 확인할 수는 있다. 전원 버튼을 누르거나 외부 디스플레이를 톡톡 터치하면 되는데 그게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는 아니니까. 나중에 Z플립2가 나오면 외부 디스플레이에서도 AOD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단점. 2
케이스가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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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포탈에서 ‘Z플립 케이스’를 검색해보자. 뭔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내 맘에  쏙 드는 힙한 디자인 케이스를 찾기가 힘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브랜드, 패션 브랜드는 Z플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 다른 갤럭시 시리즈는 만들어도 Z플립까지 잘 안 만들더라… 서럽다. 5년 전, G4를 쓸 때 느꼈던 한을 Z플립을 쓰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삼성폰을 쓰면 메이저가 될 줄 알았는데, 다시 마이너가 된 기분이다. 나도 힙한 아이앱 스튜디오 케이스 쓰고 싶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케이스 쓰고 싶다…


단점. 3
빠른 카메라 실행, 잘 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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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카메라 실행’은 갤럭시 S6부터 있었던 기능이다. 홈버튼(또는 전원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0.7초 만에 카메라가 실행되는 유용한 기능. Z플립에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기가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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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혀있는 Z플립에서 빠른 카메라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원 버튼을 두 번 누른 후 펼쳐야 한다. 펼치는 행동이 더 추가된 것이다. ‘어이 에디터 양반, 폴더블 폰을 쓰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뇨?’라고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기능 명이 느린 카메라 실행이 아니라 ‘빠른 카메라 실행’이지 않나. 빠르고 간단하게 찍을 수 있는 기능이 폴더블에서는 복잡해졌으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이전에는 맛집 포스의 가게를 발견하면 주머니 속에서 이미 버튼을 따닥 누르고 꺼내자마자 바로 찰칵 찍었는데, 이젠  느긋하게 꺼내고 펼쳐서 찍는다.. 이게 Z플립이 내게 준 선물, 슬로우 라이프.


단점. 4
전화를 놓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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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폰을 무음으로 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동이나 소리를 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다. 보통 스마트폰은 전화가 오거나 알림이 오면 큰 화면에 요란스럽게 표시되니까 놓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Z플립을 쓸 때는 폰을 닫아 놓는 경우가 많아서 연락을 자주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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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1.05인치에 불과하다. 방금도 글을 쓰는 데 정신을 집중했더니 전화를 하나 놓칠 뻔했다. 대안이 없지는 않다. 접근성 – 고급 설정에 들어가면 ‘불빛으로 알림’이 있다. 그런데 이것도 완전하지는 않다. 전화와 문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카톡이 와서 플래시가 번쩍번쩍 거렸다. 혹시 밖에 있는 사람이 나를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셀카 찍는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단점. 5
자연스럽지 않은 지문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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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카메라 실행과 비슷한 맥락의 불편함이다. 접은 상태에서 지문인식으로 잠금 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폰을 연다 2. 잠금 해제를 한다.

접어놓았으니 펼치는 건 당연한 과정이지만, 지문인식이라는 게 무엇인가. 굳이 얼굴을 인식하지 않아도 재빠르게 잠금 해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데, 폴더블과 지문인식이 만나니 효율성이 떨어진거다. 게다가 버튼의 위치도 애매하다. 접혀있는 상태에서 폰을 잡고, 그 상태에서 폰을 열면 전원 버튼이 엄지손가락보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을 꿈틀꿈틀 올려서 인식시켜야 한다. 지문인식 버튼의 위치를 지금보다 낮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단점. 6
삼성페이 인식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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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아쉬운 건데(그게 불편한 거야). 삼성페이로 결제를 하기 위해 직원에게 Z플립을 건내면 한 번에 인식을 못 시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삼성페이 모듈이 하단에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갤럭시는 후면 중간을 대충 대면 결제가 되는데, 이건 하단을 대지 않으면 결제가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직원에게 “아래쪽을 인식해야 결제가 되더라구요”라고 코멘트를 달 수밖에 없다. 번거로운 일이다. 삼성페이를 작동시켰을 때 나오는 물결 파동이 모듈 위치를 말해주지만, 그게 그거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단점. 7
무선 충전, 편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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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도 하단에 있기 때문에 충전부와 정확히 맞추기가 힘들다. 사무실에서는 벨킨 스탠드형 무선 충전기를 쓰고 있는데, 폰 밑에다가 뭔가를 받쳐야 비로소 위치가 맞더라. 예전에 코 안이 헐어서 연고를 하나 구매했는데, 그 약통을 밑에 깔면 위치가 정확히 맞다. 이 자리를 빌어 합정동 xx이비인후과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집에서는 삼성전자 UV 살균 무선충전기를 쓰고 있다. 이건 삼성전자에서 만들었는데도 위치가 맞지 않다. 폰을 펼치면 배터리가 하단으로 가기 때문에 반드시 접어서 놓아야 한다. 근데 벨킨 충전기나 살균 충전기가 Z플립 전용 충전기도 아니니 크게 불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폰 바꿀 때마다 무선 충전기를 바꾸는 사람들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유저가 감수해야 한다는 건 아쉽다. 이게 다 베타테스터의 운명이기는 하겠지만.


단점. 8
디스플레이에 손톱 자국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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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를 하면서 폰을 여기저기 살피는데, 디스플레이에 뭐가 묻어 있더라. 뭐지? 손가락으로 쓱쓱 닦아보는데…닦이지 않았다. 헐…설마? 그렇다. 디스플레이에 찍힌 손톱자국이었다. 이 정도로 디스플레이가 약하다고? 믿을 수 없었지만 그건 손톱 자국이 맞다. 손톱이 난 방향과 위치를 봤을 때 내가 하는 게임의 방향키, 공격 버튼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Z플립 구매자는 반드시 필름을 붙이길 바란다.


장점. 1
주름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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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돌고 돌아 장점을 말할 시간이 왔다. 단점을 너무 많이 말하다 보니 지금 약간 정이 떨어진 상태인데 사실 나는 Z플립을 좋아한다. 정말이다. 우선 이것부터 말해야겠다. 처음 Z플립이 나왔을 때 이런 말을 했다. “폰에 주름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폴더블을 사지 않겠어” 그런데 어쩌다 폰을 사고 실사용을 하니 주름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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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기 전 단계에서는 디스플레이를 여기저기 디테일하게 살피니까 주름이 더 잘 보이지만,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주름을 볼 일이 별로 없다. 주름은 검은 화면에서나 잘 보이지, 화면을 켜놓은 상태에서는 잘 안 보인다. 스크롤을 내릴 때나 아 맞다 주름이 있었지 느끼는 정도.


장점. 2
21.9:9라는 화면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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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의 화면 비율은 21.9:9으로 생소한 비율이다. 보통 영화는 1.85:1 또는 2.35:1인 경우가 많고, TV는 16:9를 쓴다. 그렇기 때문에 Z플립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 어떤 영상 콘텐츠를 봐도 좌우로 검은색 여백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 대부분의 모바일 서비스는 대부분 세로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Z플립을 사용하면 스크롤을 내리지 않고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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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9의 또 다른 장점은 가로폭이 좁기 때문에 한 손으로 잡기 편하다는 것. 갤노트만 해도 가로가 넓은 편이라 부담스러웠다. 가까스로 잡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Z플립은 확실히 쥐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세로가 길어서 알림바를 내리기 불편할 수 있는데, 그건 제스처 모드에서 설정을 바꾸면 해결된다. 전원 버튼을 아래로 쓸어내리면 알림바가 내려온다.


장점. 3
극강의 휴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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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을 사기 전에 ‘접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구매를 결정했을 때도 그 이유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며칠 쓰다 보니 접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휴대성’. 전에 쓰던 갤노트를 주머니에 넣으면 굉장히 비좁았다. 15인승 엘리베이터에 14명이 탄 것처럼 공간이 협소하고 불쾌했다. 하지만 Z플립은 쏙 들어간다. 달리기를 할 때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도 부담이 없다. 갤노트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으면 왠지 모르게 오른쪽으로 기우는 느낌이었다(과장이다). 접는다고 무게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거대하지 않기 때문에 편한 느낌을 준다.


장점. 4
물리적 화면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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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자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평생 5번 떨어뜨렸다), 화면 보호가 된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폰을 접어서 물리적으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고 있는 건 폴더블폰이 가진 장점이다. 여기에 케이스까지 씌우면 디스플레이를 더블 보호하고 있는 셈이 된다. 낙하 실험은 안 해봤지만 화면 깨질 일은 없겠다 싶었다. 낙하 사고 보다는 자나 깨나 손톱자국을 조심해야 한다.


장점. 5
화면을 닫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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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폰을 쓰던 N세대에게는 화가 날 때 ‘에잇’하고 폰을 확 닫아버리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그 시절 폴더폰을 닮은 Z플립답게 확 닫아 버리는 게 가능하다. 게임을 하다가 풀리지 않을 때 그냥 닫아 버리면, 그 행위 자체로 울분이 풀리는 것 같다. 또 한 손으로도 닫을 수 있기 때문에 N세대 감성에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한 손 조작은 닫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손으로 열기란 버겁다. 손가락이 굉장히 긴 사람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열기란 불가능하다.


장점. 6
브이로거를 위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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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거치대 필요 없이 브이로거를 위한 카메라로 변신 가능하다. Z플립의 상단을 90도로 세우면 ‘ㄴ’자로 만들 수 있다. 후면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외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재 녹화 중인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때는 브이로그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브이로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깊은 카레의 맛을 음미하기도 바쁜데 카메라로 내가 먹는 모습을 찍어야 하다니, 귀찮은 일이다. 마무리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올해의 계획에 브이로그가 있다면 Z플립은 괜찮은 도구이지 않을까.


장점. 7
반박 불가의 아름다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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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은 단점이 많은 스마트폰이다. 이게 Z플립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폴더블폰이 자리를 잡으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베타테스터라는 생각으로 구입했으니 불편함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장점이 많은 단점을 상쇄한다. 바로 디자인이다. 다른 브랜드에도 예쁜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폰이 많지만, 폴더블만이 가질 수 있는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Z플립에 100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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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렇다. Z플립은 디스플레이가 약하고, 빠른 카메라 실행, 지문 인식도 불편하고, 방수방진도 되지 않는다. 여러모로 단점이 많은 제품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면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다. 단, 스냅드래곤, IPX 등급, 고릴라 글래스 등 숫자로 말하는 스펙이 더 중요하다면 되도록 Z플립을 멀리하길 바란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